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최고의 간식이다.
| 이미 관계 사고를 겪고 있다면? STOP!
지난 내용들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당신이 관계 사고를 이미 겪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잠깐만. '나 정신에 문제 있는 거야?' 하고 좌절하기 전에 조금만 더 읽어보면 좋겠다. 내가 관계 사고를 겪을 때,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아래에 정리했다. 방법을 차례대로 정리하다 보니, STOP이라는 멋진 이름도 만들어졌다.
STOP
1. Stop, but : 잠깐, 그런데 사실이 맞아?
이 방법은 아주 중요하다. 만약, 길을 지나가다가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 '저게 혹시 나 말하는 건가?'하고 생각이 들 때, '잠깐,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나 신경 쓸 이유가 있을까?', '잠깐, 그런데 다른 이유는 없을까?'라는 질문들로 내 생각이 정말로 사실인지,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한 해석인지 현실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무심코 스치는 생각이 쌓이기 전에 환기를 시켜줄 수 있다.
2. Talk to someone safe : 믿을 만한 사람과 이야기하기
이 방법은 관계 사고에 이미 잠식되어 자신의 사고를 스스로 점검하기 어려울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 지인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그들의 관점을 들어보자. 내가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시각은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3. Own it : 자신의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 두 가지 방법으로도 조절이 되지 않고, 나의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관계 사고에 너무 대항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자. 관계 사고를 경험하는 자신이 이상하다며 비난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의심이 드는 순간, '왜 나는 이렇게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왜 이렇게 나는 예민하지?'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우리의 생각은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더 강해진다. 그래서 '내가 지금 관계 사고를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고, 그 생각이 떠오르는 나를 받아들인다면, 불필요한 불안이 줄어들어 관계 사고가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관계 사고는 단연코 그 사람의 부족함이나 잘못된 사고방식이 아니다. 여태 관계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알려줘 놓고는, 갑자기 잘못된 게 아니라니. 논리가 참 없는 글이구나 싶겠지만,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이런 생각을 절대 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관계 사고는 어떤 특정적인 환경에서 자랐거나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겪을 수밖에 없는) 반응이기에, 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 사고가 나의 감정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고 있으냐는 것이다. 누군가가 집요하게 따라붙는다면, 계속 도망갈 것이 아니라 나를 따라오는 녀석이 누구였는지, 내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는지 바라보고,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심각한 문제라도, 그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치료의 첫걸음이다.
4. Professional help : 전문가의 도움 받기
만약, 스스로 생각 전환도, 믿을 만한 누군가와 대화를 해도 해결되지 않고,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게 되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관계 사고는 내버려 두면 불안, 우울과 같은 신경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증까지 다양한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씨앗이 된다. 그래서 나의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를 통해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 그들은 여러분들이 꽁꽁 닫힌 상담실의 문을 열어줄 것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 관계 사고가 정말 사실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번의 관계 사고와 씨름하는 나는, 오늘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떠오른 질문이 이것이었다. 아니겠지, 노파심이야,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정말 사실인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1. 사실은, 드물다
사실은, 관계 사고로 여겨지는 상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타인의 행동은 대체로 그들 자신의 맥락에서 비롯된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당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말들은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하는 것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감정과 상황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설령 그들의 말이나 행동이 우리와 정말 관련이 있다고 해도, 그 동기나 의도는 일반적으로 그들 자신의 관점에서 결정된다.
이러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며 살아간다. 물론 때로는 그 해석이 옳을 수도 있지만, 관계 사고가 작동하고 있을 동안에는 과도하게 자신과 연결을 짓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나 자기를 비난하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 타인의 행동이나 말의 맥락을 우리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그들 자신에게서 비롯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 사람이 웃는 이유는, 내 화장이 무너져 있어서, 피부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퇴근길에 좋은 일이 있었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생각을 빼는 개그 영상을 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2.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기
백번 양보해서 관계 사고가 사실로 확인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 그 사실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타인의 비판이 나를 향한 것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내 정체성을 전부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자. 만약에 인사를 잘하지 않는 회사 직원이 내 험담을 하는 느낌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면, '역시, 내 느낌이 맞았어. 회사 사람들을 다 나를 싫어하는 게 맞아', '나도 이제부터 당신을 미워해주겠어. 나라고 못해서 안 하는 줄 알아?'라며 관계 사고나 부정적인 감정을 강화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비판이 나의 모든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말 어렵겠지만 감정을 사실과 분리하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어느 날, 유튜브 숏츠를 뒤적거리다 한 영상에서 어떤 외국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 당신에게 친구가 '넌 파란 사람이야.'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나요?" 그 질문을 듣고 나는 곧바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파란 사람이라고?', '내가 파란 사람인게 왜'. 그러니까 파란 것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게는 파란 사람이라는 말은 아무런 효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과, 설령 내 얼굴에 파란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지적한 말이었을지언정, 그 친구의 '파란 사람'이라는 정의가 나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3. 타인의 행동에 대한 객관적 이해
