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오히려 원치 않는 곳으로 가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고, 어떠한 보상의 희망도 없이 결코 원치 않는 방식으로 살고 죽는다.
- 기다림의 결과가 낳은 실망을 표현한 카프카 -
카프카에게는 사랑 혹은 비非사랑의 전언들을 제시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 이를테면 <중년의 독신자>라는 제목이 붙은 미완성작이 있다. 작품 속 독신자는 개를 한 마리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수많은 반론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마도 개는 더러울 텐데, 독신자는 결벽증이 있다. 개는 벼룩을 옮긴다. 개는 병에 걸리기도 하고 전염병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병은 혐오스럽다. 게다가 늙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제때 개를 없앨 용기를 내지 못한다.
눈물 맺힌 개의 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노화를 본다. 반쯤 눈멀고, 폐병에 걸리고, 잔뜩 살이 쪄서 거의 불구가 된 그 짐승의 고통을 느낀다. 예전에 개가 준 기쁨의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된다
따라서 개는 안 된다. 이기적인 독신자는 아쉬워한다. 이상적인 동물은 별로 신경 쓸 일이 없고, 이따금 발길질도 할 수 있고, 길에서 자도록 내보낼 수도 있고, 필요할 때 부르면 언제든 와서 그의 손을 핥고 반겨줄 동물일 것이다.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자신이 결혼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목적으로 이 끔찍한 이야기를 썼다는 것은 매우 신빙성 있는 이야기이다.
로제 그르니에의 <책의맛> 사랑에 대해 쓴다, 여전히.... P131-132 발췌
은유의 대가 카프카, 내가 문학을 접하지 못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테다. 다른 글속에서 카프카의 이야기에 멈춰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