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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Sep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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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1)

  나는 방금 어떤 사람의 위인전을 봤다. 계란이 정말 병아리로 부화되는지 지켜보기 위해서, 닭장에서 계란을 빼내어 직접 품어보았다는 내용다. 나는 조금 이상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난로를 가까이 두고서 지켜보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닐까? 혹시 인내심이 부족하나 기록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스마트폰의 타임랩스이나 하이퍼랩스 기능을 이용해서 촬영하면 될 것이다.


  물론 그 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위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지켜보게 만들 생각을 못한 게 이상하다. 어쨌든 스마트폰이라는 건 참 편리한 도구이다.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 사람들은 계속 그것만 들여다보고 산다.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은 돈을 엄청 많이 벌었을 것이고,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스마트폰에 더 좋은 기능을 추가했으면 좋겠다. 나는 언젠가 스마트폰이 트랜스포머처럼 작은 로봇으로 변해서 사람들에게 재밌는 볼거리도 되고 말동무도 되어 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런 기가 막힌 물건은 너도 나도 갖고 싶어서 안달일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 불과하지만, 학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운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엄마가 시켜서 했다. 학원 원장님과 엄마가 이야기하는 걸 들어본적이 있는데, 명석이가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꼭 바이올린을 배워야 한다고 원장님이 그러셨다. 바이올린 외에도 미술 학원, 태권도 학원, 컴퓨터 학원, 재즈댄스 학원을 다닌 적이 있지만, 바이올린이 가장 적성에 맞았다. 컴퓨터 학원은 조금 재밌긴 했지만, 나중에는 쳇바퀴 돌리듯 같은 것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 재미가 없어졌다. 사실 그것도 있지만 컴퓨터 학원이 가장 싫었던 이유는 바로 '그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창호이다. 창호는 당시에 괜히 나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많았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선생님께서 시키신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그 아이가 먼저 무언가를 물어보러 왔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이걸 왜 어려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알려주었다. 그런데 조금 기본적인 것들, 예를 들면 자판의 위치나, 영어 타자를 치는 방법이나, 특수문자를 삽입하는 방법 같은 것들을 상세히 알려주었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아마 딴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나대로 당황스럽고 기분이 상해서 잘 대꾸해주지 못했다. 그때부터 창호와는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창호의 가장 친한 친구는 혁준이다. 혁준이도 왠일인지는 모르지만 나를 싫어했다. 둘과 나는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기도 하는데, 우연히 셋이 만날일이 있을 때가 있었다. 창호와 혁준이는 둘이 붙어 다니면서 나를 발견하면 괜히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옷이 마음에 안든다고 할 때도 있었고, 말 꼬투리를 잡아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내가 조금 잘못한 것 때문에, 창호가 내 배를 주먹으로 강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숨을 못 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주저 앉았던 기억이 있다. 주변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바로 일어섰다.


  그 이후에도 창호와 혁준이의 괴롭힘은 이어졌다. 나는 창호는 무서웠지만 혁준이는 그리 무섭지는 않았다. 그러나 둘이 같이 다니면서 나를 놀리는 것은 내가 단체로 따돌림을 당한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서 계속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언젠가 내가 크게 두렵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창호와 혁준이가 예전과 같이 나를 놀리다가, 뭔가 시덥지 않은 것을 두고 궁금하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유니콘이 상상의 동물인지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그리 궁금하지는 않지만, 눈치를 봐가며 조금 궁금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유니콘이 상상속의 동물이라고 말해주고는 말해준 대가로 500원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창호의 눈을 보니 이전과 같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뜸을 들이더니 주먹으로 내 배를 치는 시늉을 해보인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으로 가리며 뒷걸음치려고 했다. 그러자 혁준이는 "어디 가냐고" 라고 말하며, 뒤에서 나를 붙잡았다. 창호는 긴 다리를 굽혀 내 눈높이에 맞춰서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500원을 내일까지 가져오지 않으면 죽을 준비해"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가고 싶었다. 절대 500원을 주면 안된다는 마음이 컸다. 왜냐하면 일차적으로는 500원조차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고, 이차적으로는 500원을 주면 이제는 다른 것도 많이 요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전략을 생각해냈다.


  나는 500원도 주지 못하는 찌질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500원보다 더 많은 것들을 빼앗길 위험에도 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바로 500원을 '다른 방식'으로 주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다르냐고? 500원을 주긴 주지만, 땅바닥에 내팽개치듯 "그렇게 갖고 싶으면 가져!"라고 크게 소리치며 준다. 그러면 창호는 자기가 똥개훈련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그런데, 자존심이 상하지만 500원을 줬으니 또 고마운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혼란스럽고 불쾌한 나머지 다시는 창호가 나를 건드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고, 내가 그렇게 하자, 이제 창호는 나를 볼 때마다 모른척 하 지나간다. 나는 승리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고 신났다. 나는 앞으로 살면서도 이렇게 승리하는 기분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재치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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