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들

잊은 줄 알았던 너를, 다시 꺼내어 봅니다.

by Rachel

20. 내 인생의 모든 갈래를 이끌어온 결이었던 너에게



산만했던 마음 위에, 네 결 하나를 얹는다.

이제야 모든 게, 정돈되기 시작했다



나의 수많은 날들이, 너의 수많은 날들과 겹쳐서,

누군가의 살아가는 날들에 하나의 발자국이 되기를.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의 길에도 따뜻한 흔적 하나쯤 남길 수 있기를.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그렇게 오래 남은 거 보면,

이건 그냥, 사랑의 찌꺼기 같은 게 아니었나보다.



코 문질문질하고, 팔이 스치면 얼굴 붉히고,

줄다리기 하나에 숨 몰아쉬던 그 시절.



그 애의 습관이 나랑 같았다는걸 알고, 질문하러 갔다가 마주친 눈빛 하나에

며칠이고 마음이 떠다녔던 걸 보면, 그건 아마도 사랑이었겠지.



그때도, 지금도. 너의 결.



나는 아직도 그 결을 따라 문장을 쓰고 있다.

닿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너였다고,

이렇게라도 전하고 싶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애의 태도도, 말투도, 행동도— 조금씩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애를 특별히 대했고, 그 애도 나를 다르게 대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다만, 그땐 우리 둘 다 몰랐던 것뿐이다.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그 사랑이, 아주 오랫동안 나를 살게 했다.

맑고, 행복하고, 예쁘게.



그래서 지금 나는, 사랑이 곁에 머문 시간들을 하나하나 쓸어보며 담고 있다.

책으로, 마음으로 담다 보면 언젠가는 기록이 되어 다시 꺼내볼 수 있는 무언가가 되겠지.



삶이 너무 힘들 때, 그런 날이 온다면—

이 마음 하나 꺼내 들고 다시 걸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이 마음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아서 함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수없이 그 시절로 돌아갔다.

그 애의 눈빛, 내 마음의 떨림, 우리가 지나온 계절들.

그 시절을 다시 살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 때와 닮은 마음으로 현재를 산다.

사랑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기록이 되어서 내 곁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어딘가에도 그런 결 하나쯤은 있어, 순간의 달콤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도, 지금도.

그 결은 당신을 닮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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