또, 타인의 행동이 나와 정말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면, 그 동기를 이해하고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람들의 행동은 그들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관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이 나와 관련이 있더라도 모든 것이 나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이나 비난만이 주목적은 아니다. 상사에게 평소처럼 결재를 하러 갔는데 갑자기 나의 서류에 대해 비판을 한다면, 업무적 피드백이거나 상사의 개인적인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 있다. 그렇다고 나를 향한 모든 타인의 행동을 꾹 참고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나를 싫어하는 상사. 라는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분노하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는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제 회사 임원진들끼리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다더니 그때 실적 얘기가 나왔나 보다. 라며 상사의 상황이나 맥락에서 이해한다면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만 갇히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4. 대화
그들의 행동이 정말 그들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나를 정말 파란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그 상사는 정말 회의에서 실적 압박을 들었던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들은 내용이 사실인지', '그 말, 그 행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다'와 같은 열린 대화로 오해를 해소하고, 관계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5. 자기반성과 성장의 기회
이 방법은.. 쉽지 않다. 솔직히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의 의견이 달가울 수 없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나의 약점이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본다면, 관계 사고가 사실이라고 해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확인했는데, 정말로 누군가가 나의 행동이나 태도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줬다면, '그들이 지적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라며 건설적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하려는 노력 때문에 나를 과도하게 몰아붙이고 나의 감정이나 일상을 무너뜨리려고 침범한다면, 곧장 그만두고 다른 생각이나 다른 활동을 통해 잊을 것을 추천한다.
| 내가 주는 건 어차피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필자도 누군가의 무심한 말투나 표정을 적대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인 경험이 있다. 사실은, 정말 많다. 그 시작은 어쩌면, 한 학년 전교생이 9명이었던 시골 마을에서 한 읍내 고등학교를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고, 기숙사에는 평일마다 친구들과 지내는 동안 먹을 간식을 가지고 오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있었다. 그 당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내 기준), 코스트코라는 곳에서 사 온 외국 과자들, 연예인 누가 홍보하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와 어디에서 유명하다고 소문이 난 맛있는 간식들을 많이 꺼내놓는 친구들 앞에서, 나는 삶은 고구마만 가득 싸 준 엄마를 원망하며, 간식을 가지고 오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금도 아침마다 고구마를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그때는 그 고급스러운 과자들 사이에 두기엔 어쩜 그렇게 구린내가 나는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아 짐가방 맨 아래에 옷들 사이에 숨겨 두었다. 그리고는 밤이 되었을 때 친구들 몰래 혼자 다 먹어치워 버렸고, 그날 이후로는 농사일을 하던 부모님이 키운 촌스러운 농작물이 아닌, 그 농작물을 판 돈으로 마련한 용돈으로 직접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맛있는 간식들을 선별해 사 갔다. 그런데 분명 나는 그때 맛있는 과자들을 친구들 앞에 내어 놓았고, 친구들과 성공적으로 나눠먹었음에도 친구들이 그 간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나 혼자, 나는 어떤 간식을 가져와도 다른 친구들의 간식에 뒤쳐진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가져오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죄다 거부당하는 것 같은 아주 불쾌한 기분과 말이다. 그 뒤로 나는, 누구에게도 절대 먼저 먹을 것을 건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상대방이 먼저 요구하지 않는 이상은. 어차피 내가 주는 간식은 다 안 좋아하니까. 어차피 다른 친구들이 나보다 더 좋은 간식을 가져오는데 뭐.
병원에서 관계 사고를 경험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 자신도 관계 사고를 겪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했던 시절에는 이토록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들에 짓눌리지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되는 시간들을 통해, 타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민감해지는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자신감이 유독 더 없는 날에는, 나 혼자 비판의 북, 단점의 장구를 치며 더 의심하고 경계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의 숨은 의미를 찾는 것이 직업의 일부이기도 하기에, 나는 이런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때로는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관계 사고가 내 감정이나 생각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 녀석을 다루어서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는 데에 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못다 한 열 마디:
나중에 다른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한 친구가 내가 그날 혼자서 고구마를 몰래 먹는 모습을 보고 나를 굉장히 이기적인 아이로 봤었다고 한다. 친구야, 그때 간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해. 10년도 훌쩍 지나버렸지만, 언젠가 너가 이 글을 보고 그 일을 기억한다면, 그때의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래. 그때 나는 내 간식을 내놓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 너희에게 나눠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어. 화려하게 포장된 고급스러운 간식들 사이에 다 식어버린 삶은 고구마처럼, 내가 너무 초라해질까 봐 숨겼었어. 나중에 구겨진 고구마를 혼자 먹어치울 때는 나 혼자 먹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니야. 많이 힘들었어. 목이 많이 메었거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주지 못한 고구마를 꼭 준다고 약속할게. 사실 우리 엄마가 키운 고구마, 진짜 달고 맛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