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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8. 2015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공산치하에서 시작한 신앙생활은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청년들을 차출하여 인민군에 잡아가기 시작할 때 아버지는 산속으로 도망쳤다.

믿음의 청년들과 함께 산속에서 피신하고 거기서 성경을 외우고 찬송하면서 동굴 신앙생활을 하였다.


그러다 그만 북한 공산당에 사로잡혀서 고문 당하고 매를 맞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때 고문당하고 매를 맞은 까닭에 지금은 성한 이가 하나도 없게 되었다.

식사할 때면 항상 불편한 치아 때문에 힘들어 하였다.


1950년 10월 미국 낙하산부대원 3000명이 평양 북방에 투하되었다.

미군들은 평양을 점령하면서 제일 먼저 감옥에 들어왔다.

그때 유엔군은 사상범, 특별히 크리스챤을 제일 먼저 불렀다.

영어를 모르는 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른체 끌려 나왔다.

미군 병사는 흑인이었는데 아버지는 흑인을 처음 보았다.

그가 미군인지 러시아군인인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흑인 병사는 영어로 뭐라고 하면서 아버지를 붙잡고 흔들어 대었다.

아버지는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흔들어대니까 하늘이 노래지면서 정신이 팽 돌았다.

북한군이 혹여나 탈출할까봐 포로들의 허리띠를 다 압수했는데, 유엔군이 흔드는 순간 다른 것은 생각지 못하고 바지가 흘러내려 창피나 당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허리춤만 꽉 움켜 잡았다.

“아! 이 사람이 날 이렇게 흔들어 혼을 빼놓고 죽이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유엔군이었고, 특별히 크리스챤이라고 제일 먼저 풀어준 것이다. 


그리고 1951년 1.4후퇴때 고향 사람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당시 교회 장로님은 고향 교회인 남창 교회를 지키겠노라고 굳이 피난가는 것을 사양하였다.

“젊은 너희들이나 피난가라고. 난 늙었으니 공산당이 설마 날 죽이겠느냐? 내가 고향 교회를 지켜야지 누가 지키겠느냐” 하시며 극구 사양하였다.


결국 아버지는 고향 사람들과 함께 피난길에 올랐는데 온양의 한 시골 마을 기산리란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 동네에는 황산침례교회가 유일하게 있었는데 그 교회에는 나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출석하던 교회였다.

온가족이 수요일날 처음으로 예배 드리러 황산교회를 찾아갔다.

예배당에 들어가서 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자유의 땅에서 자유롭게 예배드린다는게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을 흘렸다.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님께서 찬송가를 부르기 전에 오늘 수요예배 기도는 나의 할머니 이름을 부르면서 “오늘은 이집사님께서 기도해 주시겠습니다” 하였다.


아버지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아니 목사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아시지?

누가 벌써 우리가 이 동네에 피난왓다는 것을 알렸나?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어머니가 기도는 잘 못하시는데 매우 당황스럽겠다?

차라리 내가 기도하는 것이 낫겠다."


기도 순서가 되어 목사님께서 “이집사님 기도하시겠습니다” 말하자마자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서 큰 소리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 북한 땅에서 이곳 남쪽 까지 피난온 여정을 생각하면서 감격하여 기도 하였다.

남북한이 갈라져 서로 피흘려 싸우는 안타까운 현실을 기도에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공산치하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내려온 그 험한 발걸음을 생각하면서 눈물로 기도하였다.

원래 아버지 목청은 커서 축도할 때면 교회당이 쩌렁 쩌렁 울려댈 정도인데 얼마나 크게 기도하셨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도가 끝났을 때 온 교인들은 뒤를 돌아보며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아버지는 태연 자약하게 앉으면서 내가 기도를 잘해서 쳐다 보나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교회에 할머니 이름과 똑같은 동명이인 집사님이 계셨던 것이다.아무튼 이렇게 해서 아버지의 남쪽 신앙생활은 시작되었다.

아버지 이야기 

8.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7. 기적이 일어나다. 

6. 아버지가 그립다

5. 자립하고 싶어요.

4. 발로 뛰는 목회

3.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 하나님만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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