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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Oct 11. 2018

가구당 평균 자산 3억8000만원. 진짜일까?

재산의 75% 이상이 부동산에만 묶여있는 한국인. 문제는 없는 걸까?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홍선표 기자입니다. 오늘은 ‘젖소부터 전투기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재산을 합하면 1경 3818조, 개인 순자산의 75%가 부동산에만 묶여있는 건 왜일까? 국민대차대조표로 알아보는 대한민국의 국부’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국민대차대조표 통계를 통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국부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개인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별로 얼마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에는 일 년 전에 비해 한국의 전체 자산이 741조 5000억 원이 늘어났는데요. 이 같은 증가를 이끈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돼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비중이 훨씬 높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데요.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명의 개인이든, 직원이 열 명도 안 되는 작은 기업이든, 직원 수가 수십만 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이든 그 규모와 상관없이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개인과 기업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항상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동안 내가 일하면서 얼마를 벌어서 얼마만큼을 저축했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어디다 얼마의 돈을 쓸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짤 수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집이나 차를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거나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처럼 큰돈이 들어갈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정부가 매년마다 국가 전체의 자산이 얼마인지를 조사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부를 조사하는 방식은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경제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점점 정교해졌습니다. 1968년부터 1997년까지는 10년마다 한 번씩 하던 국부 조사를 2007년부터는 매년 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덕분에 1년이 지날 때마다 늘어나는 국부의 규모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2018년 현재와 같은 국민대차대조표 방식이 도입된 건 2014년부터입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대차대조표처럼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의 모든 자산과 부채, 자본을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국민대차대조표에는 어떤 내용과 항목들이 포함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족이 갖고 있는 재산의 규모를 계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그 가족이 갖고 있는 집과 땅 같은 부동산의 가격을 구합니다. 경제용어로는 실물자산이라고 불리는 자산들이죠. 여기에 현금과 은행 예금과 적금, 보유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을 더합니다. 이렇게만 하면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통 재산이라고 말할 때는 갖고 있는 자산에서 남에게 빌린 돈을 뺀 금액을 말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더한 금액에서 은행 등에서 빌린 돈, 그러니까 금융부채를 빼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한 가족이 갖고 있는 재산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국가가 갖고 있는 부의 크기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우선 매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의 모든 건축물과 토지, 자동차와 같은 운송장비, 도로 철도 다리와 같은 구축물, 공장에 있는 기계류, 지식재산권과 같은 비금융 자산의 가치를 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의 정부, 기업, 가계가 갖고 있는 금융 자산을 더한 뒤 금융 부채를 빼면 됩니다. 이 값이 해당 연도에 한국이 갖고 있는 국부의 크기가 됩니다. 방금은 국민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과정을 매우 간략하게 간추려서 설명드렸는데요.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자산의 가치를 계산하는 과정이다 보니까 국민대차대조표를 만드는 일은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이 글은 팟캐스트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경영'의 원고입니다. 경제 분야 주제에 대한 쉽고 깊이있는 분석을 듣고 싶으시다면 써먹는 경제경영을 구독해주세요. 네이버 오디오클립 top10 채널에 선정됐습니다) 



 

 제가 국민대차대조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니 젖소, 말, 꿀벌 같은 축산물부터 시작해서 국군이 갖고 있는 해군상륙, 기동타격 무기시스템, 그리고 고령토와 운모 같은 광물, 주식과 각종 금융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계산해야 하는 세부 자산의 종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정부가 이렇듯 매년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들여 국부를 조사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소득이 어떻게 부로 축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럼 이제부터 지금까지 나온 국민대차대조표 통계 중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 통계에 담긴 내용을 하나씩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의 국부 그러니까 국민순자산은 1경 3817조 5000억 원으로 일 년 전인 2016년보다 741조 5000억 원, 비율로는 5.7%가량 늘어났습니다. 1경 3800여조 원이라는 돈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 명목 GDP의 8배에 해당하는 금액인데요. 이를 아주 쉽게 간추려서 설명드리면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재산이 그 사람이 일 년 동안 버는 연봉의 8배인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국부가 741조 원가량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토지 가격은 전년보다 461조 9000원 올라 6.6%가 올랐고요. 건물 가격은 279조 6000억 원이 증가해 전년보다 6.5% 올랐습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져 토지와 건물의 가격이 올랐다기보단 토지와 건물에 대한 평가 가격이 상승한 게 이 같은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토지와 건물 자산이 일 년 동안 높아진 실물자산 가격 증가의 91%를 이끌었다”는 게 한국은행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1경 3817조 원이라고 하면 너무 큰 숫자라서 대부분의 청취자분들이 들어도 얼마나 큰 액수인지 감이 잘 안 올텐 데요. 오늘 방송에선 국민대차대조표의 여러 내용들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내용만 떼서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대차표는 경제 활동을 담당하는 주체별로 자산을 따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정부,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모든 경제 주체들의 재산을 하나로 더한 값만 보고는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큰 기업과 정부 그리고 평범한 한 가족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민대차대조표에선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크게 네 개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비금융법인, 금융법인, 일반정부, 가계 및 비영리단체 이렇게 나뉩니다. 일반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그 산하 기관을 말하고요. 금융법인은 은행과 증권사 같은 금융회사를 말합니다. 비금융법인은 말 그대로 금융회사가 아닌 회사들을 모두 칭하는 말입니다. 경제학에서 개인을 뜻하는 가계는 비영리단체 그러니까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닌 단체와 함께 가계 및 비영리단체라는 항목으로 묶여서 분류됩니다.  

