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메갈 손가락의 등장
2. 메갈 손가락의 등장
메갈 손가락이 만들어진 시점은 메갈리아 홈페이지가 만들어진 2016년 이전이었다. 메갈리아에서 워마드까지 이어졌던 이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어떤 이들은 넷페미로 특징지어지는 4세대 페미니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는 최근의 한국의 페미니즘이 ‘4세대’ 페미니즘이라는 의견에 반대하기에 이들을 ‘넷페미 운동’이라고 명명하겠다)
그 움직임은 2015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시작되었고, 이듬해인 2016년 흔히들 넷페미의 상징으로 생각되는 메갈리아 사이트가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넷페미 운동의 시작이 디씨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였기에 이들의 움직임은 ‘메’갈리아로 네이밍되었다. ‘메르스 갤러리’ + ‘이갈리아의 딸들’이어서 메갈리아인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시작이 메르스 갤러리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 말고 누군가 설명해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직 ‘메갈리아’가 생기기 전, 메르스 갤러리에는 페미니즘 관련해 처음보는 발상의 주장이 많이 나왔었다. 그 중 메갈 손가락 관련해서 나온 얘기는, 남자들을 조롱할 때 성기 크기가 작다고 조롱하면 효과가 좋다는 거였다. 이 후 많은 사람들이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고 조롱하니까 실제로 반응이 격렬하더라는 경험담이 나왔고,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갈 손가락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손가락 모양은 이듬해 만들어진 ‘메갈리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메갈 손가락이 남성혐오의 상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제도권에서도 다들 남성혐오가 아니라고 옹호했고, 나도 개인적으로 그런 방식의 비꼬기를 좋아한다. 당시 인터넷에는 한국여자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들이 많았기에 이에 대해 보여주는 재미있는 미러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2016년 강남역 시위, 2018년 혜화역 시위를 통해 여성운동이 남성혐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발생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사회운동 참여로 특징되는 넷페미 운동의 특성상 메갈리아는 페미니즘 시위의 중심이었고 메갈 손가락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사실 메갈 손가락 이미지 삽입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21년부터였다. 그런데 정작 ‘메갈 손가락’을 사용한 메갈리아가 폐쇄된 것은 2017년이다. 메갈 손가락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과 4년의 차이가 난다. 어떤 이들은 4년의 차이를 이유로 메갈 손가락을 메갈리아와 연관짓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메갈리아 폐쇄와 ‘메갈 손가락’ 논란의 시작 사이 4년이라는 차이는 ‘메갈 손가락’과 ‘메갈리아’에 관련이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4년의 차이는 단지 특정한 상황에 의한 공백일 뿐이다. 그 이유는 4년 동안에는 굳이 페미니즘을 몰래 삽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9, 2020년 까지는 페미니즘 열풍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문제가 없었다.
원래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2018년 여성 운동이 남성혐오로 번지며 젊은 남성들의 의견이 넷페미의 반대편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라는 의견에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동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고 박원순 시장도 그렇고 정치인들은 다들 ‘나도 페미니스트’라며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기 바빴다. 문재인 전대통령이 강남역 시위와 관련해 ‘다음 생애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고 트윗한 것은 유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기 까지는 메갈 손가락이 굳이 어떤 이미지에 숨겨져 나올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2021년 즈음 해서 메갈 손가락이 이미지에 숨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메갈 손가락 이미지 삽입은 이전에도 있었다고는 하나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건 2021년이다. 왜 하필 2021년이냐? 2021년이 어떤 해냐면 이준석이 당대표로 당선된 해다. 이준석이 젊은 남성들의 분노를 대변해주고 이게 언론에 집중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하니까 정치인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꺼낼 수 없는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1년 전부터 이미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페미니즘 동아리는 신입생 모집을 못해 없어지는 추세이며 대학교 총여학생회도 존립 이유가 없다며 성대, 연대, 동국대 등 여러 학교에서 폐지되는 추세다.
비슷한 사건인 GS사건이 터진것도 2021년이다. GS사건 때도 메갈 손가락이 사용되어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에 이 사건이 실제로 의도된 것이라는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정말 많았다. 손가락 말고도 메시지에 megal 이라는 글자도 있었고 달별모양도 알고보니 페미 상징일 정도였다. 그럴싸한 심증이 너무 많아 물증 중시하는 나도 심증만으로도 의도된거라고 거의 확신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의심을 확신으로 굳힐만한 물증이 없었기에 GS 사건은 이번 넥슨 사건만큼의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GS 이미지 외에도 의심할만한 다른 기업들의 이미지들은 굉장히 많았지만 역시나 물증은 나오지 않았고 논란은 일부만의 관심거리로 남았다.
그런데 이번 ‘넥슨 사건’은 달랐다. 심증을 넘어 정황상 명확한 물증이 발견된 것이다. 메갈 손가락 이미지를 넣은 사람이 본인의 트위터에 스리슬쩍 페미해줄게 라는 언급을 남겼고 이게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그 전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서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명확한 물증까지 확보돼서 이 정도 여파가 나타난 것이다.
메갈 손가락과 이미지 삽입 논란의 의미는 이 정도면 충실히 설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왜 메갈 손가락이 어떤 것인지는 알겠다.
그런데 그 손가락 모양에 그렇게까지 분노할 필요가 있나? 왜 저렇게 단체로 불 붙어서 열내는걸까? 성기가 좀 작다고 놀리는게 어때서? 그들의 주장대로 소추소심(작은 남성의 성기에 작은 마음이 깃든다)이라서 그런걸까?
1부 인트로
https://brunch.co.kr/@qkrjiyong/13
2부 메갈 손가락의 등장
https://brunch.co.kr/@qkrjiyong/14
3부 여성시위와 본격적인 남성혐오
https://brunch.co.kr/@qkrjiyong/15
4부 어떻게 화해해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