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갑작스러워서
‘아기가 생긴 것 같아.’
‘...’
만감이 교차했다. 아빠가 된다는 상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상상은 했었다. 나에게도 아이가 생길 수는 있겠지.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생각이 멈췄다.
‘어떡할 거야?’
‘....... 낳아야지.’
‘......’
본능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내 대답에 그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럼 결혼은...?’
‘해야겠.... 지?’
‘.......’
‘애 때문에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할 순 없어.’
‘결혼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녀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빠 나랑 생각이 같은 거 아니었어? 비혼주의자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결혼을 꼭 할 필욘 없다고 생각한 거지. 원하지 않는 건 아니야.’
‘... 애 생겼다고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
‘난 낳을 수 없어. 아이 지우려면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오빠한테 말한 거야. 난 결혼도 아이도 낳고 싶은 생각 없어.’
‘지수가 결혼도 아이도 원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는데. 생긴 아이를 지울 순 없어. 아이를 지우기 위해서 내가 필요한 거면 날 가지 않을 거야.’
‘그럼 어떡하겠다는 건데?’
‘임신은 확실한 거야?’
‘몰라. 테스트기를 확인해 봤는데, 두 줄이 나왔어.’
그녀가 테스트기를 건네주었다.
‘그럼 일단 산부인과에 가보자. 그러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
‘... 알겠어.’
‘배고프겠다. 뭐 좀 시킬까?’
‘생각 없어.’
‘그래. 그럼. 아이스크림 좀 사 올까? 입맛 없을 때 가끔 먹었잖아.’
‘아니. 안 당겨. 먼저 잘게.’
‘그래, 알겠어. 쉬어 그럼.’
그녀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