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청호동
김. 모루
아바이 순대 먹으러 청호동에 가려면
슬픔도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돼요
한 소년을 알게 되었죠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
허름한 골방에 선풍기 한 대로 여름을 나는 그곳에서
"까져먹었어요"를 '과자 먹었어요'로 잘못 오해한 나에게
서울에 일하러 떠난 부모를 기다리던 맑고 투명한 아이,
갯배를 타러 아바이 마을에 가려면
아린 기억도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돼요
그곳에서 속초로 나오는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의
갯배에는 소년이 배를 타고 통학하고 있었으니까요
손에 굳은살 배기며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곳,
실향한 할아버지와 모진 겨울을 견딘 소년의 외진 기억의 흔적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