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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14. 2015

자립하고 싶어요

이북에서 장로교회를 출석하며 신앙생활 하던 아버지는 이남에서는 침례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침례교에서는 신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어도 사역자로 삼는 전통이 있었다.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침례교에서 목회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시 침례교는 미국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서 목회자 한 사람당 50달러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선교사의 후원을 강력하게 거절했다. 한국 교회는 한국 성도들의 힘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 그렇게 하였다. 당시 대다수 목회자가 선교사의 후원을 받았지만, 일부 독립파들은 선교사의 후원을 거절하고 자립목회를 시도하였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는 결혼하여 첫아들을 낳았다. 나의 형이다. 온양 외곽의 시골 동네 교회 세 군데를 뛰어다니며 목회하다 기산 교회에 정착하였다. 물론 기산 교회 역시도 사례비는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가난한 목회자 가정의 살림을 꾸려나가야 했던 어머니는 교회 옆 텃밭에서 농사일을 하였다. 시골의 가난한 교회의 목회자 살림은 늘 먹을 것을 걱정해야만 했다.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한 형은 결국 영양실조로 몸이 비비 꼬여가고 있었다. 


한번은 먹을 것이 없어서 삼일을 굶게 되었다. “여보! 오늘도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재정집사님에게 가서 보리쌀이라도 얻어오면 안 될까요?" 처자식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자존심이 강한 아버지라도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재정집사를 찾아갔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마침 집사님 가정은 저녁을 먹으려고 상을 차리고 있었다. 구수한 된장국에 흰 쌀밥을 차려서 먹으려고 할 때 아버지가 찾아간 것이다. “전도사님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시지요." “아니, 식사했습니다." 집안에 처자식이 굶주리고 있는데 혼자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하였다.  “그럼 저희끼리 먼저 식사하겠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아버지는 식사하는 집사님 가정의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 일어섰다. 도저히 굶고 있으니 식량 좀 달라는 말을 못하였다. 


이제나저제나 먹을 것을 가져올까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양식이 없대요." “아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을 못했어." 자존심 강한 아버지를 잘 알기에 어머니는 다그치지 못했다.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디 먹을 것이 없을까 집안을 이 잡듯이 살피었다. 마침내 먹을 만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내가 베고 자던 베개였다. 베개의 속이 좁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한 것이다. 한 해 동안 베고 자던 베개에는 어린 아들의 땀이 잔뜩 배 있었다. 물로 몇 번이고 씻어서 죽을 끓이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죽을 끓여 첫 숟가락을 뜬 후 도저히 먹을 수 없어 버려야 했다. 땀내가 얼마나 지독한지... 


그날 밤늦은 시간에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잠이 들려는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백여리나 떨어진 곳에 사는 친구 전도사가 고등어 한 마리에 보리쌀 한 말을 지고 온 것이다. 전도사 말인즉 낮에 잠이 얼핏 들었는데 꿈속에서 하나님이 자기에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빨리 배 전도사에게 찾아가라.' ‘지금 가면 밤이 늦을 텐데 내일 아침 일찍 가면 안 될까요?' ‘아니다. 당장 가라.' 그 밤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랜만에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형은 결국, 영양실조로 죽고 나만 간신히 살아서 장남 노릇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초대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선교사의 도움을 받았으면 아마 형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미련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립심과 독립심이 한국 교회를 일찍부터 자립하게 만들고 세계에서 괄목할만한 부흥과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아버지 이야기 

8.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7. 기적이 일어나다. 

6. 아버지가 그립다

5. 자립하고 싶어요.

4. 발로 뛰는 목회

3.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 하나님만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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