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by 라엘북스


오늘은 오랜만에 산행.

아침 일찍 트레킹화를 조이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춘천 감악산.

등산을 좋아하는 지인을 따라 졸래졸래 따라갔다.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불과 얼마 전까지 절대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늦여름 더위가 있었는지 가물가물 하다.


힘차게 흐르는 개울 소리에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재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다른 것 생각하지 않고 오직 돌 밑에 가재가 있는지 없는지에만 집중하던 시절.

지금은 산에 오르는 중에도 왜 이렇게 잡스러운 생각이 가득할까.


가파른 B코스와 완만한 A코스 중에 조금 더 쉬운 길을 택했다. 멋지게 가파른 코스를 오른 후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보다 순간 순간을 완연하게 즐기고 싶다. 꼭 숨이 차야만 인생을 잘 살았다는 것은 아니니까.


감악산은 바위 산이라서 그런지 중간 중간 바위도 많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커다란 돌무더기도 꽤나 만들어 놓았다.


산길을 오르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다녔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산이 볼 때는 불과 100년, 200년 전의 사람들일텐데, 현재의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다른 모습일까.


산을 오를 때 마다 산과 나무가 주는,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존재하는 것의 위대함을 느낀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가치란 무엇일까?


아침에는 운무가 가득했지만 정상을 향해 오르다보니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아등바등 산 밑에서 살아가는 삶이 산 위에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커다란 장애물처럼 보이는 봉우리들도 위에서 보면 멋진 풍경으로 어우러져 있는 하나일 뿐이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