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다]
나는 어정쩡하게 어스름한 벤치에서
앉을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차곡차곡 걷다 보면 안식처에 다다를 텐데,
왜인지 잠시 머무르고 싶었을 뿐이다.
누군가 혼자 걷는 뒷모습을 그림으로 남긴다면
참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왜 걷고 있냐는 물음에 온전히 답할 수 없는 탓이다.
완성된 그림에 선뜻 화가명을 적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벤치에 앉았다.
기다리던 그 사람이, 새로운 불빛이, 또는 특별한 것이
오리라 믿었던 나의 성급한 마음 때문이었다.
나무로 된 오래된 벤치가 저녁공기를 머금어 차갑다.
금세 익숙해져 더 이상 차갑지는 않았으나,
벤치는 계속해서 내 온기를 앗아가며 이따금 등 곳곳에 서늘함을 훑는다.
어둠이 내리고,
아쉽게도 무엇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니, 내가 무언가가 찾아오기 전에
떠난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은 어느 이유이든 상관이 없다.
벤치의 온기는 내가 일어선 순간 이미 차갑게 식었다.
이제는,
동행할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혼자 머물러 메마른 기억 덕에,
함께 걸음걸음 폭신하게 새벽을 걸을 수 있다.
벤치에 앉은 우리가 온전히 온기를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행이다.
동행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