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심폐지구력 킹왕짱.
"수영 배우는데 얼마나 걸려?"
"1년 정도면 웬만한 건 배워."
"아, 그래?"
친구가 1년이면 수영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저는 자유형 3개월, 배영 3개월, 평형 3개월, 접영 3개월
다해서 배우는 데 1년.
이런 줄 알았어요.
(사실 저 질문을 할 때만 해도 너무 쌩초보라
자유형, 배영, 평형, 접영 순으로 배우는 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 킥판을 놓고 자유형을 못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포기할까 생각했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나는 추위를 잘 타니깐
겨울에 수영하긴 힘들겠지.
그나마 덜 추운 여름에 열심히 배워서 빨리 끝내야겠다'
원래 하고 있던
화, 목 7시 수영강습을 재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월, 수, 금은 새벽 6시 수영을 등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다니는 곳이 구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라
신규등록이 진짜 힘들어요.
게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여름에는 더더구나 치열합니다.
매월 21일 7시부터 빈자리가 있으면 신규등록을 할 수 있는데요.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야 가능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두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6시 30분부터 엄청 긴장하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7시가 되자마자 등록버튼을 클릭했습니다.
"아싸! 등록했다."
6월부터 주 5일 수영을 했습니다.
월수금 6시 수영강습에 참여하려면
새벽 첫 지하철을 타야 했어요.
늘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어서
간신히 지하철을 탔습니다.
헉헉헉헉.
가뿐 숨을 쉬면서 지하철을 타면
평안히 앉아계시던 어르신들이 힐끔힐끔 쳐다봅니다.
주 5일 수영은 진짜 너무 힘들었습니다.
주 3일 수영도 사실 벅찼는데
주 5일을 하려니깐 토요일만 기다리게 되더군요.
사실 딸아이가 주 3회 수영을 하다가
두어 달 전부터 주 5일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힘들다고 수영을 줄여달라고 할 때는
'1년 정도 배우면 수영도 잘할 텐데 왜 힘들다고 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잘 이해를 못 했거든요.
제가 주 5일 수영을 해보니 딸아이의 마음을 정말 잘 알겠더라고요.
얼마나 미안하던지..
덕분에 딸아이 수영도 주 2회로 줄여주었습니다.
6월 30일에
예약을 해두었던 국민체력 100에 체력측정을 하러 갔습니다.
(무료로 체력을 측정해 주는 곳인데 요즘에는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예약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네?"
"심폐지구력이 엄청 높아졌어요."
"아 그래요?"
매일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서 그런 건지
수영을 배워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수영을 했다고 해서 세 달 동안
얼마나 수영을 했을까 싶은데
안 한 것보단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3년 2월 수영을 하기 전 체력평가>
-파란색이 1등급 컷을 보여주고 있고, 빨간색이 제 체력상태입니다.
<2023년 6월 수영을 시작한 지 세 달째 되는 6월 말 체력평가>
'오. 나 이 정도면 마라톤 선수해도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수영을 하러 갔을 때에는
왠지 모르게 숨이 덜 찬 것처럼 느껴졌어요.
정말 생각하기 나름인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