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넥슨 메갈 손가락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하는 점
4. 넥슨 메갈 손가락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하는 점
이번 넥슨 메갈 손가락 사태는 페미니즘 지지자가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쉽게 말해 개인의 잘못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여대에 극렬 페미 동아리들의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다보니 이번 사태와 여대 출신을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내 경험상 여대 출신이라고 해서,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이화여대 부속 목동병원에서 근무했었다. 당연히 다수의 여대출신 의사들과 근무해야하는 환경이다.
특히 내가 근무하던 시기는 젠더이슈와 관련해 민감한 변화가 있던 시기다. 2019, 2020년 경에 응급실 실습도는 학생들이 의전(대학원)에서 의대(학부)로 바뀌며 학생들의 연령대가 갑자기 낮아지고, 안 보이던 숏컷 학생들이 갑자기 여러명이 등장했다. 숏컷이 페미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때다.
나도 다른 젊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강남역/혜화역 시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들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까 조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숏컷 학생’들도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하면서 상식 밖의 사고를 치는 경우는 없었다. 다들 책임감 가지고 열심히 했었고 숏컷 인턴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TMI지만 의대전환 첫 학번 의사들이 인턴으로 근무했던 2021년은 코로나와 여타 병원내 문제로 내과 전공의들과 인턴 선생들이 유독 고생했던 때였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측에서 보여주는 대응을 보면 참 안타깝다. 세상이 많이 바뀌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뭘 잘못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가 비난받는다고? 게임회사 넥슨의 여성혐오에 반대한다! 이게 그들 논리의 전부처럼 보인다.
이번 넥슨 메갈 손가락 사건은 업무에 있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벌어진 사고이기 때문에, 여성계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페미니즘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어야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의 과실을 보고 ‘그녀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며, 메갈 손가락은 남성혐오가 아니라며, 넥슨의 대응이 과도했다며, 메갈 손가락에 분노하는 대중들이 무식한 것이라며, 명백한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며 감싸주는 행위는 페미니스트들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 하는 집단이라는 인식만 남기게 된다. 페미니스트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구분하는 사람이 아닌 여자인지 남자인지 만을 구분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얘기다.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은 메갈 손가락 논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다시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가득한 사회가 될것이다. 지금처럼 페미니즘이 공격당했다며 상대방을 인셀(비자발적 독신남)이라며 매도하는 행위에는 더이상 설득당할 사람이 없다.
자정을 논의하자는 사람을 배신자라고 몰아낸다면 결국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적과 아군을 가를 때가 아니다. 페미니즘이 왜 지지받지 못하는지 의논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넷페미와 여성단체들이 추구해왔던 것 중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끝.
1부 인트로
https://brunch.co.kr/@qkrjiyong/13
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https://brunch.co.kr/@qkrjiyong/14
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https://brunch.co.kr/@qkrjiyong/15
4부 어떻게 화해해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