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이야기 4
오늘은 은퇴 이후에 어디에서 살면 좋을지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아이들 덕분에(?) 학군지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의 학군지는 예전 강남 8학군처럼 학교 중심의 구역으로 나뉘기 보다는 학원가 밀집지역 근처, 즉 얼마나 잘갖춰진 학원가를 편리하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인근 지역을 통틀어 지칭합니다.
서울을 예시로 든다면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학원수만 따져도 이 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그 수가 많습니다.
이렇게 학원수가 많다보니 자연히 아이들의 학습 분위기가 형성되고 근처 상권 또한 학원 뿐 아니라 학원가의 니즈(needs)에 맞춰 자연스레 백화점, 식당가, 문구점, 서점, 병원, 약국 등이 생겨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학교, 학원 밀집지역이다 보니 크고 작은 공원과 놀이터도 많습니다.
성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약간 심심할 정도로 유해시설 또한 없습니다. 하교 후, 중고등학생들도 주로 공원이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놀고 기껏 가는 놀이 시설이라곤 인형뽑기 방이나 코인노래방 정도 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 키우기엔 학군지가 장점이 참 많습니다.
단점이라면 높은 집값과 높은 전셋값, 교통란 등을 들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계속 학군지에 머무르고 싶진 않습니다. 더 교통이 편하고 쾌적한 곳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 때쯤이면 제가 은퇴할 시점도 되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20년 전쯤에 전원주택이 인기가 많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는 집을 정리해서 일부는 은행에 넣거나 적당한 곳에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으로 외곽이나 시골 주택으로 이사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게 트렌드였지요.
그런데 지금도 전원주택이 그 때처럼 인기가 많을까요?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신문이나 경제잡지, 인터넷 기사등에서 부동산 소식을 접하다 보면 전원주택의 인기가 예전만 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독자님들은 어디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저는 나이들수록 지금 살고 있는 곳을 떠나기가 망설여집니다. 물론, 서울 내에 투자의 목적으로 상급지로 갈아타기라면 모를까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더 외곽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여기 생활에 익숙해져서 근처에 친한 지인들도 많고 내가 잘 아는 동네가 가장 편하고 좋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도시에서 사는 노년층이 시골에서 사는 노년층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더 좋은 공기, 스트레스 없는 환경보다는 건강한 노년의 삶에 직접적으로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던 것은 바로 "큰 병원 가까이 사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들수록
1. 대중교통이 편한 곳
나이들수록 대중교통이 필요한 것은 자차 운전이 나이 들수록 쉽지 않아 언젠가 면허증을 반납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생명 안전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하철과 버스등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큰 병원이 가까운 곳
우리의 건강, 목숨과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big 5 대학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 강남 성모, 아산병원, 삼성병원) 근처의 집값은 비싼 곳이 많습니다. 굳이 big 5 아니더라도 중형병원 정도 규모의 응급실을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마트나 시장이 접근하기 쉬운 곳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최근 e-커머스의 발달로 마트나 시장의 접근성은 고려 대상에서 그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으나 노년층은 여전히 오프라인 형태의 시장이나 마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은 싼 값에 반찬이나 신선식품을 이용할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노년층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4. 공원이나 운동할 수 있는 자연이 가까이 있는 곳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나이가 들수록 매일 조금씩,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근처에 작은 산이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 공원이 있으면 좋습니다.
1~4번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친정이나 시가 근처에 모여서 집성촌(?) 느낌으로 아들, 딸들이 결혼 이후에도 부모님 곁에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동네 어르신들이 하는 말씀을 곧이 곧대로 전부 믿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손주를 맡겨야해서 부모 곁으로 찾아 온다기 보다는 본인들 자녀의 교육을 생각해서 부모 곁을 못 떠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스갯 소리로 하시는 말씀이 부모가 상급지에 살면 자식들이 많이들 곁에 와서 산다고 귀찮지만 좋다고도 하시더라구요.
어느 정도 이해도 되고 수긍이 가는 얘기였어요.
저도 자식들에게 기대는 삶은 싫지만 그래도 나중에 자식들 얼굴은 자주 보고 살고 싶거든요. 멀리 사는 것 보단 근처에 사는 게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식주 중에 목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주"입니다.
그래서 사실상 은퇴 이후에는 주거비용에 더 돈을 들이는 것은 부담스럽지요.
많은 분들이 은퇴 이후에 사는 집을 팔아 더 싼 곳으로 이사가고 차액으로 자식들 교육이나 결혼에 필요한 여러 비용을 대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이고 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요. 저 역시 나중에 어찌될지 모르고요.
그렇지만 나의 삶이 가장 중요한 만큼 은퇴 이후에도 좋은 곳에서 편안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