 

(지금 이 글처럼 경제 상식과 이슈에 대해 쉽고 또 쉽게 설명하는 저의 책 ‘홍선표 기자의 써먹는 경제상식’이 출간됐습니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31가지 주제만 다룹니다.)


(예스24)


 그러면 지금부터 한국민들은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자산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자산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2017년도 기준 한국의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갖고 있는 순자산을 모두 합하면 8062조 6500억여 원이 됩니다. 


  매년 국민대차대조표가 발표된 다음날이면 언론에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가구당 순자산이 얼마인지에 대한 기사를 쓰는데요. 2017년 국민대차대조표 기준으로 한국의 가구당 순자산은 3억 8867억 원이었습니다. 한 가족이 갖고 있는 순자산이 3억 8000만 원이라고 하면 어떤 분들한테는 많은 것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분들한테는 적은 것처럼 느껴지실 텐데요. 그렇다면 이 계산은 어떻게 해서 나온 걸까요? 가구 당 순자산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국의 모든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갖고 있는 순자산은 8062조 여원입니다. 이를 2017년 추계인구 5144만여 명으로 나누면 일단 1인당 순자산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는데요. 


  한 사람당 1억 5672만 원가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1인당 순자산을 구한 다음에 2017년 기준 한국의 평균 가구원수인 2.48명을 곱하면 3억 8867만 원이란 금액이 나옵니다. 평균 가구원수라는 말의 뜻은 한국 가구들의 평균적인 구성원 수라는 뜻입니다. 최근에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까지 높아져서 평균 가구원수가 2.48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가구 평균 순자산이라는 건 방금 말씀드린 것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계산되는데요. 이 금액은 말 그대로도 평균값이기 때문에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한국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는 재산은 2018년 기준 약 23조 원인데 이 금액은 평균 자산 3억 8000만 원씩을 갖고 있는 약 6만 가구의 재산과 맞먹는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과 통계청, 언론에서 가구당 순자산을 계산하고 이를 기사로 쓰는 건 평균값을 통해서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가계가 갖고 있는 순자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이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해외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높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은행 등에서 빌린 금융부채를 빼고 계산할 경우 한국 가계의 순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4%에 달하는 데요. 여기서 말하는 실물자산은 대부분이 집과 땅 같은 부동산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평균적인 한국 가정이 갖고 있는 전재산의 4분의 3은 부동산이라는 뜻입니다. 전체 순자산에서 부동산과 같은 비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82.9%였는데 2011년에는 79.2%, 2016년에는 75.8%로 조금씩 그 비중이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데요. 예를 들어 같은 시기 미국의 가계 순자산에서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인 34.8%에 불과했고요. 일본은 43.3%, 영국은 57.5%, 캐나다는 57%였습니다. 선진국 중에서는 호주가 이 비중이 74.3%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고요.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도 60% 중후반대로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한국 가구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선 전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호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하고는 큰 차이가 없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통계에 허수가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전세 보증금입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서는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의 전세보증금을 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자금은 금융자산이라기보다는 실물자산에 더 가까운 편인데요. 전셋집에 사는 대가로 담보로 잡혀 있는 돈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거의 없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실물자산인 전세보증금을 금융자산이 아닌 실물자산으로 포함하게 되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재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의 세부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이 전체 가계 순자산의 75%가량을 차지하는 모습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부동산 정책이 정권의 운명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정책으로 여겨지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국민들의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 집 한 채에 묶여있으니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게 한 가족이 갖고 있는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조금만 올라도 재산이 크게 늘어나게 되니까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반대로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재산이 크게 줄어들게 되니까 사람들이 지갑을 닫게 되니 부동산 가격이 전체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이 부동산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서 경제가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젖소부터 전투기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재산을 합하면 1경 3818조, 개인 순자산의 75%가 부동산에만 묶여있는 건 왜 그럴까? 국민대차대조표로 알아보는 대한민국의 국부’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마련해봤습니다. 오늘 방송에선 한국이 다른 해외 선진국에 비해 유독 부동산 가격의 흐름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사실상 국민들의 전 재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과 부동산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오늘 방송이 한국 경제에 부동산 가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청취자분들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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