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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Oct 03. 2019

세 편의 전쟁영화에서 배운 3가지 승리의 기술

손자병법의 관점으로 바라본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3가지 결정적 순간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경제경영 해설사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전쟁 영화에서 배우는 3가지 승리의 법칙>이란 제목으로 글을 마련해봤습니다. 독자님들 중에서도 전쟁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저 역시 전쟁 영화를 좋아합니다.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갈리는 팽팽한 긴장감,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는 강대한 적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용기, 함께 빗발치는 총알 세례를 함께 뚫고 나가는 동료들 사이의 전우애,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앙과 맨몸으로 부닥친 등장인물들의 고뇌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한데 모아 펼쳐낸 화려한 액션씬.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제가 재밌게 봤었던 전쟁 영화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전쟁 그리고 일과 삶에서 승리할 수 있는 3가지 승리의 기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읽은 전략 서적들


전략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 편의 전쟁 영화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 적군의 행동을 분석해서 풀어내는 틀은 <손자병법>, <전략의 역사 1‧2>, <좋은 전략 나쁜 전략>과 같은 병법(兵法)서와 경영 전략 서적에서 빌려왔습니다.    병법과 전략의 관점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 적들이 왜 누구는 승리의 기쁨을 맛봤고, 왜 누구는 패배하고 모든 걸 잃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풀어가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영화는 <위 워 솔저스>, <블랙호크 다운>, <패트리어트> 이렇게 세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을 만한 유명한 영화들인데요. 세 편의 모두 실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포연이 자욱한 전쟁터로 뛰어들어가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멜 깁슨 주연의 <위 워 솔저스>입니다. 멜 깁슨은 이 영화에서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하버드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지휘관 할 무어 중령 역을 맡았습니다. 


  할 무어는 뛰어난 두뇌를 갖춘 전략가일 뿐 아니라 6‧25 전쟁에 참전해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은 야전 지휘관이었습니다.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그는 부하들에겐 존경받는 리더였고 상부로부터는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죠.    


<위 워 솔저스>의 주인공인 할 무어 중령의 실제 월남전 당시 모습

  

이런 할 무어 중령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집니다. 새롭게 편성된 헬리콥터 공중강습부대를 이끌고 베트남전에 나가 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월맹군(북베트남군)과의 대규모 전쟁을 눈앞에 뒀던 미군은 새롭게 개발한 전술을 실전에서 검증해보길 원했는데요. 그 책임자로 무어 중령을 선택한 것이었죠. 


  새로운 전술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전투 병력을 빠르게 이동시켜 적에게 기습을 가하는 전술이었습니다. 밀림 지형이 많아 병사와 차량의 이동이 힘들고 정글 곳곳에 적의 베트콩 게릴라들이 도사리고 있는 베트남전의 특성을 반영해 새롭게 만든 전술이었습니다.    


  헬리콥터로 병력을 수송하면 월맹군과 베트콩 게릴라들이 장악하고 있는 정글을 싸우며 뚫고 나갈 필요가 없고, 순식간에 병력을 이동시켜 적의 심장을 때릴 수 있었기 때문이죠.


  미국 본토에서 훈련을 마친 무어 중령과 그가 이끈 제7기갑부대 1대대 병력은 베트남에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돼 이아드랑 계곡에서 월맹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게 되는데요. 72시간, 3일 밤낮 동안 총탄이 오가고 부상자들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던 격전이었습니다. 



1. 적을 모르고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큰 위기가 닥친다


  무어 중령이 이끈 부대는 전투 초기에 적의 공격으로 선발대가 거의 몰살당하는 타격을 입는데요. 이를 통해 전쟁에서 반드시 큰 위기와 패배를 부르는 실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어 중령과 그의 부대를 궤멸 위기에 빠뜨렸던 실책은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듯 <위 워 솔저스>는 실제로 벌어졌던 전투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무어 중령은 이후 미 육군 중장, 쓰리스타까지 오르는 인물입니다. 월맹군을 이끌었던 인물은 쭈후이먼 중좌(중령)였는데 그 역시 베트남군에서 대장, 포스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죠. 


  미래의 미군 삼성 장군과 베트남군 사성 장군이 되는 명장들이 격돌한 전투였죠. <위 워 솔저스>에서 나온 이아드랑 전투는 실제로 베트남전 초기의 대표적인 격전으로 꼽힙니다. 


