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남의 행복 강요기
난 현업에서 조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과감하게 조금 이르게 은퇴를 결정하였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그에 대해 아내와 상의하였고, 아내가 흔쾌히 나의 은퇴 결정을 받아주었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던 바, 아내는 좀 더 아껴 쓰면 되니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였고 덕분에 난 가정 경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일단은 벗어날 수 있었다.
난 지난 10여 년간 꾸준하게 주가 변화의 파동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연구를 해왔는데 그 연구에 제법 진척이 있었고, 그래서 이것에 더 집중하여 나만의 파동 이론과 이를 이용한 거래 시스템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난 주식 매매시간인 9시부터 3시 30분까지는 주식 연구에 매진하였다. 몇몇 지인들은,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그래프와 숫자만 들여다보는 그런 생활이 지겹지 않냐며 나를 측은하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의 즐거움'이라는 글에서도 소개한 바대로 난 내가 좋아하는 이런 종류의 일이라면 24시간 연속으로 집중해서 일할 수도 있다. 주가의 파동성을 모델링하기 위해 새로운 지표를 프로그래밍하고 테스트하고, 순간적인 매매 판단에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HTS(Home Trading System)의 구성 및 설정들을 최적화시키는 갱신 작업을 그동안 수천번 아니 어쩌면 수만 번 이상을 반복했지만 전혀 지겹지 않을 정도로 난 이 연구가 재미있다. 주식 매매의 승률을 0.1%씩이라도 더 상승시켜가며 100% 승률을 만드는 것이 내 연구의 목표인 바, 연구에서 조금이라도 발전성이 보이면 그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연구가 성공되면 경제적 자유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이제 은퇴 후에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로 주식 연구를 소개했다. 그런데 내겐 주식 연구 외에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들이 하도 많아서 일단은 학습, 자기 계발, 운동과 취미로 분류하여 소개할까 한다.
매일 학습하는 첫 번째 것은 파이썬과 인공지능 학습이다. 이것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기는 한데, 능력이 된다면 주식 매매용 인공지능 거래 시스템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 현재 내가 개발한 거래 기법을 인공지능과 연계시키면 더욱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습 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현재의 나로서는 이 단계까지 쉽게 가지는 못할 것 같다. 더구나 바둑 프로그램조차도 만들 수 있을지 의심 갈 정도로 학습 진도가 느린데, 그래도 아무튼 파이썬과 인공지능을 매일 조금씩 학습하고는 있다.
내가 매일 학습하고 있는 또 하나는 3D 캐드이다. 이것은 3D 프린터를 직접 사용해보고 싶어서이다. 난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들을 구상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떤 때는 그것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3D 프린터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므로 일단은 3D 캐드부터 익혀 놓으려는 것이다. 뒤에서 소개할 골프 연습 기구의 상품화 설계도 만들어 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이다. 아무튼 3D 캐드도 진도는 아주아주 느리지만 매일 유튜브를 보며 조금씩 학습해나가고 있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 매일 훈련하는 것으로는 영어 듣기가 있다. 사실 영어 듣기 능력은 현재의 내게는 별 필요가 없는데 일종의 오기 때문에 하는 듯하다. '하는 듯'으로 표현한 이유는 왜 하는 지를 나도 정확히 몰라서이다. 아마도 여러 번 국제학회에 연사로 초청되었음에도 영어에 대한 부담 때문에 거절했었던 내가 못나 보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넷플릭스 영화를 보면서 항상 자막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싫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영어 듣기라는 것의 '학습법 찾기'가 내겐 큰 난제였고 어떻게든 그 난제를 풀어보고 싶은 생각 때문인 듯하다. 난 도대체 영어 듣기가 왜 늘지 않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도 꽤 많은데 영 발전이 없다. 이제는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TED 받아쓰기를 해보고 있다. 내가 시도해보는 마지막 방법이다. 언젠가는 말 빠른 미드의 농담들을 알아들으며 실시간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기도 한다.
필요도 없는데 매일 훈련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펜글씨이다. 멋진 글씨를 빠른 속도로 쓰고 싶어서 대학생 때부터 간간히 했던 것인데 이것도 실력이 영 늘지를 않았다. 현재의 내 글씨체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기는 하지만, '글씨체가 왜 더 발전이 없을까'가 내겐 궁금증이었고 최근 그 해답을 찾은 듯하여 그 답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매일 조금씩 연습을 해보고 있다.
운동 삼아 매일 연습하는 종목은 골프이다. 그런데 필드만 나가면 연습 때와는 다르게 공이 아주 제멋대로 엉망으로 맞는다. 이의 원인은 내 스윙폼이 엉터리라서 그렇다. 그래서 난 완벽한 스윙의 형태가 어떤 것이며, 그것을 익히려면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를 구상해 보곤 한다. 덕분에 조금씩은 발전하고 있어 언젠가는 싱글도 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한편 나는 골프 스윙 연구를 거실에서 하는데, 우리 집엔 거실용 스윙 연습기구가 있다. 아들이 고등학생 때 term project용 물리 실험에서 힌트를 얻어 특허로 등록시킨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이것을 내가 개량한 것이다. 현재는 이것으로 사업을 해볼까 말까 고민 중이라 공개는 못하고 있다. 골프 매니아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제품이지 않을까라고 생각될 때는 사업을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사업을 벌였을 때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일단은 현재 학습하고 있는 3D 캐드로 완벽한 형태의 제품을 상품성 있게 설계해본 후 사업화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이런 것들 외에 매일 해야 하는 잡다한 것들이 몇 개 더 있다. 독서도 그중의 하나인데, 솔직히 말하면 이것을 왜 매일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 독서법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내 성격은 한번 펼쳐본 책은 며칠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독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이 때문에 가끔은 그냥 덮어버리고 싶은 지루하기만 한 책 조차도 꾸역꾸역 억지로 읽으며 짜증만 받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독서 의무상 하루에 단 한 페이지만 읽고 덮어버릴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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