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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보아저씨 Jul 12. 2018

회사 사옥에서 8개월 간 생활했던 이야기

회사에서 8개월 동안 먹고-자고- 입고- 출퇴근 했던 젊은시절 이야기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본 글은 "바보아저씨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배포를 금지합니다.)


본 글은

1) 척박했던 도시 사회초년생 시절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1권)

2) 군대같았던 지방출장 시절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1권)

3) 회사 사옥에서 8개월 간 생활했던 이야기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1권)

4) 힘들었던 해외파견 생활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1권)

5) 직장생활 9년만에 5억 모은 이야기

5편으로 나누어 연재되는 글입니다.


모처럼 저자가 에세이 글을 기고하였습니다. 아메리카노 한잔 하시면서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회사 사옥에서 8개월 간 생활했던 이야기


회사 사옥에서 8개월 먹고 자면서 버틴 이야기

- 이 악물고 8개월 버티며 살아봤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본사에서 제안서를 쓰고, 제안서 수주가 되면 다시 프로젝트를 나가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다 보니, 혼자 살면서 전세든, 월세든 온전히 2년 계약을 하고 집을 유지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1년간 지방 프로젝트를 완공하고 본사에 와서 제안서를 작성할 동안 집을 따로 구하지 않고


‘그래, 한번 회사 사옥에서 먹고 자보자’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회사 사옥 내 샤워실과 수면실이 완비되어 있었고, 회사 바로 건너편 건물에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아침-점심-저녁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 사옥에서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방에서 사업을 준공 완료하고 같이 일했던 감독관 공무원들과 송별 회식을 하고 작별 인사하고 서울 본사로 올라오면서 버릴 건 다 버리고, 옷가지만 챙겨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차는 회사 지하주차장에 장기 주차를 해뒀구요.


셔츠 7벌, 바지 5벌을 세탁소에 다 맡겼습니다. 셔츠는 장당 990원에 가능했고, 바지는 좀 비쌌죠. 2,500원이었습니다. 한 달 20일이니 셔츠 세탁비 2만 원에 바지 세탁비 3만 원 해서 세탁비는 5만 원이 고정적으로 지출이 되더군요. 깔끔하게 다려서 나오니 편하더라구요.


잠은 회사 수면실에서 잔 다음 아침에 회사 수면실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샤워실 층으로 이동해 샤워를 하구요. 락커에서 옷을 갈아입고 구내식당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 2,000원 주고 사 먹고 바로 사옥 제안실로 출근을 했습니다.


집도 없이 회사에서 먹고 사는 기상천외한 삶을 살았는데, 막상 저는 이게 꿀이었습니다. 당시 흙수저라 악착같이 돈 모으던 시절이었거든요. 회사에서 먹고 자니 월세 바로 아껴버리죠, 왕복 교통비 지하철비 아끼죠, 출퇴근 시간 왕복 잡으면 1시간은 걸리니 하루 중 1시간 바로 아끼죠, 정말 순수 들어가는 돈은 한 달에 세탁비 5만 원, 휴대폰비 5만 원, 그리고 식비가 전부였습니다.


수면실 이불과 베게는 매일같이 회사에서 갈아주었습니다. 수주사업을 하는 업종이다보니 야근을 많이 하는 일의 특성상 사옥에서는 수면실을 크게 운영을 했거든요. 간혹 술주정뱅이들, 코 고는 직원들이 난입해서 숙면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공기청정기 있고, 습도 온도 다 맞춰져 있는 회사 사옥 수면실은 숙면에 지장이 없었죠. 프라이버시만 없었을 뿐이었구요.


회사 샤워실에는 항상 따뜻한 물이 빵빵 잘 나왔고 드라이기, 샴푸, 비누, 스킨로션까지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출근복은 세탁소에서 다 빨아줬죠. 그러니 주말에 속옷빨래만 해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오전에는 9시 출근이었으므로 8시 30분까지 자다가 일어나 씻고 출근해도 시간 맞추는 데 아무 문제가 없더군요.


처음에 회사에서 먹고 사는 거 한 달만 해보자, 그럼 또 사업 수주해서 어딘가로 가게 되겠지, 그럼 다시 회사에서 구한 아파트에 살면 되겠지 생각을 했는데 웬걸 계속해서 수주에 실패하는 겁니다.

한 달 두 달 지나고 수주가 계속 실패하니, 회사에서 한 몇 개월 다른 일을 하다가 오라더군요. 마냥 제안서만 쓰고 대기하려니 팀에서 인건비 부담이 컸나 봅니다. 그래서 유휴 인력 자원은 다른 부서 필요한 일을 시키게 했죠. 그렇게 회사 TFT(태스크포스)팀에 조인되면서 뜻하지 않게 본사 장기체류가 시작되었습니다. TFT일 끝나기까지 총 연속해서 8개월을 회사 사옥에서 먹고 자게 되었죠.


회사에서 퇴근 시간 6시 30분 정도 넘어가면 직원들은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을 시작하였습니다. 큰 회사 사옥에서 수백 명이 퇴근하려고 우르르 빠져나가는 모습이 참 장관이더군요. 저는 같이 일하는 팀원들 퇴근할 때 잘 가시라 내일 봅시다 하고 직원들 집에 보내고는 회사에 그대로 앉아서 인터넷하고 음악을 듣고 그랬습니다. 회사가 제 집이었으니까요.


