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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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출판된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을 읽고 있습니다. 15주차에는 치료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강점을 다루었고, 16-17주차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역동치료는 보완적인지, 배타적인지, 병행한다면 어떤 문제들이 있을 수 있는지를 다루었어요. 어느덧 책의 마지막 챕터를 향해 달려갑니다.
15주차. pp. 249-261.
이번 주는 치료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강점을 다루었는데요. 먼저 치료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알아차리고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그 반응이 치료자와 내담자, 그리고 치료관계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살피고, 내담자에게 어떤 새로운 관계경험을 줄 수 있을지 고려하여 반응해야 합니다.
치료프로토콜을 얼마나 충실히 했을 때 치료적이었는가에 대한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너무 따르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과도하게 그대로 따라갔을 때에도 치료효과가 적을 수 있다는 거죠. 개별 내담자의 특성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치료관계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치료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데 있어 유연성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유연성 자체가 내담자가 치료에서 경험해야 할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16주차. pp. 265-276.
이번 주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의 통합적인 적용에 대해서 다루기 시작했는데요. 매 챕터마다 그랬던 것 같은데, 질문을 통해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이 챕터에서는 심리치료와 약물치료가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비슷한 치료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요.
몸과 마음의 이원론에 대해서 짚으면서, 두 체계 중 무엇이 더 우월한 영향을 지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설명체계를 가지고 인간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고 봅니다. 저 역시도, 몸과 마음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특히 마음이 힘들 때에 몸에 대한 개입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약물과 심리치료의 목표를 다루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약물이 구체적인 증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심리치료는 태도, 기능, 관계 문제를 다룬다고 제안합니다. 심리치료가 전두엽 기능 활용해서 내러티브를 재구성하고, 지각을 교정하며, 정서를 조절하도록 돕는 Top-down 방식의 개입이라면, 약물치료는 피질하 구조, 즉 기저핵을 비롯해서 호르몬 체계를 조절함으로써 전두엽에 영향을 미치는 Bottom-up 방식의 개입입니다.
한편 약물치료는 환자/내담자의 자기비난과 과도한 죄책감을 줄여주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다루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증상이 유발되고 약으로 조절이 가능하다면 증상의 원인이 '극복하지 못하는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비난과 죄책감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증상이나 어려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건 다 신경계의 문제야'라고 느낀다면 삶은 무기력해지기 쉽습니다.
이 양극단은 반은 맞고 맞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약물치료는 피질하 구조를, 심리치료는 전두엽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두 치료가 서로 다른 기제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가치에 따라 삶을 꾸리고 누릴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 있는 약물치료의 영향을 다루는 것도 치료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치료 말미에 '이게 전부 약의 효과였다면 어쩌죠? 약을 끊고 나서 똑같아지면요?'라고 묻는 내담자가 있었는데요, 이때에 심리치료에서 다루었던 문제의 경과를 점검하고 요약하는 식으로 '변화를 확인하고 통제감을 불어넣는 작업'이 필요했었어요. 이상적으로는, 약물치료 종결 후에 심리치료를 종결하거나 부스터 세션을 가질 수 있다면 이러한 내담자의 두려움을 충분히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17주차. pp. 277-290.
지난주부터 약물치료와 정신역동치료의 결합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이번 주 분량을 읽으면서, 의사-치료사와의 관계보다는 '처방과 투약'의 행위를 치료자의 사소한 언어/비언어적인 행동이나 상담 경험 자체에 대입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치료 스케줄을 잡는 것, 변경하는 것, 휴가, 호의의 표시 등의 사소한 상호작용, 혹은 상담 경험을 내담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를 투약 행위에 빗대어서 읽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어떤 행동에도 전이와 역전이가 발생한다는 정신역동적 패러다임을 일깨울 수 있었어요.
"내담자가 투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치료자의 제안이나 사소한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입해서 발생 가능한 전이를 미리 예상하거나 이미 일어난 반응을 숙고해 볼 수 있겠죠. 치료관계와 그 상호작용을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정신역동적인 접근이에요. 한편으로는 상담 경험 자체를 수직적인 관계의 재현으로 받아들이는지, 통제를 잃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지로도 대입해 볼 수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과거로부터 지속되는 역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현실적인 고려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공감과 질문이 필요한데요. 과거 경험, 즉 역동의 반복에는 치료자의 사소한 행동이나 상담 경험 자체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도 포함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 Summers, R. F., & Barber, J. P. (2010).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Guilford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