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 젠더논란의 중심에 메갈 손가락이 있다. 이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가 작다는 조롱의 의미로 사용된다.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나 맞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글의 뒤에 설명할 예정이다.
이 손가락 모양은 2023년 현재 남성혐오를 상징하는 손가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 저 손가락이 소위 '메갈 손가락'이다
일요일 새벽 3시, 긴급히 출근하는 넥슨 직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진.
2023년 11월,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게임 이미지에 메갈 손가락 모양이 삽입된 것이 확인됐다. 하청업체가 납품한 이미지였다. ‘남성혐오’의 상징이 하청회사의 납품을 통해 원청회사인 넥슨의 게임에 삽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넥슨 본사는 전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덕분에 평일인 일요일 새벽, 판교 넥슨 사옥 근처는 출근하는 직원들의 자가용으로 가득찼다. '메갈 손가락' 때문이었다.
해당 이미지의 제작자가 본인의 트위터에 게시한 글.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수차례 있었으나 이번에는 파급력이 강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메갈 손가락 이슈로 뒤덮일 정도였다. 그 이유는 손가락 모양이 의도적으로, 남성혐오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의 원화가가 트위터에 쓴 글 중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 ‘시대가 이럴수록 더욱 페미니스트 선언을’ 이라는 내용을 남긴 것이 결정적인 증거였다. 지금은 삭제되었으나 원화가가 근무하는 하청업체 ‘뿌리’의 2차 사과문에서 ‘메갈 손가락’의 삽입이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더욱 공감했던 문제는, 해당 원화가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공적인 업무에 사적인 신념을 삽입해서 회사에, 그것도 하청회사 직원으로서 원청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넥슨의 고객 대부분이 페미니즘 사상에 불편해할 수 있어 매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사 직원이 자신의 신념을 이미지에 몰래 삽입해 원청사에 납품한 행위다. 어떤이는 이 사건을 페미니즘 문제를 떠나 원청사에 대한 하청사의 반란 행위로 보기까지도 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거대한 이슈가 되었다. 직장인 최대 커뮤니티인 ‘블라인드’가 해당 이슈에 대한 글로 가득찼으며,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넥슨 메갈 손가락 사건'으로 끓어올랐다. 여성민우회 주도로 넥슨 측의 대응이 ‘페미니스트 마녀사냥’이며, ‘논란이 된 집게 손가락이 남성혐오를 상징한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와 반대로 민노총이 이 시위에 참여한 것에 대해 민노총의 산하 노조인 넥슨 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집게손 논란이 '억지논란', '페미니즘 혐오몰이'라며 넥슨에 항의하는 여성단체들. 넥슨노조의 상위 단체인 민노총도 참여했다.
이 상황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냐고 묻는다. 반발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에 이렇게 민감하게 대응하는 넥슨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메갈 손가락이 젠더 논란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넥슨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시사하면서 들었던 근거가 ‘(민노총은) 손가락의 의미도 모를 정도였다’ 였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