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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Nov 06. 2024

우리집의 밤풍경

아이방이 생긴 후

우리 집의 밤풍경이 달라졌다


나는 아이의 방으로 가서

동화책을 읽어주고는

솜털이 빼곡한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간단한 밤의 의식을 치른다


낮의 시간 동안 밝음의 화신이었던 아이도

유독 잠드는 순간만큼은 두려워한다


잠드는 것과 죽는 것이 비슷한 줄을

어린 눈으로도 아는 탓이겠지


어느 날 밤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는 내게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나는 잠시 멈추었다가

아이의 언어로 답했다

밥도 안 먹고 내내 울기만 할 거라고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아이는 미소 짓는다

자기라는 존재가 누군가를 평생 울도록 만들 정도의

가공할 힘을 가졌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그러다가 아이는 이내 눈물을 그렁거리더니

당부를 덧붙인다


밥 한 숟갈은 먹고 울으라고

맛있는 걸로 한 숟갈만 먹고 울으라고


나는 그러마 대답하고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을 느낄 만큼

아이의 마음은 훌쩍 자라고 있었다


단단하고 따뜻하게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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