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병법] 유퀴즈 출연한 이광형 총장님이 정말로 존경받는 3가지 이유
“이 돈으로 화합하지 마세요. 골고루 나눠 쓰면 인화에는 좋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이광형 교수가 이 돈을 쓸 때 불협화음이 나와서 내 귀에 들리면, 이 교수가 돈을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이 말은 200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 515억원을 기부한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이 기부금을 내면서 당시 카이스트 총장과 교수들에게 했던 말인데요.
500억원이 넘는 돈을 쾌척하는 사례도 매우 드문 일이지만 기부금을 내면서 인화하기보다는 불협화음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문술 회장이 500억원을 믿고 맡긴 이광형 교수는 지난 2월 카이스트의 총장으로 취임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교수 시절 내내 괴짜로 불렸던 이광형 교수를 카이스트 총장으로 만든 3가지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광형 총장은 취임식 자리에서부터 파격적인 발언으로 과학기술계와 교육계를 놀라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카이스트의 문제점은 학생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전공 공부 시간을 10% 줄이고 그 시간에 인성과 리더십을 교육하겠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80%가 넘는 연구 과제에는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괴짜에도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개인적인 말과 행동, 사고방식이 독특한 ‘작은 괴짜’가 있고요.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조직을 바꾸려고 하는 ‘큰 괴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광형 교수는 분명 ‘큰 괴짜’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약 2년 동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카이스트>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텐데요. 이 드라마에는 박기훈이라는 괴짜 전산학과 교수가 등장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해보라며 해킹 대회를 개최하는 등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독특한 행동을 하던 괴짜 캐릭터였는데요.
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바로 이광형 총장이었습니다. 해킹 대회 에피소드도 시험 문제로 ‘내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하라’를 과제를 냈던 그의 일화에서 따왔었죠.
“드라마 속 괴짜 교수는 딱 이광형 교수님을 모델로 했다. 평소 보고 듣고 염탐한 이광형 교수님의 어투, 어록, 에피소드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카이스트>의 대본을 쓴 송지나 작가의 설명입니다.
615억 원, 그가 총장이 되기 전 카이스트에 유치해온 기부금 액수인데요. 한 명의 교수가 6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은 사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결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기부자들은 대체 그의 무엇을 보고 이렇게 큰 금액을 믿고 맡겼던 걸까요?
괴짜 교수를 카이스트 총장으로 만든 첫 번째 비결에 대해서 알아보시죠. 이 비결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목적이다. 먼저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야만 세상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996년, 42세의 전산학과 교수 이광형과 그의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석·박사 과정생 7, 8명이 충남 천안에 있는 미래산업 본사를 방문합니다. 당시 미래산업은 반도체 관련 장비를 생산하던 벤처기업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광형 교수와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이였는데요. 이광형 교수가 이곳을 찾은 건 얼마 전 읽었던 신문 기사를 보고 미래산업과 정문술 회장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미래산업은 원래부터 원칙에 기반한 ‘정도 경영’을 하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특히 당시에는 정문술 회장이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덕에 여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정 회장과 만난 이 교수는 회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미래산업과 정문술 회장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회사가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엔지니어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미래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은 뉴스레터 <홍자병법>을 그대로 옮긴 글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시면 매주 한 편 지금 이 글과 같은 고급지식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개발 인력을 구하기 힘들었던지 필리핀 마닐라 공대 전기공학과를 찾아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생들을 스카우트해야만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사정을 들은 이광형 교수는 자신과 학생들이 미래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합니다. 미래산업에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카이스트 교수가 작은 벤처기업을 돕겠다고 먼저 나선 것이죠.
개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던 회사가 카이스트 출신의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됐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문술 회장의 자서전 <나는 미래를 창조한다>에는 회사가 기술적 난관에 처했을 때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의 ‘L 교수’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내용이 몇 차례 반복해서 나옵니다. ‘L 교수’는 당연히 이광형 교수죠.
이광형 교수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정문술 회장은 이후 그를 미래산업의 석좌교수로 초빙하는데요. 이광형 교수를 석좌교수로 초빙한 뒤 1년쯤 지나 정문술 회장이 그에게 묻습니다.
“왜 다른 교수들처럼 연구비를 달라고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죠. 기업체가 교수를 자기 기업의 석좌교수로 초빙하면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불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이 질문에 이광형 교수는 다음처럼 답합니다.
“장학금 받으면서 카이스트를 다녔고 모교 교수까지 됐으니 이미 많은 혜택을 받았습니다. 좋은 회사의 성공에 도움을 주는 것이 빚 갚는 일이죠.”
그리고 정문술 회장은 그의 이 말이야말로 자신이 카이스트에 515억 원을 기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합니다.
정문술 회장이 카이스트에 처음 300억 원을 기부했을 때 내걸었던 조건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 돈으로 모방하지 마세요. 전 세계에서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 연구를 해서 미래에 대한민국 국민들을 먹여 살릴 기술을 개발하고 빌 게이츠 같은 인재를 길러주세요.”
“둘째, 비범한 사람들이 모이게 하세요. 그런데 비범한 사람은 괴짜라서 대하기 어려우니 인내심을 가지고 잘 모시고 일하세요.”
“셋째, 이 돈으로 화합하지 마세요. 골고루 나눠 쓰면 인화에는 좋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이광형 교수가 이 돈을 쓸 때 불협화음이 나와서 내 귀에 들리면, 이 교수가 돈을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과 회사를 도와준 이광형 교수는 정문술 회장에게도 참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자신을 믿고 5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준 정문술 회장 역시 이광형 교수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광형 교수를 은인으로 여기는 또다른 기업이 여기 한 명 더 있는데요. 이 기업인의 말에서 그를 카이스트 총장으로 만든 또 하나의 비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IT/스타트업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글을 뉴스레터로 옮기다보니 원문의 일부 내용밖에 소개하지못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본문 읽기 링크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