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독일의 역사가인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역사적 자료에 충실하면서 그것을 볼 때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흔히 역사는 승자들의 역사라고 말한다.
역사는 승자가 기록하는 것이고 그들이 기록할 때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 기록 자체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역사비평이 필요한 것이고, 역사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그래도 역사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자료가 일차자료인지, 아니면 이차자료인지도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자료는 어떤 입장에서 쓰였는지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권력과 인간’을 저술한 정별설 교수(서울대 국문과)는 혜경궁 홍씨가 기록한 한중록을 번역하면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이재난고’ 등 각종 역사서와 개인 문집 등 다양한 사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해석하고 바라본 것이 정확한지는 판단할 능력이 내게 없지만, 최소한 그는 원자료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높이 칭찬하고 싶다.
그뿐만 아니라 국문학자이기에 그의 글은 부드럽게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이 미려하다.
'권력과 인간'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의 뒷 이야기를 쓰고 있다.
왕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사도세자가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책에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인 영조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도세자는 급기야 광증을 보이게 되고, 마침내 반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러 죽임을 당한다.
원 사료의 행간에 담긴 뜻이 많겠지만, 저자는 일관되게 사도세자의 광증과 반역죄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역사관에 백 프로 동의할 수 없지만, 그의 학문적 접근에는 공감한다.
한가지 옥에 티는 부록에서 당쟁희생설을 주장하는 이덕일 씨를 비판할 때에 감정이 가득 담긴 글을 보면서 조금 실망하였다.
학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는 아닌 것 같았다.
한 가지 더 꼬집어 말하자면, 책 제본 상태가 좋지 못했다.
처음 읽을 때부터 제본이 문제인듯싶어서 조심하여 읽었음에도 다 읽고 났더니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결코, 싼 책이라고 할 수 없는데 어찌 이렇게 제본했을까?
출판사인 문학동네에 한마디 하고 싶어진다.
좋은 책은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표지와 제본까지 다 좋아야 한다.
(이번 '사도' 영화의 주된 참고자료가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