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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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출판된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을 읽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하루 3페이지 원서읽기가 3개월에 접어들면서 15장 중에서 11장을 읽었습니다. 이번 13주차에는 치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기제를, 14주차에는 치료적인 순간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13주차. pp. 215-235.
이 책의 장점 중에 하나가 기존의 정신역동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치료를 구체화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는 기존의 정신역동에서 중요했던 '통찰이 변화를 가져온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치료 동기이자 목표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어요. 변화의 기제를 3가지 요소로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이해가 쉬웠어요.
지난주에 다루었던 '내러티브'와 '변화 기제'를 통합해 보면, 정신역동치료란 정서적 탐색을 통해 암묵적인 내러티브를 의식화하면서 구체화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맥락에 통합된 새로운 지각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고, 나아가 새로운 행동 반응을 통해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했어요. 치료자가 이 3요소를 적재적소에, 회기별로, 순간순간별로 필요에 따라 개입해야 한다는데, 그 경지에 이르려면 일단 상담에서 치료자가 압도되지 않고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겠구나 싶습니다.
*변화를 촉진하기: 새로운 통찰과 정서적 인식, 새로운 관계 경험, 새로운 기술과 행동
1) 정서적 탐색: 치료자가 감정과 생각을 탐색할 수 있게 돕는 것. 이는 현재 문제 기저에 반복되는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증가된 감정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2) 더 정확한 지각을 찾기: 비슷한 현재 상황에 대한 대안적 관점과 과거 외상 경험을 비교하고 대조하도록 촉진한다.
3) 새로운 행동 반응 시도하기: 치료자는 새로운 행동 반응을 개발하고 검증하도록 돕는다.
1) 정서적 탐색
- 정서적 탐색을 위한 기술: 우리의 일은 환자가 힘들어하는 오래된 고통스러운 감정을 찾고, 환자가 그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그것들을 다시 경험하고, 그들의 본래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이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개방형 질문, 길잡이식 탐색, 미시적 접근: 1직접적인 격려 교육 지지 2공감적 타당화 3 경험과 재경험을 위한 침묵과 공간, 불안 다루기, 명료화, 해석
- 진정과 자기인식을 위한 기술: 표현을 격려하는 것 말고도,
1. 고통스러운 정서는 정상적인 인간 반응으로 타당화되어야 한다
2. 개인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더 넓은 맥락과 연결하기
3. 고통스러운 감정과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4. 그들의 현실적인 토대를 탐색할 때 화나는 감정의 강도가 줄어든다
5. 치료 회기에서 경험하는 감정을 견디고 담아내는 느낌을 내담자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완충과 지지를 제공한다.
2) 더 정확한 지각 찾기
- 오래된 감정을 인식하고 그들의 원래 맥락에 통합하게 되면 덜 불안하고 오래된 감정이 약화된다. 변화를 촉진하는 두번째 전략은 내담자가 자신이 느끼는 것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 내담자가 지금-여기에 기초한, 더 객관적인, 다면적인 방식의 새로운 지각을 개발하도록 격려한다. 내담자의 삶에서의 타인의 동기와 경험에 대한 추측을 묻고 격려한다.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논의는 탐정 작업과도 비슷한데, 협동적으로 여러 가능성과 지각, 반응, 현실에 대해 탐험한다.
- 치료자가 현실의 중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내담자가 개발하고 향상하길 원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히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엄격한 방식을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내담자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상황에 대해 대안적인 지각 방식을 생각하고 제안할 수 있다. 우리의 역할은 대안의 가능성을 제안하고, 유연한 모델이 되어주고, 삶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만들고 평가할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돕는 것이다.
- 따라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이 두 번째 전략은 오래된 시나리오와 현재의 현실에 기초하여 두 가지 방법으로 세상을 동시에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래된 시나리오는 그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고, 내담자는 그 감정들을 인식하는 법을 배우고 과거에 위치할 수 있게 한다. 현재 성인의 현실에 기초한 새로운 지각은 같은 오래된 경험과 다르다는 사실을 지각하게 된다. 반복과 연습을 통해 점차 이러한 인식이 즉각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3) 새로운 행동 반응 시도하기
-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는 능력, 반복되는 문제 상황에 대한 새롭고 최신의 지각을 통해서 내담자는 새로운 행동 반응을 시도할 수 있다.
- 내담자가 무얼 할지 말하는 것은 권력 투쟁, 유아화, 과거 외상적 환경의 재생산 등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새로운 행동은 강요되지 않고 고려되어야 하고, 잠재적으로 치료동맹을 손상시킬 수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행동 방략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의 잠재적인 치료적 효과가 오래된 패턴을 상연하는 위험보다 크다.
14주차. pp. 236-248.
치료적인 순간이 과연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감정을 구체적으로 느끼고 해소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에는 다양한 치료적인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읽고 있기만 해도 뿌듯함이 느껴졌어요. '치료를 잘하고 싶다!'라는 원초적인 욕구가 일어나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치료를 하면서 치료적/반치료적이었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저자들이 구성한 9가지 순간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 서로 이해하고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 슬픔과 상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순간
- 긍정 정서를 경험하는 순간: 웃음, 즐거움 나누기, 존중이나 경외심, 사랑
- 어려운 결정을 함께하는 순간
- 삶은 불공평하다는 깨달음을 통해 자기비난에서 벗어나는 순간
- 깊고 통합된 내러티브를 함께 지켜보는 순간
- 치료자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 드물게 일어나는 실수를 인정하고 회복하는 순간
- 치료자가 자기개방을 하는 순간
9가지 순간은 모두 치료적이지만 어떤 요소는 도전적이기도 합니다. 치료자에게 도전적인 순간도 궁극적으로 '치료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상담/치료라는 것은 결국 내담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도전이 일으키는 치료자의 불안을 알아차리고 치료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도록 지금-여기로 돌아와야 합니다.
- Summers, R. F., & Barber, J. P. (2010).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Guilford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