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발효 식재료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 발효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언제 만들었고 언제 먹이를 주었는지, 이산화탄소는 트름시켜주었는지, 부산물은 언제 걸러주었는지 신경써야할 게 많아 '매일'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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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 : 적양배추 사워크라우트를 만들었다. 오가닉플래닛(Organic Planet) 매장에서 유기농으로 구매하니 한 통에 거의 7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발효하는 데에는야생효모가 풍부한 유기농 야채를 쓰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택했다. 오늘 배운 점, 작업을 하기 전 야채를 냉장고에 넣어두지 말고 상온에 두어야겠다. 잘게 썬 야채를 물이 나올 때까지 꾹꾹 손으로 짓이겨야 하는데, 야채가 차가우면 손이 너무 시리다. 그리고 적양배추를 맨손으로 오래 문지르면 손끝에 보라색 물이 들어서 마치 손톱에 때가 낀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비누로 닦아봤지만 쉽사리 보라색 물이 빠지지 않는다. 맨손으로 질감을 느끼는 것도 발효 야채 만드는 과정의 꽤나 즐거운 묘미인데, 아쉽지만 적양배추를 재료로 사용할 땐 장갑을 껴야겠다. 상쾌하고 시원하며 푸릇푸릇한 느낌의 냄새가 폴폴 난다.
또 하나 느낀 점, 적정 사이즈의 용기를 가늠해서 선택하는 게 어렵다. 하나로 부족해서 작은 용기를 더 썼다. 내일은 진저비어 스타터도 만들어야 하는데 남은 용기가 없다. 다양한 사이즈의 유리용기들이 생길 때마다 잘 소독해서 모아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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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근처 중고매장(Charity shop)에서 Kilner 보존 용기 하나를 저렴하게 구매했다. 요즘엔 중고매장에 가면 발효에 적합한 용기들이 있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2일 차 : 적양배추 사워크라우트를 트림 시켜줬다. 여전히 생양배추 냄새다. 용기를 너무 가득 채웠는지 여는 순간 액체가 스프레이처럼 뿜어져 나와 옷에 튀었다. 보라색이라 지우기도 어려운데, 열 때 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1일 차 : 진저비어 스타터, 일명 진저버그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 오가닉플래닛이라는 매장에서 유기농 생강 하나를 구매해 왔다. 물 두 컵(약 4-500ml)에 생강 두 큰 술, 설탕 두 큰 술을 넣고 저어준다. 생강은 씻지 않고 껍질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써야 한다. 그래야 내추럴 이스트들이 풍부하게 스타터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내일부터 최소 5일 동안 매일매일 먹이를 주며 돌봐줘야 한다. 하루에 생강 한 큰 술과 설탕 한 큰 술을 추가로 넣고 저어주면 된다. 언제쯤 탄산이 생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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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워크라우트 3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 2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에 먹이를 주고 사워크라우트를 트림 시켜줬다. 아직 별다른 발효반응이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영국은 1-2월이 가장 추운 시기라는데, 현재 평균기온이 0도 정도다. 집에서 거의 난방을 틀지 않다 보니 부엌도 온도가 낮아 발효 진행 속도가 더딘 듯하다.
240111
사워크라우트 4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 3일 차
어제까지도 잠잠하더니만 방심한 사이 일이 터졌다. 사워크라우트 절임물이 병을 비집고 흘러나와 있었다. 그래서 상온 발효 중에는 자주 트림을 해줄 뿐 아니라 널찍한 쟁반 같은 거로 한번 받쳐놔줘야 한다. 그래야 혹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치우기가 쉽다. 내일부터는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열어줘야겠다. 진저비어 스타터도 미미하긴 하지만 한두 방울씩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반응을 시작할 모양새다.
포도주를 2023년 12월 3일에 담고 12월 12일에 껍질과 포도씨 등 건더기를 1차로 걸러낸 지 딱 1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발효과정 중에 생긴 부산물 (lees)을 걸러내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확인해 보니 아직도 이스트 작용이 너무 활발할 상태다. 탄산이 많이 올라오면 뚜껑을 열 때 바닥의 부산물도 같이 뒤섞여버리기 때문에 아직 걸러낼 단계가 아니다. 아무래도 12월 12일에 포도청을 너무 많이 넣어서 이스트의 먹이가 될 당분이 꽤 남아있나 보다. 이렇게 계속 반응하다가 도수가 얼마나 높아질는지, 도수 측정을 위한 초기비중 체크도 못했어서 최종 도수를 가늠할 수 없다. 식초로 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