  <위 워 솔저스>를 보신 분이라면 영화 속에 조셉 갤러웨이라는 종군기자가 등장하는 것도 기억하실 텐데요. 전쟁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며 전투 현장으로 떠나는 헬리콥터에 무작정 올라탄 인물이었죠. 그 역시 실존 인물입니다. 


  <위 워 솔저스>는 무어 중령이 이아드랑 전투를 떠올리며 쓴 회고록 <We Were Soldiers Once… And Young>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무어 중령과 함께 회고록을 썼던 기자죠.    



  <위 워 솔저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첫 번째 승리의 법칙은 ‘적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전쟁터로 뛰어드는 건 호랑이 입에 스스로 머리를 집어넣는 일이다’입니다. 


  무어 중령과 그의 부대는 적이 누구고, 숫자는 얼마나 되고, 어떤 무기로 무장하고 있고, 전쟁터의 지형은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적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쟁터로 향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큰 타격을 입고 전 대대가 전멸할 위기에 처했던 거죠. 


  영화 속 무어 중령과 그의 병사들은 베트남군이 다른 미군 부대를 기습한 뒤 이아드랑 계곡 쪽으로 이동했으니 그곳으로 출동해 적을 찾아내 격퇴하라는 간단한 작전 브리핑만 들은 채 출격에 나섭니다. 무어 중령은 ‘적이 미끼를 던져 아군을 유인하는 것 같다’고 의심했지만 군인인 이상 명령에 따라야만 했습니다.


  미군 사령부에서는 이곳에 몇 안 되는 게릴라들이 숨어있을 테고, 무장도 변변치 못할 테니 헬리콥터 공중강습부대를 보내면 쉽게 적을 쓸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무어 중령의 부대가 찾아간 이아드랑 계곡은 3000명 이상의 월맹군이 주둔하고 있는 적의 본거지였습니다. 월맹군 정예부대가 계곡 곳곳에 거대한 땅굴을 파고 숨어있었죠. 할 무어 중령의 부대는 400명이 조금 안 되는 숫자였고요.



2000년대 초반 전쟁이 벌어졌던 이아드랑 계곡에서 만난 실제 할 무어 중령과 쭈후이먼 중좌(오른쪽 사진)


  아무리 미군의 장비가 더 좋고 공중 전력과 포병의 지원을 받아가며 싸울 수 있다고 해도 그 수가 10배나 더 많은 적과 싸워 이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적을 섬멸하기 위해 출동한 미군이 벼랑 끝까지 밀려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중요한 의미로 쓰이고 또 그만큼 자주 나오는 글자가 알 지(知) 자인데요. 말 그대로 무언가를 배워서 안다는 말이죠. 정보를 얻음으로써 내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이 말은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전쟁에 나서기 전 나와 적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비교해봐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근거 없는 추측, 희망 섞인 낙관, 지나친 공포, 적에 대한 방심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없죠.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건 <손자병법>뿐 아니라 모든 전략서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2. 적을 속여라. 적이 내가 누군지 모르게 하라


  전투에 나서기 전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은 ‘적이 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 하게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적이 나에 대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가짜 정보를 흘려 적을 속이는 것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방법입니다. 


 <손자병법>에서도 ‘내가 약할 땐 적으로 하여금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내가 강할 땐 적으로 하여금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라’고 강조하는 데요.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을 다음 두 글자로 정의 내립니다. 궤도(詭道), 속이는 방법이라는 뜻이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상대를 속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 <블랙호크 다운>을 보면 적을 속이지 못하고 반대로 적에게 나의 능력과 의도를 간파당했을 경우 어떤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는 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두 번째 승리의 법칙은 ‘속이지 못 하면 죽는다. 적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라’인데요. 왜 그런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1993년 10월 소말리아 내전 당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졌던 미군과 소말리아 반군 사이의 시가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블랙호크는 미군의 전투 헬리콥터 이름이고 영화 제목은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추락했다는 뜻입니다.



  영화에서 소말리아 주둔 미군 사령부는 민간인을 학살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을 계속해서 공격하던 현지 군벌의 지휘부를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웁니다. 군벌의 주요 간부들이 모이는 회의 장소와 시간을 알아냈고 이곳으로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 대원과 해병대 병력을 보내 군벌 간부들을 깡그리 붙잡아 오기로 한 것이죠.  


