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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니 Jan 25. 2021

아기는 어떻게 안고, 기저귀는 어떻게 가는 거야?

머지않아 제일 사랑하게 될 순간

아기는 갓 태어나 내 가슴 위에 올려졌다. 엄마의 체온과 아빠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확인하고는 신생아실로 옮겨진 아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본적인 신생아 검사를 마치고 우리와 처음으로 대면한 아기는 쌔근쌔근 잠만 잤다. 내 양수 속에 파묻혀 있었을 때도 이 모습이었겠지. 그러니까,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내 뱃속에 있던 아기가 바로 너라는 거지? 이 생명체가 내 뱃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에 괜히 비장해지기도 했다.


아기를 안아서 내 침대 위에 올려 보려는데, 순간 멈칫했다.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 거지?"


나는 아기를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었다. 어린이들은 고사하고 이렇게 갓 태어난 신생아는 눈 앞에 마주해본 적도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초보 엄마로서 배워야 할 다양한 과제들 (모유수유, 재우기 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이를 '안는 것'조차 배워야 하는 일인 줄은 몰랐다.




몸을 먼저 들어 올려야 하나?

머리를 먼저 받쳐야겠지?


아기를 안기 위해서 몇 분을 씨름했다.

마치 팔과 다리의 엇박자로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의 모습처럼 허공에서 팔을 휘휘 저으며 진땀을 뺐다. 때마침 입원 병실을 순회하던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아기를 내 침대로 눕힐 수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덜컥 겁이 났던 것 같다. 내 생각보다도 훨씬 작고 여린 이 아이를 내 서툰 몸짓으로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두려워졌다. 그 작은 아이가 우는 건 또 얼마나 기똥차게 울어대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의 울음을 멎게 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도 늘 실패했다. 그럴 때면 조리원 선생님께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달래려고 해 봤는데, 잘 안돼서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수차례의 연습으로 아이를 겨우 안아 올릴 수 있게 되자, '기저귀 갈기'라는 큰 산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조리원에서 가장 많이 출입하던 곳은 단연 수유실이었다. 약 2시간마다 배가 고파 우는 신생아를 위해 엄마들은 열심히 움직였다. 아기들은 모유를 조금 먹다가, 잠들었다가, 배냇짓을 했다가, 엄마들을 수없이 들었다 놨다 했다. 어떤 엄마는 능숙하게 미소 지었고 어떤 엄마는 벌벌벌 떨었다.


"아이고 우리 아가 조금만 더 먹어봐. 일어나 봐 아가야. 조금 더 먹어야지, 아가야."

마흔이 넘어서 귀하게 낳았다는 아들을 바라보며 어떤 엄마는 매번 애원했다.    


조리원 선생님은 아기가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했다.   

첫째. 기저귀 확인하고 갈아주기

둘째.  춥지 않은지 확인하기 (모자 씌워주기)

셋째.  모유 먹이기


딸꾹질을 하면 제일 먼저 기저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뱃속에서도 딸꾹질을 자주 하던 아기는 태어나서도 그랬다. 나는 아기가 모유를 먹다가 갑자기 딸꾹질을 하면 겁이 났다. 아직 기저귀를 어떻게 풀고 채우는지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속싸개를 싸고 푸는 것도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던 때. 내게 기저귀 갈기는 그야말로 'another level'(다른 차원)이었다. 나는 경산모들의 노련한 손놀림에 감탄했다.  


'와 둘째 엄마들은 저렇게 자연스럽구나. 어쩜 저렇게 쉽게 하는 거지?'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나는 그들의 손길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깨너머로 익힌 동작이 부디 실전에도 먹히길 바라면서.




그렇게 27개월이 흘렀다.

아기를 들어 올리는 법을 몰라서 끙끙대던 나는, 아기가 저 멀리서 달려와 내 품에 폭 감기는 순간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고, 무엇보다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은 아기의 용변을 처리해주는 것 이상의 일이었다. 누워있는 아기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는 시간이기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기 위해서 아기를 눕히고 눈을 맞추는 시간을 사랑한다. 포동포동하고 한 없이 부드러운 엉덩이. 세상에 아기의 엉덩이보다 부드럽고 포근한 것이 있을까?


요즘에서야 피부로 느껴지는 말이 있다.

"아이가 크는 게 아쉬워."


아이가 기저귀를 차고 온 집안을 누비는 이 시기를, 나는 무조건, 틀림없이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순간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사진처럼, 찰나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촉감이라든가 특유의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27개월. 이제 아기의 배변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아기의 첫 변기를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는데 얼마 전 품절이 되었다. 품절 알림을 보고 내 마음이 편안해진 것은, 아기가 대소변을 너무 빨리 가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아기가 기저귀와 천천히 안녕하기를. 부디 네 흐름과 필요에 맞춰, 그저 자연스럽게.  




27개월 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가 어렵고 겁이 났던 것이 당연하다는 것. 그 당연함을 그저 당연하다고 느끼고, 조금 덜 걱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기는 네 생각보다 훨씬 강한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다시 그 시간을 산다고 해도 나는 두려웠을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그저 이것 하나 이야기해줄 수밖에.


네가 지금 그토록 서툴고 어려워하는 그 일들을 너는 머지않아 제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지금은 믿을 수 없겠지만, 그냥 믿어보라고. 분명 그렇게 된다고.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갖고, 덜 불안해해도 된다고 말이다.




"부모가 아이를 신뢰만 해주면, 모든 것이 저절로 제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이 아니라 아이의 몸이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라는 것을 부모가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왜냐하면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게 되면 우리는 이전에 하루에 네다섯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가졌던, 아이와의 너무도 부드러운 육체적 접촉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안느 바쿠스 <아기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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