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 <작별의 의식>,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나는 2016년에 잠시 시몬 드 보부아르에 관심을 갖은 적이 있었다. 나의 애로사항이었는데, 여성의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여성인 나 자신이 고민되었다. 여성작가의 글을 읽어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직 여성의 글은 태어나지 않았다는 말이 무슨 말이었을까 오래도록 생각하다가 잊어버렸다. 지금 나는 어디에서부터 잊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다시 작별이란 두 글자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와 마주쳤다. 거기에 한강이라는 작가도 뒤따랐다. 나는 요즘 오래도록 독서하지 않고 있다.
읽지 않고 책에 관심 갖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나는 카프카를 그 <성>에 두고 오며 왠지 오래도록 다시 만나지 못하리란 걸 스스로 알아차렸다. 그렇게 잊고 미안해할 것도 알았다. 아예 나는 <실종자>를 책상 위에 세워둔 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라도 나에 의지를 피력하고 싶어서? 아니면 너무 늦지 않게 돌아가기 위해서 그 시간을 가늠하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만들듯이 카카오 뷰를 채우고 있다. 이건 정말 내가 읽고 싶은 거라고 세뇌하면서 그렇게 담고 있다가 그래도 전혀 그 책이 와닿지 않다가도 이렇게 정말 아주 예전에 내가 잠시 관심을 가졌던 작가를 마주하고서는 한 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이 두 사람을 내가 알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게 된다.
우선 나는 사르트르의 매력을 알고 있다. 꽤 괜찮은 사람인데 번역가 평은 생각보다 박한데 그런 잔상이 남아있기도 하고, "당신 너무 철학적이라 나 같은 사람은 다 이해 못 해요." 푸념하다 "그래도 좀 좋은 생각인 거 같고" 당신 괜찮은 사람이 되기도 했던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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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르트르와 계약연애를 한 시몬 드 보부아르라니... 당신이란 여자는 뭐지? 아니면 사르트르의 매력을 당신도 알아본 거야?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1908년 추운 1월 파리에서 태어난 보부아르는 엄격한 카톨릭 학교 다니고 소르본 대학 철학과 졸업한다. 그리고 그녀는 마르세유에 있는 고등학교와 루앙과 파리를 거쳐 13년 교직생활을 한 후 1943년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한다. 1945년 사르트르가 잡지 [현대(Les Temps Moderns)]를 창간하자 그 일에 협력하며 실존주의 문학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독일에 대한 레지스탕스의 저항을 그린 『타인의 피(Le Sang des Autres)』(1945), 죽음과 개인의 문제를 취급한 『인간은 모두 죽는다(Tous les Hommes sont Mortels)』(1946)를 연달아 발표하고, 1954년에 출간한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밖에도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Une Mort Tres Douce)』(1964), 『아름다운 영상(Les Belles Images)』(1966),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1967) 등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이어 간다. 또한 평론 · 기행문 등을 꾸준히 발표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가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며 철학적 글쓰기의 대표작인 1949년에 발표한 『제2의 성』은 역사적 · 철학적 · 사회적 · 생리적 분석을 통해 여성문제를 고찰한 작품으로, 전 세계 페미니즘 운동의 참고 도서가 되었고, 이후 『특권(Privileges)』(1955), 『노년(La Vieillesse)』(1970) 등 다수의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에세이를 집필했다.
사르트르 사후 그의 말년을 기록한 『작별 의식(La Ceremonie des Adieux)』(1981)과 생전 그에게서 받은 수많은 편지를 엮은 책 『비버에게 보내는 편지(Lettres au Castor)』(1983)를 출간했다. 1986년 4월 14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사르트르와 함께 [현대(Les Temps Moderns)]지의 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알제리 독립이나 낙태 합법화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주요 저서로 『얌전한 처녀의 회상』, 『나이의 힘』, 『사물의 힘』, 『결국』 등 자서전과 소설 『초대받은 여자』, 『제2의 성』, 『레 망다랭』, 『대장정 : 중국에 관한 에세이』, 『인간은 모두 죽는다』, 『실존주의와 국가의 지혜』, 『거물들』, 『노년』 등이 있다.
나는 아직 그녀를 잘 모르겠다. 그녀의 글을 실제로 보았냐 묻는다면 나는 아직 제대로 읽지 않고 그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고 있는 쪽이다. 20세기 대표하는 사상가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도 21살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 관습에 묶이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계약결혼 유효기간 2년을 제시한다. 그들은 평생의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로 51년간 지속하며 살았다. 마지막 10년을 기록한 <작별 의식>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두 사람은 평생 서로의 첫 독자이자 편집자 역할을 했고, 사르트르는 보부아르를 자기 책의 검열관, 인쇄 허가 자라고 불렀다. 노년의 사르트르가 시력을 잃자 보부아르는 그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면서 눈이 되어준다. 사르트르가 죽고 난 후 세상에 나온 이 책 『작별의 의식』이 사르트르가 보지 못한 보부아르의 유일한 저작인 셈이다.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 시몬 드 보부아르 -
1)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작별의 의식>
1982년 이 책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으나 당시 반공 이데올로기가 첨예하던 상황에서 검열 때문이었는지 삭제된 부분들이 있었고, 현지답사가 원활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고유명사들이 불분명한 경우들이 있었다. 이번에 소설가 함정임의 번역으로 다시 40년 만에 재출간하면서 빠진 부분을 다시 채워 넣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행적을 꼼꼼하게 보완해서 두 사람이 살았던 당시 사회를 더욱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2) 한강이 쓴 <작별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내가 읽어가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그녀를 알고있다. 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그녀의 글 속에는 무엇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와 무엇을 이루고 있을지 나는 아직 모르고 있다. 현대소설에서 느끼는 거부감은 아마도 나 자신에 대한 거부감일지도 모른다. 모든 총체적인 문제가 깡그리 내 온몸을 두르고 있을 텐데 굳이 그걸 내가 뛰어 들어가서 전쟁터를 구르고 싶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희로애락 그저 쏘쏘인 사람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애환 아니겠나 그런 생각도 하는 편이다. 그렇다 나는 쫌 회의주의자 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가 작별은 어떻게 하던 거더라를 읊조리며 그런 거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을 갖곤 한다. 작별을 감당하는 일은 아직 나에게는 먼 일이라고 생각해서일지 아니면 금세 현실에 적응할 사람이라 잘 잊는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나도 잘 모를 일이다. 이렇게 모를 일들을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한강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작별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누군가의 작별을 그려 우리에게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중에 나와 당신이 감당할 만한 작별인지 알아보라고... 그 작별이 어떤 형태와 형식으로 드러날지 누구도 모를 일이 어느 정도 그 윤곽을 기억을 가져와 이렇게 이렇게 남고 기억되고 남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 나는 저 책들을 읽지 않고도 슬픔 감정이 생겨나버렸다.
나는 언젠가 정말 저 책들을 읽는 순간을 고대한다. 나는 읽지 못하는 내가 무척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끝도 모를 <성>에 가보겠다고 헤매는 K가 된 것 같고, K가 결국 프리다 같은 나를 불쌍히 여겼던 것을 알게 되어서... 아무튼 오랜만에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한강을 생각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좋은 리뷰가들이 있어 감사하고. 책을 찾는 방법은 좋은 이웃들에게 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