  작전에 참가한 대원들은 이 임무가 별달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별다른 저항 없이 30분 정도면 작전을 마칠 수 있을 거라고들 생각했죠. 방탄조끼에 들어가는 철판을 빼고 야간 투시경도 챙기지 않은 채 출격에 나선 대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작전에서 미군은 처절한 패배를 맛보는데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전투에서 18명의 대원이 사망했고 미군은 헬리콥터 부대와 장갑차 부대까지 추가로 보낸 끝에 전투 현장에서 대원들을 빼올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전투에서의 패배로 미국 내에서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크게 나빠져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소말리아에 있던 미군을 철수시키기도 했습니다.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들이 제대로 된 군사 훈련도 받지 못한 현지 군벌과의 전투에서 전멸당할 위기에 처했던 이유는 적에게 자신의 작전 계획을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 대원들이 여러 대의 헬리콥터에 나눠 타고 작전을 위해 출동하자 부대 인근에서 양을 치고 있던 양치기가 휴대폰을 들어 재빨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양치기는 반군 측에서 심어놓은 첩자였는데요. 미군 기지에서 대규모 병력이 출동할 경우 바로 반군 지휘관에게 알리기 위해서 양치기로 위장하고 부대 근처에 머물고 있던 거였습니다.


  첩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반군 지휘관은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듣고 곧 미군이 대규모로 공격해올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즉시 부하들을 도시 곳곳에 배치해 미군과의 격전을 준비하죠.   


  헬리콥터 안에 타고 있던 미군 특수부대원은 목동이 휴대폰을 높이 들어 헬기 프로펠러 소리를 반군 지휘관에게 들려주는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이 대원은 어떻게 했을까요? 


  반갑게 손을 흔들어줬습니다. 1993년도만 해도 휴대폰은 벽돌 같은 모양과 크기에다 일반인들은 쉽게 갖기 힘든 물건이었는데 소말리아의 양치기가 자신들이 출동하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던 거죠. 


(<홍선표의 고급지식>을 구독하시면 지금 이 글처럼 경영과 전략, 경제 현상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드립니다.)


  결국 미군 특수부대 대원들은 도시 곳곳에 매복해 총과 로켓포를 조준한 채 미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소말리아 민병대의 기습 공격에 손쓸 틈도 없이 쓰러져 나갔습니다. 


  양치기로 위장한 첩자를 박아놓은 소말리아 반군은 앞에서 말한 첫 번째 승리의 비결을 완벽하게 실천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병력을 준비해뒀다는 사실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었죠.  


  이에 비해 미군은 적의 전력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전력을 숨기는 일조차 실패했습니다. 소말리아 반군은 속였고 미군은 속았습니다.  



3. 약자는 결코 강자와 똑같은 방법으로 싸우려 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 세 번째 승리의 기술을 가르쳐줄 영화는 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패트리어트>입니다. 이 영화 역시 <위 워 솔저스>와 마찬가지로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과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미국 독립전쟁 시기(1775년~1783년)입니다. 멜 깁슨은 이 영화에서 벤저민 마틴이란 전직 영국군 대위로 나옵니다. 영국군에서 복무했지만 미국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미국인이었죠.


  그는 군 복무 시절 ‘늪 속의 여우’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요. 영국군이 프랑스-인디언 연합군과 벌였던 전쟁에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을 활용해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전쟁 영웅이었던 그는 처음엔 영국군과 벌이는 독립 전쟁에 참전하는 걸 거부합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를 대신해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던 그로서는 독립이라는 대의명분보다는 아이들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영국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그는 다시 총을 들고 전장으로 향합니다. 그는 미국 대륙군(독립을 위해 식민지 주들이 만든 정규군)의 지휘관으로 참전하는 대신 민병대, 즉 게릴라를 조직해 싸우는 방법을 택합니다. 당시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던 영국군에 맞서서 정규전을 벌인다는 건 승산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패트리어트>에서 배울 수 있는 세 번째 승리의 법칙은 ‘약자는 결코 강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싸워야 한다.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라’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벤자민 마틴은 영국군과 허허벌판에서 전쟁을 벌이는 미국 독립군의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찹니다. 


