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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혁 Feb 21. 2024

살벌한 동화

18

꿈과 현실사이 모호한 경계 그 어디쯤에서 태우가 눈을 떴다. 기철의 꿈속에서 벗어난 걸 실감하지 못했던 태우는, 아직도 악몽 속을 헤매는 착각 속에 있었다. 그런 그에게 수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괜찮냐고 물었고, 수아가 무사한 걸 확인한 태우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괜찮다고 하며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 

벽에 설치되어 있는 여러 개 모니터에 잠들어 있는 기철의 모습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얼굴. 사람들 무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좀 벌레처럼 타인갉아먹으며 살아왔을 걸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태우가 경험한 기철꿈속은 벼랑 끝 같았. 그런 곳에서 실종된 피해자들의 흔적을 찾겠다며, 위험을 감수하 수아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기철이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꿈속에 누군가 왔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고, 설사 기억나는 게 있다고 도 꿈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기철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다 의자에 앉아 있는 강 유조를 보고 멈칫거렸다. 강형사는 한쪽 팔을 의자 등받이에 걸친 채로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기철을 본 그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던 기철은 뒤뚱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경비업체 직원들을 내보낸 강형사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기철과 마주 했다.


"하루 만에 얼굴이 좋아지셨네요. 지낼만한가 봐요?"


기철은 반응 없이 앉아 있었다.


"세월도 빨라. 벌써 3년이나 됐네. 노란색 킥보드 타던 민서 기억나죠? 민서 지금 어디에 있어요?"


기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죽였어?"


기철은 입을 다물고 웃었다.


"아이 눈을 훼손했는데, 왜 그랬어? 살아있을 때 그랬나?

"사람 안 죽여 봤죠? 몸부림 칠 텐데 눈을 어떻게 뺍니까."

"그럼, 죽이고 뺐구나."


기철이 강형사를 쳐다보며 웃었다.


"난 모르는 일입니다."

"이 마당에 발뺌을 하시겠다! 좀스러워서 못 봐주겠네. 좋아, 꼭꼭 숨겨두고 무덤까지 가져가라고."


강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좀스럽다니... 말씀이 심하네."

"이봐, 천호동에서 벌인 남 준호 살인사건 하나 만으로도 남은 생을 감방에서 보내게 할 수 있어, 왜? 잡힐 줄 몰랐어? 그럴 각오도 없이 사람들을 죽였어?"


기철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이번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해! 알잖아? 생각해 봐.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죽인 사람들 묻힌 장소는 알려줘야지."

"내가 왜 그래야 돼? 누구 좋으라고? 억울한 사람은 나야. 너희들이 뭔데 나를 가둬! 니들이 심판자야? 누가 너희에게 그런 권한을 줬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기철이 일어섰다.


"앉아!"


강형사가 소리쳤고,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테이저건을 손에 쥐고 병실로 들어온 경비요원들이 기철을 향해 당장이라도 쏠 것처럼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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