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라인까지 뛰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풀코스
오늘은 평소 돌던 코스로 뛰지 않았다. 루틴 하게 뛰던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 뛰다 보니 풀코스를 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직 세 번의 풀코스 완주자인 나는 세 번 모두 코스가 달랐다. 작년 JTBC서울마라톤, 올해 3월 도쿄와 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 서울과 도쿄 한복판을 가로질러 뛰는 모습을 몸이 기억해 냈다.
처음 뛰는 길을 유독 좋아한다. 길을 개척해 나간다 설렘이 있는데, 평범하게 걷어 다니던 길이 내가 뛰면 비로소 주로로 완성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세 번의 마라톤 완주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나는 달리다가 부상으로 약 4개월을 쉬고 다시 몸을 만든 적이 있다. 그 후 도전하는 첫 풀코스는 25km까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해서 뛰었다.
두 번째 풀코스는 도쿄마라톤이었다. 도쿄 시내를 전 세계 러너들과 뛴다는 사실이 뛰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첫 해외마라톤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서울(동아) 마라톤이었는데, 2주 동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서 중간에 걸어버렸다. 그러다가 마지막 37km부터는 스퍼트를 내서 골인했었다.
처음부터 피니시라인까지, 42.195km의 모든 구간이 뚜렷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유독 인상에 남는 구간이 있다. 바로 마지막 직선 구간. 이 직선 구간에 진입하면 늘 환호와 함성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 왔어!”라는 말과 함께 저 멀리 타임워치의 숫자가 보이고, 곧 도달할 피니시라인이 다가오기 시작할 때 나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몸에 남은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1초가 흐르기 전에 1초를 붙잡기 위해 지나온 42km보다 더 절실하게 200여 미터를 쥐어짰다.
달리다가 문득 몸에 새겨진 200미터가 떠오를 때가 있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완주 직후에는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주로 위 풍경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스퍼트에 대한 기억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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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풀코스를 어떻게 완주했냐고 묻는다면, 마지막 200미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그때처럼, 그 순간의 절실함으로 뛴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덧붙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