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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매일 쓰기

정초부터 나가서 싸우고 다녀야 하는 거니?

by 글쓰기 하는 토끼

하루는 1호와 함께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엄마, 혹시 쌈닭 시리즈 계속 써 주시면 안 돼요?"

"어? 그거 엄마가 싸운 얘기 쓴 건데?"

"저는 그 얘기가 가장 재미있었단 말이에요."

"그럼, 엄마가 어디 가서 싸우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거야?"

"전화로 막 싸운 얘기 그거 써 주시면 안 돼요?"

"엄마가 언제 전화로 막 싸워."

"상담원들하고 전화하면 싸우시잖아요"


세상에서 제일 재미난 구경거리가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고 했던가.

1호는 나에게 자꾸 남이랑 싸운 얘기를 써달라고 졸라 댔다.

나는 불구경은 못해봤고 싸움 구경은 살면서 종종 하게 됐다.


어릴 때야 뭔 모르니 그저 재미난 구경 생겼네 했었지만 어른이 돼서는 내가 아닌 제삼자가 싸움을 하더라도 심장부터 벌렁벌렁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나는 전화통만 붙잡으면 이상하리 만큼 목소리가 커지고 싸움꾼이 되기는 한다. 나긋나긋 말해도 되는 내용도 감정이 막 복받치면서 큰소리를 내고 마는데 나도 그런 내가 참 이상하다. 얼굴 안 보인다고 이렇게 몰상식하게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되도록 전화로 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는 한다.


그나저나 저 시리즈를 계속 쓸려면 정초부터 나가 돌아다니며 싸워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디 가서 싸우고 돌아다녀야 한단 말이냐.

아, 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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