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다 심장 떨어질 뻔
'어려서 잔병치레 많으면 커서 건강하다'
비틀어 해석하자면...
'어려서 잔병치레 없던 놈은 커서 식겁한다'
아들자식 군에 보내는 거나 딸자식 군에 보내는 거 하나 다를 거 없다.
중고등학교부터 꽤나 공부 잘했던 큰 딸이 대학에 들어가 한창 놀러 다닐 때쯤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들이민 '학군단 합격 통지서'
아내와 나는 씹다만 밥알을 입안에서 이렇지도 저렇지도 못하고 동작그만인 상태로 서로 놀란 눈만 끔벅이며 '이게 뭔 말이데??????' 물음표를 백 개는 붙여도 부족할 만큼 딸아이의 속내가 궁금했다.
딸아이는 수년 뒤 졸업 후 취업과 함께 그동안 부모로부터 배운(?) 독립적 자아실현을 위한 결단이라고 했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마주친 학군단의 ROTC 제복이 꽤나 멋있다고 했다. 그래서 지원해서 떨어지면 창피할 테니 준비한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학과성적과 신체검사를 위해 말없이 준비했다.
아참... 녀석이 언젠가 뜬금없이 "아빠 엄마 우리 집안에 공산당이나 간첩 있었어?" 하길래 "아빠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에 유도선수이셨고 맘에 들지 않던 순사 세 놈을 메다꽂은 적이 있다. 이 정도면 애국자 집안이다. "라고 했다.
자식이 하겠다는데 막아설 부모가 몇이나 될까?
씹던 밥알이 입안에서 마르기 전에 꿀꺽 삼킨 후 '오호~ 축하한다.' 한 마디로 승낙을 했다.
방학기간 중 몇 번의 훈련을 다녀오더니 학군장교로 임관하고 대학 전공을 살린 공병 병과를 선택 후 무시무시한 맹호부대에 배치되어 공병장교로 우뚝 섰다.
부대생활 중 이런저런 '희로애락'을 겪어도 괜찮다 좋다 재미있다 등 할만하다며 만족해하고 있다.
그런데 한 번씩 임파선이 퉁퉁 붓거나, 고열이 나서 의무대 가면 큰 병원 가보자 하고 병원에서는 폐렴이라는 진단을 내려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이번엔 며칠 전부터 열이 나 귓속이며 장난스레 콧구멍에 체온계를 대면 38.5도까지 올라 병원에 가 보니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매우 위험한 상태일 수 있다며 'A형 간염'을 의심했다. 급기야 사단 앰뷸런스를 타고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에 격리 조치하고 이팔저팔에서 혈액을 뽑아 여러 검사를 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녀석은 피를 너무 뽑아 빈혈인 거 같으니 면회 와서 영양보충을 해 달라고 하니... 천성이 낙천적이다.
아내는 며칠 째 신경이 쓰여 잠 못 들고 밥도 잘 못 먹는 통에 되레 입원할 사람은 따로인 것 같다.
몇 가지 과일과 좋아할 만한 주전부리를 챙겨 분당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처음 가 보았다.
웬만한 대학병원급으로 큰 건물들과 시설을 보니 뭔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군 병원인지라 다양한 환자들은 ROKA 티셔츠를 입었고, 짧은 머리를 하고 목발을 짚거나 깁스를 했어도 활기찬 분위기였다.
면회 신청 후 잠시 뒤 아빠 엄마를 본 딸 녀석은 하얀색 병원복에 슬리퍼를 신고 '충성 검사결과 이상무!' 하며 하얀 이를 드러낸다.
다행히 간염은 아니고, 다만 몇 가지 검사를 더 진행 중이며 별 일없으면 내일 오후쯤에 퇴원할 예정이란다.
병원밥은 맛이 없어서 얼른 나가고 싶다고 한다.
하기야... 어느 자식이 놀란 부모 마음을 헤아릴까?
너도 자식 낳고 키워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