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야간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는 C-130 비행기
비행기 안은 시끄러운 소리와 작전 팀원들의 침묵으로 덮인다.
작전지역으로 가는 시간 동안 작전 대원들은 각자 생각에 잠긴다. 작전에 대한 임무와 주변 지형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생명줄에 맡기고 뛰어내려야 하기에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나는 와이프와 두 딸의 얼굴을 떠올렸다...
“강하지역 10분 전, 패스 일어 서! 고리 걸어! 고리줄 검사! 장비검사! 장비검사 보고!”
부하들은 내 명령에 의해 일어서서 각자의 안전고리를 기체 내 줄에 건다.
바쁘게 자신의 강하 장비를 꼼꼼하게 정비하고 뒤에서 앞으로 보고한다.
내 앞의 부하가 보고한다. “전 인원 강하장비 이상 무”
나는 바람소리에 묻히지 않게 크게 말한다.
“강하지역 5분 전! 몸 풀어!”
내 명령에 부하들은 지면에 착지 간 다치지 않도록 자신의 발목과 손목을 푼다.
“강하지역 1분 전! 대기!”
C-130 비행기 문 앞에 서고 부하들은 내 뒤로 밀착한다. 작전지역 내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서..
나는 비행기 문 앞에 서서 생명줄에 내 목숨을 맡긴 채 밖을 바라본다.
상공 1,500ft 야간이라 멀리 도심의 건물들의 네온사인 불빛으로 반짝 거린다. 하지만 우리가 투입해야 하는 작전지역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단 하나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야간 강하는 언제나 위험하다.
적진이라 생각하고 불빛에 의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위험이 나를 위협한다.
나는 비행기 문 위 신호등을 바라본다.
지금은 적색 신호다. 이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는 순간 머뭇거리지 않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내가 머뭇거리면 나와 내 부하들은 작전지역에 무사하게 착륙할 수 없게 된다.
침이 마른다. 특수부대 생활 10년 동안 80번이 넘는 강하를 했지만,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긴장감에 침이 바싹 마르고 식은땀이 흐른다.
하지만 항상 나는 부하들에게 티를 내지 않는다. 지휘관이기 때문에...
비행기 문 위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내 부하들에게 엄지를 들고 “뛰어!” 신호를 보낸 후 비행기에서 힘차게 뛰어내린다.
몸을 숙이고 뛰어내리는 순간 퍼뜩 눈이 번쩍 떠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뜬 채 소파에 있던 나. 꿈이었나?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3시 반이다.
하원 시간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한숨을 내쉰다...
두 딸을 등원시키고 집안일을 하다 점심을 혼자 먹고 따스한 햇살에 소파에서 잠이 들었나 보다. 1년도 더 지난 특수부대 시절 꿈을 꾸다니.... 지금 내가 있는 환경과 너무 다르다.
2년도 안 되었는데... 그때는 나에게 떨어진 임무에 충성을 다했었지...
지금은? 나는 갑자기 육아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둘째 아린이의 하원시간은 오후 4시. 집 아파트 옆 라인이다.
5분도 안 되는 거리의 아파트 1층 어린이집에 다닌다.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파트를 나선다.
바로 어린이집에 가야 하지만.. 왠지... 스멀스멀 두려움이 찾아온다...
특수부대에서 10년 동안 온갖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내가...
4살 어린 딸의 하원에 망설인다...
이 두려움은 무엇일까? 하원 시간을 늦춰 10분을 더 쉬려고 그러는 건가?
무엇이 두려운 거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육아 전투가 시작되기 때문인가...
기껏 치운 집안을 딸이 어지를까 봐? 저녁을 차려야 해서? 아니면 목욕을 시켜야 해서?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어린이집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 10분을 늦게 어린이집에 도착해 딸 아린이를 찾는다.
"선생님. 아린이 아빠입니다. 아린이 데리러 왔습니다."
"예. 아버님 잠시만요. 아린아 아빠 오셨어~"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에 아린이는 나를 보고는 “아빠!” 부르며 달려온다.
딸 아린의 미소를 본 순간 울컥한다.
'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나?' 부끄럽고 우스워진다.
"아빠! 왜 늦게 왔어 기다렸잖아."
"아린아. 아빠가 미안해. 다음부터는 5분 일찍 올게."
나는 말하며 다짐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아린이를 기다리게 하지 말자고..'
근무할 때는 한 달에 한두 번 보면서 얼마나 딸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던가..
지금은 24시간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다짐하며 아린이의 손을 꼭 잡고 껴안는다.
그리고 같이 웃으며 집으로 향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의 육아전쟁 후반부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