  정확한 대사를 말씀드리면 “게이츠(당시 미국 대륙군 지휘관)는 빌어먹을 XX야. 영국군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어. 평지에서 레드 코트(영국 육군)랑 정면으로 맞붙으려 하다니 미친 거지”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정규전은 양측의 군대가 넓은 평지에서 만나 진열을 갖춘 채 상대를 향해 열을 맞춰 걸어간 뒤 총으로 상대방을 맞출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면 명령에 따라 일제히 사격을 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격을 마친 첫 번째 줄은 뒤로 돌아가 다시 총알을 장전하고 뒤에 서있던 두 번째 줄이 앞으로 나가 다시 일제히 사격을 가하는 전술이었죠. 


  사격으로 인해 적군의 전열이 무너졌다면 보병과 기병이 돌격해 직접 총검과 칼을 맞부딪히며 백병전을 벌였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 유럽 국가들끼리 벌인 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죠.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 광대한 식민지를 갖고 있던 영국군은 이 같은 정규전에서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나라였습니다. 이제 막 독립을 선언하고 군대를 꾸린 미국 대륙군으로서는 영국군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병력도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총알이 날아와도 북소리에 맞춰 전진하는 영국군에 비하자면 대륙군은 어중이떠중이들을 모아 만든 오합지졸에 불과했죠.


  하지만 영화에서 미국 대륙군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군군과 정규전으로 맞서 싸우는 걸 고집하는데요. 대륙군의 장군과 장교들 대부분의 영국군 장교 출신이었고 그들의 머릿속에는 전투는 평지에서 전열을 갖춘 양측의 군대가 마주 보고 싸우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이죠.


  벤자민 마틴은 영국군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결코 그들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규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투를 치러나갑니다. 



  민병대를 조직한 그는 매복과 기습으로 영국군을 조금씩 갉아먹는 전술이었죠.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숨어서 영국군이 숲 속을 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기습 공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해당 지역의 지형을 잘 아는 현지인들로 이뤄진 민병대였기에 어디에 숨어서 기다려야 할지 적군은 어디로 들어올지를 손바닥 보듯 꿰고 있었던 덕분이죠. 

 

 벤자민 마틴은 공격할 때 항상 적군의 장교들부터 먼저 제거했는데요. 지휘관이 없으면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엄정한 군기와 일사불란한 행동이라는 영국군의 장점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전술이었죠. 


  약자가 강자와 맞서 싸울 때는 절대 강자가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손자병법> 역시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손자병법>에 나오는 핵심 전략 중 하나가 허실(虛實)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나의 약점은 강점으로 바꾸고 상대의 장점은 약점으로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인데요. 

  <패트리어트>에서 벤자민 마틴은 군사 훈련을 받지 못한 민병대라는 약점을 전쟁터의 지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군대라는 장점으로 탈바꿈시킵니다. 



게릴라전의 대가들이 손자병법을 끼고 살았던 이유


  이에 비해 영국군은 대규모 정규전에서 강했던 강점이 게릴라전으로 옮겨왔을 때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고, 장교의 명령에 따른 일사 분란한 움직임이라는 장점 역시 장교가 제거된 후에는 병사들의 조직력이 급격하게 무너진다는 약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장개석의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한 모택동, 프랑스와의 벌였던 독립전쟁과 미국과의 베트남전을 모두 승리로 이끈 베트남의 명장 보응우옌잡 같은 게릴라전의 대가들이 평생 <손자병법>을 애독한 것도 강자와 약자의 처지를 탈바꿈시키는 <손자병법>의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였죠.


  이번 글에선 <위 워 솔저스>, <블랙호크 다운>, <패트리어트>라는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펼쳐졌던 전투를 다룬 세 편의 전쟁 영화를 바탕으로 전쟁 그리고 일과 삶에서 이기는 세 가지 승리의 비결을 알아봤습니다. 그 비결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은데요.




첫째, 적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전쟁터로 뛰어드는 건 호랑이 입에 스스로 머리를 집어넣는 일이다.


둘째, 속이지 못 하면 죽는다. 적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하라.


셋째, 약자는 결코 강자와 같은 방식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라.


<손자병법> 등 군사‧경영 전략서에 나온 내용으로 영화 속 승리의 비결을 분석해본 이번 글이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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