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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유 Oct 15. 2024

질문하는 용기에 박수를


"박 대리님, 외부 강사 서칭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 네. 팀장님.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찾지는 못했습니다."


"... 이제 교육까지 한 달 남았는데, 좀 늦어지고 있네요."

"네... 사실은, 퍼실리테이션 강사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어, 커뮤니케이션 스킬 강사를 알아봐야 하는데..."

"네? 저는 퍼실리테이션 강사를 알아보라고 하신 줄 알고..."


"흠... 일단은, 빨리 찾아보는 게 중요하니... 어디 통해서 알아보고 있었어요?

"인터넷에서 교육 업체들 찾아서 보고 있었습니다. 강사 서칭을 어떻게 하는지 배우 지를 않아서..."


"네... 그럼, 과장님이나 차장님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외부 강사 섭외를 많이 해보셔서, 어느 업체에 강사 풀이 많은 지, 소통이 잘 되는지 잘 아실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박 대리는 반년 전 우리 팀으로 전배 되었다. 입사 5년 차이기는 하나 교육 업무는 처음이라 팀 내 과장님 밑에서 일을 배우던 중이었다. 회사 상황도 잘 알고 조직 생활에도 익숙해져서 인 지 일을 배우는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일에 대한 욕심, 의욕도 높아 보였기에 업무 하나를 맡겼다. 그러나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걸까. 보고 시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깜깜무소식이길래 잠시 불러 얘기를 나눈 것이다.


미팅을 마친 후 박 대리는 귀까지 빨개지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처음으로 받은 단독 업무였다. 잘해보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일정이 늦어진 데다가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대화 속에 오고 간 눈빛과 말투에서 난처함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테다.


박 대리와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당시 업무를 맡기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노트에 깨알같이 뭔가 적기도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완벽히 이해한 줄만 알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내 잘못이 크다. 더 명확하게 얘기했어야 했고, 더 빨리 진행현황을 체크했어야 했다. 처음 맡기는 일이지만 회사 경력이 좀 되었다는 이유로 막연히 알아서 할 거라 믿어 버린 게 가장 큰 실수였다.

어쩌면 박 대리도 나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미팅에, 자료 작성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이는 팀장에게 뭔가 묻기가 쉽지 않았을 테다. 그러다 혼자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일지도.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만 물었더라면,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렇게 한 번만 확인했더라면, 질문했더라면.이라는 안타까운 심정이 휘몰아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기껏 온 정성을 다해 보고 자료를 작성했는데 방향 자체가 다른 경우, 열심히 진도를 빼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이미 무산되어 버린 경우 등. 이 모두가 '말'이 제대로, 제때 전달되지 않거나, '질문' 하지 않아서 이다.


모호하면 무조건 질문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직무를 맡은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기본 정보들을 질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니, 적어야 한다. 그래도 모른다면? 속된 말로 가오가 좀 떨어지더라도 묻는 편이 백 배 천 배 낫다.

얼마 전 나의 상사인 상무님이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시더니 건넸던 말이 떠오른다. '정말 문외한 질문이긴 한데...'. 우리 부서로 오신 지 반년이 훌쩍 지났는데, 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물으신 거다. 옆에 있던 팀원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고 아직 그것도 모르냐는 눈빛을 비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상무님이 어떤 이유에서 였든간에 질문한 것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민망한 질문 덕에 이제 그 프로그램이 무엇인 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며 질문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있다. 바로 직무를 맡은 날부터 3개월까지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신규 직무자에게 OJT(On the Job Training)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제공한다. 새로운 일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부서의 일을 하며 직무스킬을 높이는 형태이다. 그에 따라 팀에서 얼마나 관심과 정성을 쏟느냐와, 교육생이 얼마나 많은 질문을 하고 얻어내느냐가 배움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인사팀에서는 교육생에게 OJT 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을 한다. 대부분 무기명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만큼 솔직한 답변들이 쏟아지는데, 다음과 같은 고충들이 주로 발견되곤 한다.


'과장님이 너무 바빠요. 여쭤보기에 눈치 보여요. 가르쳐 주실 틈도 없어요.'


정말 그럴까? 바쁜 건 사실일 거다. 물어보기에 머뭇거리기 일쑤일 테고.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의 일은 생각보다 빡빡하게 굴러가진 않는다. 어쩔 땐 바쁜 '척'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그러니까 말 한마디조차 줄여야 하는, 점심도 먹지 못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그 일은 보통 3일, 아주 길어봤자 일주일이면 끝난다. 급하게 상사가 보고서를 요구하거나 대응해야 하는 사고가 터진 경우일 거다.


매우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그들도 자세히 보면 틈새가 보인다. 그때를 노렸다가 슬쩍 질문을 던져보자. 또는 이메일을 보내 놓는 것도 방법이다.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으면 어느 누가 답을 해주지 않을까?

'과장님, 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게 맞을지 잘 몰라서요. 많이 바빠 보이셔서 메일로 먼저 문의드리니, 시간 괜찮으실 때 의견 부탁 드립니다.'



올해 신입사원을 부사수로 받은 과장님 한 분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신입이 들어오니 괜히 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뭔가를 가르치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지 몰랐어요. 괜히 어깨도 으쓱 올라가는 것 같고..."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을 '자랑'할 때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배우고 싶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에게 무언가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람도 없다. 사실, 그들은 알고 있다. 혼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 선배가 눈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바빠 보여도, 모니터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어도 틈을 노려보면 어떨까. 질문할 거리를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질문하는 거다. 그럼 흔쾌히 답변해 주

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다. 그분들이 쌓아온 노하우와 정보들을 자랑 반 섞어서 줄줄 내놓아 주실 테니 말이다.


다시 한번 기억하세요.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사가 바빠 보여서 라는 이유로 모호한 상태에서 진도를 빼서는 안됩니다. '나'의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회사'의 자원도 소모되는 모양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러니, 어떻게든 질문을 하고, 업무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을 얻어내야 하고요.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영리하게 사용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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