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일을 하며 겪은 아이들은 약간의 공통점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의 아이들은 웃을 때 눈에 반달 모양을 띄며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준다.
초등 4학년이 되면 조금씩 웃음이 사라지는 아이들도 있다. 조금씩 반항의 눈빛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때부터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더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이의 반항적인 태도나 말투를 들었을 때 부모가 같이 화가 나며 불꽃이 강하게 튀는 것 같다. 신체적 변화와 감정적 변화, 독립성이 자라는 그 시기를 부모가 이해해야 하고 그 상황의 유연함 또한 부모가 만들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가끔 나에게 말한다.
“ 엄마 친구들이 어떻게 아직도 엄마랑 친할 수가 있냐고 이상하대 “
나는 아이가 이렇게 말할 때마다 항상 하던 대답이 있다.
“ 다현이랑 엄마가 사이가 좋은 건 엄마가 잘해서 그래 ~”
난 사실 아이에게 크게 공부를 강요하지도, 내 뜻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아이는 별로 불편하거나 불만이거나 한 것들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까지 아이와 뜻이 맞고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등6학년쯤부터 조금씩 아이에게 감정적 변화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춘기가 빨리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빨리 온 사춘기가 빨리 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주 큰 착각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사춘기는 무르익는다.
“진하고 깊이 있게” 라고 쓰고 “뾰족하고 예민하게 “ 라고 읽는다.
딸이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아침마다 짜증을 냈다. 중학교 2학년, 3학년때는 딸의 힘들었던 학교생활의 이유인 탓도 있었겠지만, 아이는 아침마다 인상을 쓰고 아침식사를 차려 주시는 외할머니께도 퉁명스러웠다.
나는 그런 아이를 여러 날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결심했을 땐 서점으로 향했다.
[청소년 감정 코칭] 이란 책에 – 뇌가 공사중인 청소년을 대하는 법 – 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의 대다수가 새벽 2~3시가 되어야 잠들고 낮 12시가 되어서 잠을 깼다는 연구결과를 읽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런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인것으로 밝혀졌다는 구절을 읽고 나는 사춘기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저녁에 일찍 자라 해도 자지 않는 아이에게 잔소리, 아침에 일어나라 해도 일어나지 않아 잔소리, 부모는 늘 감정 섞인 짜증과 불만을 아이에게 쏟아내곤 한다.
시기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라면 맘에 들지 않아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딸에게 딸의 수면 패턴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짜증을 이해 한다는 말을 하며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이야기 해 주었다.
아이는 공감이란 느낌이 들었는지
“ 맞아 엄마!!! 이상하게 낮 12시가 되면 머릿속에 커튼이 걷히는 것처럼 빛이 쨍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맑아져! “
아이는 다음날 아침부터 짜증을 누르려는 노력을 보였다.
나는 그런 딸을 사랑스럽게 안아주곤 했다. 지난 2월, 나는 코로나가 끝나고 3년만에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아랍에미리트에 7박9일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집 아이들은 아직까지 부모와 함께 하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 함께하는 즐거움은 여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3일째 되는 날부터 고등학생 딸은 조금씩 지루한 듯 보였다. 여행이 재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들이 그들끼리 만나 노는 것이 부러워 빨리 돌아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속상했지만 오랜만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않아 아이의 마음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아는 척 해주어도 어차피 돌아가는 날은 정해져 있고 애써 아이를 위로하다 나도 지칠 것 같고 남편과 아들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여행 내내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맘 상해 하고 토라지곤 했다. 또 금방 기분이 좋아지며 눈물 나게 웃기도 하고, 내 자식이지만 조금 미친년 같다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우리의 비행 시간은 밤 9시였지만 아이는 아침 눈 뜨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 돌아갈 생각을 하니 너무 신이 난다는 것이었다.
여행 중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보고싶다는 딸의 말이 조금 야속하기도 하고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콧노래 부르던 딸이 얄밉기도 했지만, 사춘기 시기에 부모와 8일동안 24시간을 붙어있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이를 생각하며 세웠던 나의 여행계획이 아이를 다 알지 못하고 행했던 실수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행중 내 성격대로 아이에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엔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딸의 시기적 예민함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아들과 남편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스무살이 될 때까지는 일년에 한번씩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던 나의 결심을 지우게 된 여행이었다.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가 자녀를 공감한다 해도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았고, 친구가 더 좋고 친구에게 더 집중하고 자립심이 커가고 있다.
가끔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가나 싶은 생각에 살짝 서운해 질 때도 있지만, 건강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사춘기를 엄마는 지치지 않고 견딜 자신이 있다. 너의 사춘기를 마음껏 부려라 ~ ‘ 라고 말해주었다.
엄마의 표현 한마디는 아이가 다시 엄마에게 달려와 허그 할 수 있는 마음을 생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