사람들 다 퇴근한 빈 사옥에 앉아서 바깥 창밖 경치 보면서 인터넷하고 음악 듣고 커피 마시고 그렇게 운치 즐기다가 저녁 8시쯤 되면 사옥 밖으로 저녁 먹으러 나왔습니다.


큰 회사 사옥 근처라 인프라가 매우 뛰어났습니다. 주변에 맛집도 많았고, 깔끔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했고, 쉽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버거킹에 들어가서 와퍼세트로 저녁을 때우고, 다음날은 KFC에 들어가서 타워버거나 징거버거 세트로 저녁을 때우고, 다음날은 유기농 김밥집에 들어가서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일주일에 한 두번은 회식이니까. 회식하면 내 돈 안 들이고 상사가 긁어주는 법인카드로 삼겹살, 감자탕, 순댓국 이런 걸로 한 끼 때우고 그랬습니다. 그러니 돈을 참 아끼고 모았습니다.


그때 당시 가계부를 열어보니 8개월 동안 월평균 300만 원 가까이 저축을 했더군요.  그게 벌써 6년 전이었으니까. 참 대단한 저축속도였던 것 같습니다.



회식이 있는 날은 밤 11시~12시, 때로는 새벽 1~2시까지도 사옥 근처에서 회식을 하는 문화가 많은 조직이었습니다. 1차로 삼겹살이나 치킨을 먹구요. 2차는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3차는 노래방을 가든지 했고, 4차 마무리로 사케집에서 사케 한잔하고 끝나는… 그런 문화였죠.


새벽까지 회식하고 고참들이 집에 가라고 택시비 2만 원 주면 저는 택시비 감사합니다, 받아서 상사들 택시 태워 보내고 바로 다시 사옥 수면실로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그럼 그날은 택시비 2만 원 번 거죠.

“저는 회사에서 먹고 자니까 택시비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해도 택시비 주시더군요. 습관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집도 절도 중도 없이 맨몸으로 8개월을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버텼는데 사실 그렇게 살다 보니 사옥에 사는 장점도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밤 9시~10시 적막한 사옥의 고층에 올라가 도시의 아경을 바라보며 고층아파트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높고 좋은 집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과 상념에 잠기기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왜 흙수저로 태어나 1년 벌어 아파트 한 평 살 돈 모으기도 힘들까”

“나는 언제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생각이 없을 텐데, 사옥에 살면서 주변 비싼 아파트 야경을 혼자 많이 봐서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밤 늦은 시간 회사 사옥에서 아파트 스카이 라인을 바라보면 참 운치가 있더랍니다.




당시에 돈은 어떻게 모았냐 하면…


회사 사옥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모아놓은 돈이 1억이 좀 넘었습니다. 지방 출장을 많이 다녀서요. 당시 금리가 3년 정기예금을 넣으면 4%가 약간 넘는 정도였습니다. 세후 3.65%라고 치면 1년에 이자로 365만 원이 나오는 거였죠. 그래서 날짜를 다르게 해서 천만 원씩 나눠서 월이자지급식 예금을 넣어놓고 매달 나오는 이자 하루 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고 나오는 월급은 거의 다 저축하는 그런 방식으로 저축을 했습니다. 5천만 원이면 하루이자 5천 원, 1억이면 하루이자 1만 원 나오던 시절이었거든요. 회사 사옥에서 살면서 한 달 30만 원이면 세탁하고, 밥 사 먹고 휴대폰비 내는데 저한테는 충분한 돈이었습니다. 그리고 월급은 부모님 드리는 용돈 빼면 거의 싹 다 저축으로 쓸어 담은 거죠. 이때는 워낙 회사생활이 야근 많고 힘들어서 주식투자는 하지 않았습니다. 뭐 기업을 분석하고 이런 것보다 회사생활 열심히 해서 자기계발에 연봉 올리고 저축 많이 하는 게 더 낫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튼 회사가 발주-제안-수주사업 일을 하다 보니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어디로 파견을 보낼지 몰라 주거의 안정성이 없었고 계속해서 언제 지방 출장 갈지 모르는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어 회사 사옥에 들어가 먹고 자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 젊은 나이에 많은 프라이버시와 개인 생활들을 일정 부분 희생하고 빠른 속도로 초년생 시절 씨드머니 목돈을 모을 수 있었고 당시엔 몰랐으나, 나중에 그 씨드머니가 가속도 붙어 잘 불어나는 부의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재테크할 때는 콩을 여러 번 굴리는 것보다 수박을 반 바퀴나 한 바퀴 굴리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네요. 이제부터는 토종 한국파 직장인이 장기 해외파견을 어떻게 나가게 되었는지 그 계기와 과정을 써볼까 합니다.


-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2권을 열심히 집필 중인 바보아저씨 -


(본 글은 "바보아저씨 경제이야기" 저자가 2권을 집필하면서 브런치에 단독으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외부로의 무단전재 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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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사와 은행을 모두 경험한, 저자만이 가진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너무나 공감되는 생활경제 이야기, 자영업자-사회초년생-직장인-결혼증여-노후부동산-경제관념 등 사회계층을 총 망라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생활경제 비법 알차게 담겨있는 마법같은 책, 바보아저씨의 바보 경제학, 바보아저씨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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