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을 때 쌀과 찹쌀은 6:4 또는 7:3 정도 비율이 딱 좋습니다.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데워먹을 용도로 밥을 지을 때에는 찹쌀의 비율이 높은 것이 더 맛있습니다. 그래서 6:4 비율로 밥을 짓습니다.
밥은 매 끼 새 밥을 해서 먹으면 더 맛나겠지만, 2~3일 정도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먹는 정도는 미리 해서 넣어두어도 밥 맛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맵쌀로만 밥을 지어 보관했다 데우면 밥에 찰기가 부족해 퍼석한 맛이 나지만 찹쌀을 넣어주면 그 모든 단점을 꽉 잡아줍니다. 냉동실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6:4 비율로 지어진 밥은 냉장실에서도 2~3일 정도는 갓 지은 밥 맛을 고스란히 유지합니다.
밥과 찬만 있다면 가족 중 누구라도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냉장실에 밥이 떨어지면 불편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지어 채워둡니다. 꼭 밥때가 되어 밥을 짓는 것은 아닙니다. 냉장실을 열었을 때 한 두 개 남아있거나, 남은 밥을 끼니에 다 소비했을 때 다음 날을 위해 보관할 목적으로도 새 밥을 짓습니다.
쌀은 컵으로 8개, 물은 요리수로, 쌀을 문질러 씻지 않고 실리콘 거품기를 사용해서 씻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물은 최대한 빨리 후루룩 씻어 얼른 버리고, 세 번째, 네 번째 물은 씻은 후 모아둡니다. 국을 끓일 때는 육수로 사용하고, 국을 끓이지 않을 때는 앵글이의 피부에 양보합니다. 앵글이의 뽀얀 피부는 쌀뜨물 세안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밥물은 쌀 8컵, 물 9.5컵으로 잡습니다. 물을 적게 잡으면 보관 후 데울 때 밥이 꼬들꼬들해져 물을 조금 더 잡아 밥을 짓습니다. 쿠쿠 차진밥 모드로 35분 고압 취사 시작! "쿠쿠가 맛있는 밥을 완성했습니다!" 친절하게 이야기해줄 때 뚜껑을 열어 한 김 빼준 후, 주걱으로 밥을 고슬고슬 살살 뒤적여 밥알이 떡지거나 뭉개지지 않도록 '비스포크 용기'에 담아줍니다.
쌀 8컵으로 밥을 지으면 용기에 10개가 채워집니다. 한 김 뺀 후 뚜껑을 덮어둡니다. 이때 뚜껑을 채우지 않고 덮어만 둡니다. 밥이 다 식은 후 채워주세요.
냉장실 안에 한 자리 차지한 10개의 밥을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보관된 밥은 이른 아침을 먹는 앵글이의 식사로, 남편의 도시락으로, 동글이의 볶음밥으로 변신을 합니다. 늘 같은 위치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냉장실 밥은 마음도 든든하게 채워줍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밥을 먹어야 한 끼 든든하게 채운 것 같은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자라면서 엄마가 챙겨준 밥을 꼬박꼬박 먹고 자란 것도 아닌데도 엄마가 되고 나니 가족들에게 '밥'으로 한 끼 챙겨줘야 밥을 잘 먹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세상이 좋아져도 '밥'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가끔 참 촌스럽게도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면류, 빵류, 치킨, 피자... 이런 것들로는 당최 끼니를 챙겨준 것 같지가 않습니다. 앵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밥을 한 숟갈이라도 먹어야 다른 것들을 주었습니다. 배가 반쯤 찬 뒤 먹는 치킨이, 피자가 맛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 엄마 마음이 편하니 그렇게 끼니를 챙겨줬던 것 같습니다.
동글이는 앵글이와 다르게 먹고 싶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앵글이는 밥을 먹고 다른 것을 먹자고 했을 때 그대로 따랐다면, 동글이는 '아니? 난 그냥 치킨만 먹을 건데?'라며 제 주장을 펼칩니다. 한 배에서 태어나 양육방법이 같아도 두 아이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엄마를 응대합니다. 덕분에 동글이가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한 어느 날부터 끼니가 자유로워졌습니다.
'밥!' 참 신기합니다.
1년 365일 매일 세끼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엄마'가 생각납니다. '엄마'와 '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동글이도 눈만 뜨면 '엄마'를 보며 '밥'을 찾습니다. '엄마'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나올 즈음,
"엄마가 없으면 내 밥은 누가 챙겨줘?"
라고 말해서 밀려오는 감동에 찬물을 끼얹어주기도 하지만, 씩~ 웃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말속에도 엄마를 '사랑'하고 있음이 충분히 느껴져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