제품 매니저의 이직 스토리 2
같은 제품을 담당하던 동료가 팀장으로 진급하였다. 그는 동료였을 때 더없이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분이라 내심 기대를 했다.
그 팀장님과 처음 마찰이 생겼던 것은 지난 4월이었다. 프로젝트 기획안을 만드는데 그는 특정 대안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길 요구했다. 담당 PM으로서 그 방향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으며 적용 여부는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결정한다고 했지만 팀장님은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왔다. 불만이 생긴 나는 '정책을 다 정해주실 거면 이 프로젝트는 팀장님이 진행하셔야겠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팀장님의 요구사항은 범위를 넓혀가며 세세해졌다. 제품 정책과 프로젝트 진행부터 대외 커뮤니케이션 시점과 방식까지. 경영층 지시사항이라는 말을 등에 업고 마이크로 매니징은 계속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직접 경영층 보고를 했다. 제품의 시안과 정책을 보고 하는 것도 생소했지만, 보고를 하면서 경영층의 요구가 팀장을 통해서 왜곡되어 들어온다는 걸 발견했다.
어느 날 팀장님은 말했다. '나의 팀장으로서 목표는 다른 팀에게 욕먹지 않는 팀을 만드는 것이야'. 그가 생각하는 우리의 역할은 다른 팀의 목표를 맞춰주는 일, 욕을 먹지 않는 일이다. 그는 팀원을 이끌거나 팀원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불안함을 채워주고 다른 팀의 눈치를 보는 로드맵과 일하는 방식이 설정되었다. '회사 분위기가 안 좋다' '경영층에서 우려가 많다' 등 보이지 않는 공포를 수시로 전달하며 두려움과 공포의 리더십을 이어갔다.
내부는 계속 곪아갔다. 디자이너와 제품 매니저들은 모두 동기부여가 사라지고 탑다운에 빠르게 순응하는 태도로 변했다. 업무의 오너십이 완전히 떨어지니 익숙한 느낌이 솟아올랐다.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예전 대기업에서의 수동적인 마음과 자세가 다시 나를 채웠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관리자와 매니저의 역량 차이가 크고 단기간 관리자의 역량만큼 성과를 내고 매니저의 역량 성장을 기대할 필요가 없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반대로 실수를 통해 성장하지 못함, 프로젝트/프로덕트에 대한 오너십 감소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부작용이다.
상반기 마무리 회고를 하자는 팀장님의 말에 한 디자이너는 '어차피 바뀔 게 없는 게 무슨 회고를 하죠?'라고 대답했다. 상반기 동안 실무자들은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팀장님과 의견을 나누고 논의를 했으나 그는 바뀌지 않았다. 계속 '어떻게 하면 욕을 먹지 않을까'를 고민하였고 우리의 말에 귀를 닫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노캔(노이즈캔슬링) 팀장님'이란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사람의 변화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내 이직의 두 번째이자 최종 트리거였다.
그때 나는 반대로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 에 대해 수차례 생각했다. 리더는 조직을 이끄는 사람으로 향할 방향을 정하고 조직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의 성장을 도와줘야 한다. 성장한 후배들이 조직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이다.
때로 리더는 욕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기본 덕목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양보해서는 안된다.
나는 방향을 제시하고 또 후배가 따라오는지 기다리는 리더이고 싶다. 성취하면 용기와 칭찬을 주고 잘못된 길을 가면 알려주는 리더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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