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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녕 Aug 13. 2020

강아지 구충제를 먹으면 암이 낫는다던데.

엄마, 당장 먹기 무서우면 내가 먼저 먹어볼게.

6월 30일을 기점으로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4일 만에 혼수상태가 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오늘부터 쓰는 내용들은 기억을 되살리기가 많이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한 번 열심히 써 볼게요.


6.30-강아지 구충제를 먹으면 암이 낫는다던데.

   

  암환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강아지 구충제. 내 나이 25살, 암환자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볼 일도 없고 집에 딱히 암환자도 없었기에 뉴스에서 언뜻 강아지 구충제에 대한 내용을 스쳐본 것이 전부였다. 


  앞선 글에서 엄마가 하루하루 더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자세한 양상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밥을 삼키지 못했다. 밥을 딱 한 숟가락만 삼켜도 잔뜩 과식을 한 것 같이 배가 불러 더는 못 먹겠다고 했다. 밥을 먹으면 활동을 시작하는 소화기관인 췌장에 문제가 생기니, 음식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더 강력한 진통제를 먹을수록 장운동은 더욱 비활성화 된다고 한다. 그렇게 장이 운동을 멈춰버리면서 가스가 차고 아랫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즈음에 나는 췌장암 환자가 겪는 복수에 관한 글을 읽어서 배가 불러오는 원인 중 복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았다. 당시 의무간호기록지를 보면 복수는 아니고 가스인 것 같다고 적혀있었지만 바로 다음날(30)부터 복수가 차기 시작했으니 아마 29일부터 조금씩 복수가 진행 중이었던 것 같다. 

  복막과 뼈에 암이 전이 되면 통증이 상당하다고 한다.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등 쪽이 아파오는데, 엄마 또한 그런 증상에 시달렸다.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아 비스듬히 기대있었는데, 뼈 전이로 인한 극심한 통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사실들은 모두 시간이 흘러 내가 관련 정보와 사례를 더 찾아보면서 이제야 그 원인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당시에는 그냥 일분일초 정신이 없고 그저 ‘우리 엄마 어떡하지’ 하며 발만 동동 굴렀을 뿐이다.     


  하루 사이에 복수가 계속 차올라 심박수는 널을 뛰고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배 안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실 옆에는 집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임시적으로 1인실처럼 활용할 수 있는 ‘관찰실’이라는 곳이 있는데, 새벽 내내 씨티와 심전도 등 각종 검사를 해보고도 복강 내 출혈 원인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엄마는 관찰실로 옮겨졌다.    


  생각 해 보니 관찰실에서 먹었던 음식이 엄마 생에 마지막 음식이었다. 어제부터 먹고 싶다고 했던 수박과 행복방 언니가 가져다 준 선식. 차가운 수박은 속이 불편하다고 해서 전자레인지에 수박을 데워 작게 잘라 먹였다. 씻은 요구르트 병에 선식을 담고서 빨대를 꼽아 엄마 입에 물려주며 ‘엄마, 딱 이만큼만 다 먹자’ 했었는데... 아, 갑자기 또 눈물이 난다.    


  병원에서는 엄마의 각종 상태에 이렇다 할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저 항암을 진행하기 위해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릴 뿐이었다. 이미 MRI로 췌장암 4기라는 것을 90% 이상 예측하긴 했지만, 조직검사 결과로 진단되는 ‘C-코드’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있어야 항암 치료를 할 때 보험 처리가 되고 치료를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무 답답했다. 진통제와 수액 그리고 매 시간 뽑아가는 피. 일주일동안 병원에서 한 것은 그것 뿐 이었다. 그 때 강아지 구충제가 나의 머리를 스쳤다.    


  처음에 그 뉴스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고만 생각했고 또 그걸 하는 사람이 진짜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저런 것이 뉴스에 나올 거리나 되나?’ 했다. 그런데 내 상황이 되니 달랐다.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해주는 것이 없었고 구충제 까짓 거 먹어도 위험하고 안 먹어도 위험하면 뭐라도 해보고 위험해야 후회가 없지 싶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고 있었고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며 체계적으로 구충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 때부터 나도 구충제 공부를 시작했다. 각종 유튜브, 논문, 오픈카톡방 등에 가입해서 하루를 꼬박 공부했다. 엄마에게 구충제를 먹어보겠냐고 물었을 때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잘 설득하면 될 것도 같았다. 엄마 친구분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마침 자신의 친구 중에 구충체를 먹고 있는 암환자가 있다며 직접 통화를 해보겠냐고 하셨다. 나는 당연히, 고민 할 것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구충제 부분은 많이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엄마는 약을 먹지 못했다. 받은 소포를 풀어보기도 전에 중환자실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엄마 친구의 친구 분과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구구절절 나의 사연을 이야기 하고 또 한바탕 같이 울었다. 그 분께서는 최대한 빨리 구충제를 시작해보라며 복용법을 알려주셨고 당장 먹을 만큼의 약을 퀵으로 병원에 보내주셨다. 그리고 나는 신이 나서 소포를 들고 뛰어 올라갔다. 희망찬 발걸음으로 왔는데.. 엄마는 아까보다 더 많이 안좋아져 있었고 중환자실 의사들도 와 있었다. 한 시간만 더 경과를 지켜보고 심박수와 혈압이 잡히지 않으면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겨야 한다고 했다. 


  엄마에게 소포를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엄마, 이거 먹으면 나을 수 있어.” 엄마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 지금은 복강 내 출혈도 있고 컨디션도 좋지 않으니까 엄마도 조금 겁이 나나보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먹자 싶었다. “엄마, 그러면 내가 먼저 먹어볼게. 그리고 괜찮으면 엄마도 먹자. 알았지?” 하고 얼른 구충제를 하나 까서 입 안에 넣고 삼켰다. 엄마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엄마는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그 날은 정말 많이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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