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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ug 05. 2024

나는 당당한 싱글맘을 선택했다.

  서른 넷에 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이혼했던 철 없던 나는, 핏덩이를 데리고 이혼한 싱글맘인 내 처지를 낭만적 상황으로 해석했다. 많은 문학 작품 속에는 아직 젊디 젊은 나이에 미망인, 혹은 사연 있는 여자가 된 아름답지만 불행한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져 하층민의 생활에 머무르다가, 본인들의 엄청난 능력과 재주로 인해 성공하여 아이에게 멋진 엄마가 되며, 스스로의 자아도 멋지게 실현해낸다.     


  어처구니 없지 않은가. 스스로를 동정하며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감정이입을 하다니. 하지만 이런 주관적인 상상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누가 감히 인생에서 이혼이라는 큰 빙산을 만나, 그것도 아이를 데리고 홀로 살아가야만 하는 막막한 상황을 맨 정신으로 견뎌낼 수 있겠는가.   

   

  무언가 깊은 슬픔을 품은, 정말로 슬픔에서 허우적대던 그 시절의 나는 '선택할 여유', '결정할 자신감'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게 닥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호기롭게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이왕이면 당당하고 멋진,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싱글맘이 되기로 말이다.

    

보통 싱글맘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경제적 고난/ 사회적 고립/ 걱정과 우울/ 사회적 편견/ 혼자만의 책임과 중압감/ 좌절과 실패/ 나약함/ 자원의 부족/ 깊은 스트레스와 절망감/ 차가운 현실과 고된 하루......     


하지만 혼자이기에 더 단단해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하기에, 이런 단어들도 떠올릴 수 있다.           

독립심/ 자립심/ 책임감/ 희생 정신/ 강인한 내면/ 깊은 모성애/ 사랑과 용기/ 인내와 끈기/ 새로운 자아 발견/ 일과 가정의 양립/ 자기 계발과 열정/ 꿈과 열망/ 위기를 통한 성취/ 스스로를 돌보는 자존감의 회복/ 인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 어려운 처지에 처한 이들에 대한 동정과 공감, 유대감......        

  

 실제로 싱글맘 출신이지만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자녀도 멋지게 길러낸 능력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다. 특히, 훌륭한 작가 중에 의외로 싱글맘 출신이 많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롤링, 우리나라 작가 중 박경리 선생님, 공지영 작가. 그녀들의 책의 서문이나 작가와의 인터뷰 등을 종종 읽곤하는데, 박경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내게 멀쩡한 남편이 있었다면, 글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조앤 롤링은 싱글맘의 외로운 처지가 되고 나서,
'세상을 바꾸려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빠른 이혼이라는 격지않아도 될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홀가분했던 점은 앞으로 주어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지 오로지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모르는 소리~~ 결혼하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무얼하든 배우자의 동의와 허락, 협조가 있어야한다 것이다. 나의 의견을 존중하고, 무조건 지지에 주는 배우자라면 문제 없겠지만, 경제권이 없는 많은 엄마들 중에서 의외로 아직도 가부장적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여행 휴가지 결정부터, 아이 양육방식, 저녁식사 메뉴와 직장과 나의 커리어 문제. 하다못해 운전학원을 등록할지 말지와 같은 사소한 문제들도 "남편과 상의해볼게요~"라고 대답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결정 상황에서 고민할 거리가 없게 됐다. (아니 사실은 너무너무 많다)


내  스스로 결정해야만 할 문제들이 너무나 많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내 생각대로,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운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처한 위기 상황을 기회로 삼아, 보다 단단하고, 내면이 강인한,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삶을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공감할 수 있는, 멋진 싱글맘이 되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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