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의 날개는 익룡과 면양의 그림 / 별고사리

(2화) 양치식물의 개념

by 로데우스

늘 보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

처음 보는 모습에서 떠오르는 어떤 모습
호기심이 만드는 양치식물의 fun fern story


몽블랑 MTB 트레킹에서 본 알프스 양떼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기 직전, 몽블랑 MTB 투어에 참여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극적이었다. 알프스 트레킹을 꿈꾸며 제주월드컵경기장 트랙에서 걷기 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뼜을 때, 5개월간 한방과 양방을 오가며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알프스 빙하 아래 초원, 그곳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던 무수한 양 떼의 풍경은 내 생애 잊지 못할 훈장이 되었다. '양의 이빨'이라는 뜻을 가진 양치식물(羊齒植物)을 설명하며 알프스의 양 떼를 떠올릴 수 있으니, 그때 잘 버텨준 내 다리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세포큰조롱에서 익룡을 모습을 상상하다.


일찍이 나는 '야생화 일기'에서 세포큰조롱이라는 박주가리과의 풀을 찾아 4시간을 달려, 눈알빠지게 작은 꽃에서 하늘을 나르는 익룡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촬영했고, '쥐라기공원 영화에는 꽃이 나왔을까?'라는 글을 썼다.


'쥐라기공원' 영화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은 동물을 납치하여 먹잇감으로 삼는 무서운 공룡이었다. 익룡의 영명 Pterosaurs는 "날개가 있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양치식물의 영문명인 Pteridophyte 역시 그리스어로 '날개가 있는(winged)'이라는 어원에서 왔다. 동양에서는 고사리의 갈라진 잎에서 양의 이빨을 보았고, 서양에서는 익룡의 힘찬 날갯짓을 상상했던 것이다.


별고사리 모습에서 익룡의 날개와 양의 이빨, 그리고 별을 찾아보세요.


별고사리는 제주에서 가장 흔히 마주치는 고사리 중 하나다. 하지만 '알면 보이고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초보 시절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었다. 서귀포 박수기정에서 녀석을 처음 만난 날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볕이 좋은 날 다시 찾아가 역광으로 바라본 별고사리는 이름 그대로였다. 잎 뒷면에 맺힌 포자낭군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제주에서는 기름진 땅을 '벨진밧'이라 부른다. '별이 떨어진 밭'이라는 뜻이다. 내 눈에는 숲속에 군락을 이룬 별고사리들이 바로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었다. 이처럼 양의 이빨, 익룡의 날개, 땅에 떨어진 별을 상상하는 시간은 양치식물 탐사를 단순한 관찰이 아닌 '행복의 여정'으로 만들어준다.


별고사리 포자낭군


식물학적으로 양치식물은 석송류와 고사리류를 아우르는 복잡한 개념이지만, 나는 어려운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기억하는 법을 권하고 싶다. 고사리류의 학명에 자주 등장하는'Pteris'라는 단어의 어원이 '날개'를 뜻하듯, 상상의 날개를 펼칠 때 고사리는 비로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관중속(Dryopteris)도, 처녀고사리속(Thelypteris)도 결국 저마다의 날개를 달고 우리 곁에 살고 있다. 초보자의 눈에 비친 특별한 고사리들을 찾고 또 찾으며, 나는 오늘도 숲속에서 나만의 별을 딴다. 앎은 상상을 낳고, 상상은 세상을 아름답게 색칠하는 마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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