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십팔] 일곱 번째
간절한 마음에
널 만나고 나면
니 얘길 좀 듣고 나면
달라져있을 내 모습에
나아질 것 같은 내 내일에
미리 착각하며 뛰어갔는데
내가 묻고자 한 건 그게 아닌데
내가 듣고자 한 건 이게 아닌데
날 위해 시간 내어준 너에게 차마
열정적으로 니 얘길 하는 너에게 차마
입 다물라고도 못하겠고
조언이란 게
이렇게나 세상 얘기가 아닌
너의 세상의 이야기였다면
나는 이까지 뛰어올 필요가 없었지
결국
그러니까 니 얘기를
결국
그러니까 니 입장을
너는 잘하고 있으니 니가 맞다는 뉘앙스를 진득하게 풍기는걸
보고 있노라니
더 이상 착각을 품고 누굴 만나러 뛰어갈 일은 없겠다
생각이 들더구나
세상에 정답이 없다는데 누가 누구에게 정답을 말해주겠어
너의 세상에 정답을 니가 찾아냈듯이
나의 세상에 정답은 내가 찾아야 하는데
날 믿지 못하고 낯선 너의 세상에 달려갔구나 내가.
바보같이 날 버리고 다른 이에게 달려가던 그때도
늘 내 옆에 있던 건
앞으로 언제라도 함께 하는 건 나 하나뿐인데
그냥
날 좀 더 믿어 볼걸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