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Jul 05. 2015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929년 미국은 대공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로서 수탈을 당하고 있을 때, 평양시 외곽에 위치한 산골 마을 중화라는 곳에서 아버지는 태어나셨다. 


일제 시대 때의 삶은 참으로 곤궁하기 짝이 없었다. 

아버지가 12살이었을 때 병으로 앓아 누우신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집안 살림을 떠맡아야 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아버지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소년 가장으로서 밑으로는 동생 둘이었고, 가난한 살림에 평양을 오고가며 쌀장사를 하여야만 했다. 

그마저도 일본의 통제 때문에 숨어가면서 몰래 몰래 해야만 했다. 

아버지의 어릴적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1945년 해방되었지만 이내 소련군이 이북을 점령하게 되었고, 삶은 나아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16살 되던 해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고아 아닌 고아가 된 아버지는 그때에야 하나님을 아버지로 믿기 시작하였다. 

당시 산골 마을이었던 중화에는 남창교회라는 작은 시골 교회가 있었다. 

목사님도 전도사님도 계시지 않는 그 교회에는 한달에 한번 순회 전도사가 와서 설교해 주었다. 

나머지 주일은 평신도들이 돌아가면서 설교를 하였다. 

아버지는 19살 나이에 총각 집사가 되었고, 그 해 처음으로 설교를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아버지가 대중 앞에서 설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순회 전도사에게 설교 한편을 써달라고 부탁하여 그것을 외우기 시작했다.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할 때에도, 소에게 풀을 먹이면서도 아버지는 오직 설교만 생각했다.

마침내 눈을 감고도 주르륵 외울 정도가 되었다. 

드디어 설교하는 날이 되었다. 

그 당시 교회는 기억자 교회로서 한쪽 편은 남자가 다른 편은 여자들이 자리하는 기억자 교회였다. 

오직 강대상에서만 양쪽을 다 볼 수 있었다. 

19살 총각이 강대상에 처음 섰을 때를 상상해 본다. 

여자 성도들이 총알같은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얼마나 떨렸을까?

아버지는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데 설교를 도무지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설교를 그냥 외웠다. 

얼굴은 붉어지고 등골에서는 땀이 흘러 내렸다. 

자신이 어떻게 설교했는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나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예배를 마치자 마자 후다닥 도망치듯 빠져나가려고 신발장에 가서 신발을 찾는데 맞은 편 여자들이 나오면서 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당시 그 동네 제일 교양이 많고 학식이 있는 교장 사모께서 “오늘 은실이 오빠 설교 잘하던데”하는 것이었다. 

그 말 한 마디가 아버지에게 큰 힘과 용기와 격려가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완전히 변했다. 


마치 자기가 전임 사역자가 된 듯, 순회 전도사가 오지 않는 주간은 아버지가 맡아놓고 설교를 하였다. 

물론 설교문은 순회 전도사에게 부탁하여 받은 것이었다. 

신학을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형편이 안되어 할 수 없을 때 평양 산정현 교회에서 성경학교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공산치하에서 기독교가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던 그 시기에 성경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때 배운 신학은 한 마디로 순교 신학이었다. 

언제 붙잡혀 갈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교수 목사님들은 목숨을 내걸고 성경을 가르쳤다. 

실제로 여기저기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다. 

"어느 목사님은 투옥되었데, 어느 교회는 문을 닫게 되었데."

성경 학교에 모인 학생들과 교수들은 모두 죽을 각오를 하고 예수를 믿었다. 

한 목사님은 강의 전 기도에 “하나님 아버지!” 하곤 기도를 잊지 못하고 그냥 우시기만 하는데, 온 학생들이 함께 평펑 울었다고 한다. 

그 눈물 어린 기도, 그 진심 어린 헌신은 아버지 평생 신앙생활의 모델이 되었다. 


아버지는 공산치하에서 어렵게 신앙생활하면서 순교신앙을 배우고 서서히 목회자의 길을 걸을 준비를 하였다. 

아버지 이야기 

8.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7. 기적이 일어나다. 

6. 아버지가 그립다

5. 자립하고 싶어요.

4. 발로 뛰는 목회

3.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 하나님만은 잊지 마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