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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10. 2015

발로 뛰는 목회

처음 피난 간 교회에서 남의 기도를 가로채 뜨겁게 기도한 사건은 그 교회 담임 목사의 눈에 띄게 되었다. 얼마후 노회가 연합해서 부흥사경회를 열었다. 시골교회들이 단독으로 강사를 초청할 여유가 없어서 연합하여 사경회를 열었다.


뜨거운 복음의 열정에 사로잡혔던 아버지도 부흥 사경회에 참석하고 싶어서 미숫가루를 빻아서 먹을 생각이었다. 당시 부흥 사경회 가면 일주일 동안 먹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온종일 말씀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고향 친구 한사람이 자기도 가고 싶은데 먹을 게 없다고 호소하였다. 아버지는 ‘내가 미숫가루를 준비했으니 같이 나누어 먹으면 된다’고 하면서 그 친구와 함께 부흥 사경회에 참여했다.


연합 부흥사경회다 보니 목회자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새벽기도 시간에는 전도사들이 돌아가면서 기도하였다. 아버지가 다니던 황산 교회는 작은 교회여서 전도사가 없었다. 그런데 황산 교회 목사님이 '우리 교회 불덩어리가 왔으니 그 친구 기도 한번 시켜보자.' 했다.


그때 아버지는 친구와 함께 미숫가루에 물 한 컵 타 먹고 종일 빈속으로 사경회에 참여하였다. 얼마나 말씀을 사모하면 그러했을까. 그러던 차에 기도하라는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아버지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특유의 열정적이고 불타오르는 기도를 하였다. 거기 모였던 모든 청중이 아버지의 기도에 눈물을 흘리며 큰 은혜를 받았다.


당시 시골 교회에 목회자를 청빙할 힘이 없어서 사역자가 없는 교회가 종종 있었는데 한 시골 교회에서 아버지에게 사역을 요청하였다. ‘혹시 우리 교회에 와서 목회를 해주면 안 되겠느냐? 사례비는 드릴 수 없지만, 농사지은 것을 조금은 나누어 드릴 수 있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북에서 청년 때부터 평신도 설교자로 사역하였던 아버지는 그 초청에 기꺼이 응하였다. 드디어 남쪽에서 사역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비록 사례비 한 푼도 받지 않았지만, 복음의 열정에 사로잡혀 시골 교회를 담당하여 목회하였다.


그렇게 설교자 없는 교회에서 평신도 설교자로 사역하면서 주변에 목회자 없는 교회 두 곳을 더 돌보게 되었다. 주일날 아침이면 먼저 초청한 기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바로 뛰쳐나가 10리 길을 한걸음에 달려갔다.

가슴에 성경책을 끼고 논이고 밭이고 지름길로 곧장 달려갔다. 때로 넘어져 손발이 흙투성이가 되면서도 힘든 줄도 모르고 그렇게 3 교회를 뛰어다니면서 목회를 하였다. 순수한 복음의 열정에 사로잡혀 생명 바쳐 사역하였다. 그것은 아버지만이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그리하였다. 많은 목회자가 이처럼 복음의 열정 때문에 사례비를 생각하지 않고 기쁨으로 주를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하였기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서게 된 것이다.

사진은 1883년 최초의 초가집 교회인 소래 교회다

아버지 이야기 

8.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7. 기적이 일어나다. 

6. 아버지가 그립다

5. 자립하고 싶어요.

4. 발로 뛰는 목회

3.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 하나님만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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