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를 대하는 마음가짐
좋아하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활력, 활기, 결기 그리고 ‘기세氣勢‘. 뛰면 뛸수록 마라톤은 기세라는 생각이 든다. 기세가 있어야 42.195km를 완주할 수 있다. 기세는 부정적인 말과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 기세가 당당하다
- 기세를 떨치다
- 사나운 기세로 달려들다
- 기세 좋게 타오르다
기세에는 주눅 들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마라톤 풀코스 거리에 질리거나 겁먹으면 달리는 내내 고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꺾이지 않는 기세를 장착한다면, 거리를 정복할 수 있다. 그리고 목표는 완주가 아닌 시간으로 바뀐다.
나는 풀코스 세 번의 완주 중 한 번, 시작부터 밀린 적이 있다. 이미 2주 전에 완주했던 터라 모든 기력을 소진했지만 연속으로 도전하기로 한 ‘서울(동아) 마라톤’에서 말이다. 일어나자마자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느꼈지만 대회장에 갔고,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직감했다. “오늘은 안 될 것 같다 “고
나는 ‘운’보다 ‘기(氣)’를 믿는 편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에너지를 모으는데, 그날은 기력(氣力)이 되지 않았다. 10km부터 몸이 더 이상 밀리지 않았고, 결국엔 걷고 뛰기를 반복하기를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의 기세로 쭉쭉
올라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적잖게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 뒤 며칠간의 리커버리 조깅과 적절한 휴식을 취해 다시, 몸과 마음을 환기(換氣)시켰다. 그리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명랑하게 다시 활기(活氣) 차게 달리고 있다.
마라톤은 ‘기’가 필요하다. 42.195km 끝에 있는 피니시라인을 온전히 두 다리로 뛰어넘겠다는 굳은 결기. 당찬 결기는 기세가 될 것이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결과를 만들 것이다.
삶에는 ‘명랑한 결기’가 필요하다.
주눅 들고 무기력과 귀찮음에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늘 눈빛을 반짝이며 수평선 너머로
가고야 말겠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명랑함에 불씨를 지펴야 한다.
정지우 작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