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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r 22. 2021

너에게 전하는 책, 너에게 전하는 편지



너를 생각하면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어.

어쩌면 책 제목만으로도 네가 보이고,

네가 (여행을) 떠났으면 싶고,

네 가족이 생각나고,

네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


네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되니깐...

그래서 생각나던 책이었어.


보후밀 흐라발이 그랬고,

파스칼 메르시어가 그랬고,

아니 에르노가 그랬으며,

네루다가 그랬어.




(책을 추천해 달라는 너의 말에... 고민을 한참을 했어)


내가 알고 있는 책은 많지도 않은데

그 안에서 너에게 줄 책을 찾는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야

아직 더 많이 읽어야 하니깐

내가 소장한 책을 적는다고 봐야지

나의 뇌 주름을 폈던 책들은 마구잡이 식인 데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남는 책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또 너에게 지금 필요한 책은 사실 없을지도 몰라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은 지 오래되었으니깐

그래서 제목을 빌어 너에게 전하는 건지도 몰라.

그들이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들을....

네가 꼭 쥐었으면 싶었어.












나는 이 책들을 분명 오래전에 읽고 잊었는데

왜 다시 기억이 날까를 생각했어.

다시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1권만 읽었기도 해.

나는 프로필에 이스파한이라고 적어뒀어...

그레고리우스 이스파한으로 가게 되는 것을 계속해서 상상하고 있어...

그가 가지 못하고 되돌아온다면 마음이 어떨지...

사실 그 부분이 궁금하지만 내 안에서 계속 상상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어...

그래서 그레고리우스가 계속해서 출발하고 있는 상태이지..

내 안에서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도 몰라.



아니 에르노를 보았니?

그녀의 얼굴은 우리를 닮았어.

나는 그 익숙함에 놀라곤 하거든

아니면 우리 자신을 미화하는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우스워서 웃어

그리고 그녀가 가족에 대해 연인에 대해

자전적 소설을 쓰는 그녀가

당당하게 느껴져서 좋아

그녀가 떠올리는 사랑을 되새겨 보게 돼

그리고 다시 자신을 바로 보게 하지

그게 어떤 것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

나는 그런 그녀가 무척 좋아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고...



네가 아이들을 가르쳤던 모습을 기억해

나는 너의 그런 모습도 참 좋아.

친근하게 그들의 미래를 그리고, 애정 있게 바라보는 모습이 좋았어.

네루다가 그랬고, 보후밀 흐라발이 그런 것 같아.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까지 고지를 지키는 이들이야.

누가 무어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이들이지.

멋진 사람들.

그런 너도 멋지다고 생각해.



뜻하지 않게 멀리 돌아오고 있지만 우리가...

너의 최선이고 나의 최선이었지 싶어...

또 우리 곳곳에 안식처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내 안식처가 책이고,

너에게도 그러한 안식처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길 바라고....



우리는 갑작스럽게 다시 만나서 수다 삼매경이겠지?

오늘 아침처럼!

출근길 너의 연락은 단비같이 좋았어

주변을 의식하지도 못했어.

네가 더 중요했거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래...






*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https://brunch.co.kr/@roh222/156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https://brunch.co.kr/@roh222/28


* 아니 에르노 <한 여자>

https://brunch.co.kr/@roh222/38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https://brunch.co.kr/@roh22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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