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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리스리 Nov 06. 2024

공공기관=물 경력 되기 딱 좋지!

<이전 이야기>


02화 공공기관에 '홍보' 경력직으로 입사했습니다만?




내가 생각한 공공기관과 직접 입사해서 겪은 공공기관은 차이가 컸다.


사기업보다 일이 적은 것도 거짓이었고(사기업에서 맨날 정시퇴근하다가 공공기관 와서 야근을 했습니다), 연봉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턱없이 적었으며(여러분 알리오 연봉 믿지 마십쇼), 무엇보다 '홍보' 경력직으로 와서 홍보일을 못 한다는 게 나의 좌절감을 더 키웠다.


그래서 홍보팀에서 방출된 직후, 정확히 입사한지 1년 여 지난 시점부터 나는 다시 열심히 이직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타 공공기관 홍보직군도 알아보고 일반 사기업 면접도 봤다.


하지만 번번이 탈락.


공공기관 경력직은 어렵게 최종면접까지 갔더니  "OOO(내가 다니는 공공기관) 거기 좋은 데 아니에요? 왜 좋은 데서 오려고 해요?"라는 질문을 매번 받았으며, 사기업 면접을 보면 1차 실무진 면접에서 탈락했다.


서울, 대전, 세종 등에 위치한 총 3곳의 공공기관 최종면접에서 미끄러졌고, 사기업은 백화점, IT 대기업, 스타트업 관련 재단 등의 실무진 면접에서 떨어졌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공공기관=물 경력'이었다.



내가 사기업 출신에서 공공기관으로 이직할 때는 사기업 시절 쌓았던 경험과 경력들이 공공기관 입장에서 매력적인 것이었지만, 현재 공공기관 재직자로서의 내 공공기관 근무경력은 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공공기관에서 타 공공기관으로 이직할 때는 '거, 뭐 어차피 똑같은 공공기관 물 먹은 사람인데 굳이...'가 작용하고, 공공기관에서 사기업으로 넘어갈 때는 '공공기관은 일 하는 게 좀 나이브하지 않나?'하는 편견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왜냐면 내가 사기업에 있을 때 공공기관에서 미팅하자고 요청이 오면, 정말로 담당자들은 "아, 공공기관은 귀찮게 맨날 만나쟤. 어차피 우리 아이디어 빼갈 거면서"라고 말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번번이 최종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걸 보고나서야 나는 이제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공공기관 물 경력'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나 말고도 당시 회사에는 이직에 성공한 자들이 있었다. 이직한 그들을 보면서 공공기관이 완전히 물 경력은 아니고 본인이 얼마나 포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지만, 당시 내가 속한 부서나 업무 경력은 타 직종으로 건너뛰기에는 애매한 것이었다.


공공기관에 있으면서 이직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현재 본인이 속한 부서명을 잘 이용했으며(예를 들어 부서명이 '가치투자팀'(가명)이면 스타트업 투자 팀으로 점프한다던지), 지방이전한 공공기관의 특성을 살려 아예 그 지방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5년 이상 일한 경력을 때려치우고 타 공공기관의 중고신입으로 이직하기도 했으며, 회사에 오랜 시간 몸 담아온 부장급은 물론 박사급 직원들도 줄줄이 퇴사했다.


지금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내가 이직을 시도하던 전보다 오히려 '이직열풍'이 불어서 입직원인 주임급부터 회사에서 중간 허리라인이라 할 수 있는 과장급까지 아주 골고루 의원면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탈출을 시도하고 실제로 탈출에 성공하고 있는 요즘 '공공기관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은 진리다.



덧붙임. 나는 언제 탈출하...벌써 8년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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