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분 나는 한다.
오늘이었다.
역사에 기록될 ‘족발러 회군’을 기어이 단행하고야 말았다.
2019. 7. 29.(월) 흐림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막내.
벼르고 별렀던 막내와의 산책을 했다. 형이 서울에 오면 언제나 산책 가자고 조르는 총총 제스처를 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녀석이다. 그래, 나가자. 너를 씻기는 일은 심히 귀찮기는 하지만 7월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우리 족발탐정기에 정식으로 등장해야지. 항상 형의 산책을 방해하는 배역으로 나와 네 녀석도 심히 억울했을 거야. 같이 길을 나서기로 했다.
제멋대로 자기 갈 길 가는 막내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채워진 듯 행복하다. 뒤뚱거리며 걷는 걸음걸이와 씰룩이는 엉덩이, 킁킁대며 코 박고 냄새 맡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막내가 가고자 하는 대로 그저 끌려갔다. 마치 막내가 나를 산책시켜주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엄마와 함께 산책을 자주 나가는 막내지만,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쐬는 건 언제나 좋은가 보다. 곳곳에 영역표시를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쉬아와 응아). 하여간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라니깐. 유감스럽게도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진 못했다.
벤치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집에 가자 하니, 녀석이 엉덩이를 쭉 빼고 엎드린다. 번쩍 들려고 해도 온몸에 힘을 준 채로 힘껏 버팅긴다. 이 뻔뻔한 댕댕이 녀석. 에라이 모르겠다, 나도 녀석과 함께 한적한 아침의 여유를 더 오래 즐길 수밖에 없었다.
스물아홉 번째 날이다.
2019. 7. 30.(화) 비 & 흐림
AM 12:20. 통념상 늦은 밤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하루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기에, (얌체같이) 산책을 나갔다.
참 애매한 시간이다. 날짜상으로는 분명 30일인데, 29일의 연장이기도 하다. 오늘, 그러니까 30일 주간에는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을 것 같아 야심한 시각에 고독하게 걷는다.
Jazz를 들으며 산책을 하고, 재즈를 들으며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사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이 있었다. 의미 있는 하루의 20분을 위해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산책으로 할까, 아니면 재즈 듣기로 할까. 오래전부터 이 매력적인 음악을 듣고 싶은 충동이 마음 한구석에 콕 박혀 있었다. 그러나 재즈라는 음악은 너무 생소한 장르였기에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글로 풀 자신이 없어 금방 포기했다. 그래도 나름 거진 한 달 동안 꾸준히 산책하듯, 재즈도 열심히 들었다.
습하고 꿉꿉한 날씨, 어둡고 야심한 밤, 자유로운 걸음. 재즈 음악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나지막하고 가벼운 비트와 트럼펫, 색소폰의 끈적하고 자유로운 연주, 베이스의 진하고 둔탁한 리듬감은 밤의 청취와 잘 어울린다. 즉흥연주 역시,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산책과 비슷하다는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본다.
아직 세 개의 앨범밖에 듣지 못했다. 처음이기에 귀에 익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만 계속해서 듣다 보니, 이 낯선 이방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다. 특히 늦은 밤에 혼자 듣는 Jazz는 이미 내 삶에 독특한 기쁨이 되었다.
지금, Duke Jordan의 ‘No Problem’이란 곡이 해드 셋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른 번째 날이다.
7월은 이제 단 하루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