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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Sep 17. 2015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가족회의 하자!"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뭔가를 훈계하는 방법으로 가족회의를 자주 사용하셨다.  나름대로는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린 내 눈으로 볼 때 그것은 하나도 민주적이지 않았다. 엄하신 아버지 앞에서 감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녀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주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자신의 뜻을 회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강요하였다. 저항할 수 없는 사람과 회의 한다는 것은 이미 회의가 아니다. 


어제 아버지가 계신 국립호국원에 다녀왔다. 호랑이 같이 무섭던 아버지가 너무나 그리워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끔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게 들려온다. “가족회의 하자." 어느새 그 어색한 분위기의 가족회의가 그리워진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자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 그 방법을 도입하신 듯하다. 


내 나이 40이 되어서야 나는 내 의견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생들과 어머니까지 내 의견에 동의해 주었을 때, 아버지의 슬픈 표정을 난 잊을 수가 없다. 가족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아버지의 권위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아버지의 고집과 생각이 불편부당하다고 생각하였다. 당시 나는 아버지의 서글픔을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내가 아버지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물론 나는 가족회의를 하지 않는다. 자식들에게 내 뜻을 고집으로 풀어내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그렇지만 어느덧 나도 아버지의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Woman in Gold”라는 영화를 보았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빼앗겼던 클림트의 그림을 다시 찾아오는 영화다.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 집안이 나치 앞에서 무너져 가는 과정을 영화는 보여주었다. 홀로 남겨지는 아버지는 미국으로 몰래 도망치는 딸에게 한마디 하였다. “마리아! 좋은 결정이다. 이곳은 이제 너의 집이 아니다. 그렇지만 마리아!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우리를 기억해다오."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가슴 저려오는 슬픔을 느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다는 사실, 그리고 여기서 너와 나누었던 그 아름다운 기억들, 이제 나치의 손에 의해서 다 없어지고 죽겠지만, 마리아! 너 만큼은 살아서 우리를 기억해다오. 그게 무대에서 서서히 퇴장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버지 이야기 

8. 너만은 살아다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해다오

7. 기적이 일어나다. 

6. 아버지가 그립다

5. 자립하고 싶어요.

4. 발로 뛰는 목회

3.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1. 하나님만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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