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는 용적률에 포함될까.
"뭔가 제 주변 건물들의 비밀을 하나 알아버린 느낌이에요! 근데 삼촌, 지하실도 용적률 계산에 포함되나요? 지상에서는 보이지도 않고요.”
정국이가 케이크 밑판을 들어 티슈 케이스에 올리며 질문한다. 삼촌은 흠칫 놀란 기색이다.
“오~정말 좋은 질문이야. 이 티슈 케이스가 지하층을 의미하는 거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하층은 용적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지가가 높고 토지의 활용도가 높은 곳일수록 지하층을 적극 활용한단다. 예를 들어보자. 부산 진구에 쥬디스태화란 이름의 쇼핑몰이 있어. 이곳은 지상층은 9층인데 반해, 지하층은 무려 10개 층에 달한단다. 지상층은 용적률 제한이 있으니 지하 공간을 개발해서 판매 시설이나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거지.”
“아, 저번에 엄마, 아빠랑 여의도 ifc몰(International Finance Center에 위치한 쇼핑몰)에 간 적이 있어요. 층 표시가 1,2,3이 아니라 기억에 남아있어요. 사진도 찍어놨어요. 잠깐만요.”
정국이가 핸드폰을 뒤적거린다.
“찾았다. 여기 보세요. 1층을 GL(Ground Level)이라고 하는 것도 신기했는데 쇼핑몰은 그 아래로 내려가더라고요. 층 표기도 L1, L2, L3으로 부르고요.”
“지하층의 용적률을 설명하기 딱 좋은 자료네. 몰 전체가 지하에 위치한 셈이지? 자연히 용적률 산정에도 포함되지 않아. 게다가 몰 아래 3개 층(P5~P7)에는 주차장까지 자리하니 정말 알차게 땅을 팠다 볼 수 있겠지?”
“진짜 그렇네요. L1~L3로 층을 표기한 데다 햇살이 들어와서 지하공간이라는 인식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 몰 지붕에 창문(천창)을 만들어 지상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지.”
“삼촌, 그럼 층수가 많을수록 용적률이 높다고 하셨으니까 한국에서 가장 용적률이 높은 건물은 층수가 가장 많은 롯데월드 타워인가요?”
“좋은 접근이야. 고층 건물일수록 용적률이 높은 건 사실이야. '일반적'으로는 말이지. 이참에 한국 대표 고층건물들의 용적률을 살펴볼까? 자, 삼촌이 마침 이렇게 표를 만들어 주머니에 넣어 왔단다.”
삼촌이 도라에몽마냥 바지 주머니에서 긴 표를 꺼낸다.
“음, 용적률이 높긴 높은데 50~100층에 달하는 층수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요?”
“그렇지? 산술적으로는 건폐율 50%로 20층만 지어도 용적률이 1,000%니까 말이야(50%*20층). 이 말인즉슨, 생각보다 용적률이 낮게 느껴지는 건물들은 대지의 아주 '일부 구역'에만 건물을 짓되, 높게 지은 셈이지.”
“그러고 보니 롯데월드 타워만 우뚝 솟아있고 타워 주변부는 광장이나 공원처럼 꾸며져 있던 기억이 나요.”
“용적률이 동일한 경우, 층수가 낮고 건폐율이 높은 것보다 층수는 높되 건폐율이 낮은 경우가 더 쾌적하단다."
"건폐율이요? 그건 뭔가요?"
"건폐율은 대지 면적에서 건축물이 지어진 면적의 비율을 말해. 건물이 지어지지 않는 부분인 공지는 네가 말한 대로 광장이나 공원처럼 활용될 수 있는데, 건폐율이 낮을수록 그렇게 활용할 수 있는 공지가 커지겠지?”
“아, 그럼 저희 아파트 단지에 있는 미니공원, 산책로나 놀이터도 다 용적률, 건폐율과 관련이 있는 거였군요.”
“맞아. 예를 들며, 삼성동에 있는 아이파크 아파트는 건폐율이 약 9%에 불과하단다. 이 말은 땅 면적의 9%만 건물이 차지하고 나머지 91%가량은 녹지나 공지로 되어있다는 뜻이지. 당연히 건물로 빽빽한 땅보다 쾌적하겠지? 그래서 낮은 건폐율이 고급화,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단다.”
“오, 삼촌 그럼 넓은 대지에 건물이 매우 드문 공원이나 동물원의 건폐율은 0%에 가깝겠어요.”
“빙고!”
✪ 짤막 퀴즈
동일한 대지 위에 동일한 건폐율로, 모든 층의 넓이가 같게 지어진 건물을 가정할 때 가장 용적률이 높은 건물은 무엇일까요?
ⓛ 지하 1층 지상 3층
② 지하 2층 지상 3층
③ 지하 8층 지상 2층
④ 지하 1층 지상 4층
⑤ 지하 3층 지상 5층
⑥ 지하 9층 지상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