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슨금 Jan 12. 2024

발효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사워크라우트, 진저비어 스타터, 포도주 관찰일지

여러 발효 식재료들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체크하기 위해 발효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언제 만들었고 언제 먹이를 주었는지, 이산화탄소는 트름시켜주었는지, 부산물은 언제 걸러주었는지 신경써야할 게 많아 '매일'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240108 

1일 차 : 적양배추 사워크라우트를 만들었다. 오가닉플래닛(Organic Planet) 매장에서 유기농으로 구매하니 한 통에 거의 7천 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발효하는 데에 야생효모가 풍부한 유기농 야채를 쓰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택했다.  오늘 배운 점, 작업을 하기 전 야채를 냉장고에 넣어두지 말고 상온에 두어야겠다. 잘게 썬 야채를 물이 나올 때까지 꾹꾹 손으로 짓이겨야 하는데, 야채가 차가우면 손이 너무 시리다. 그리고 적양배추를 맨손으로 오래 문지르면 손끝에 보라색 물이 들어서 마치 손톱에 때가 낀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린다. 비누로 닦아봤지만 쉽사리 보라색 물이 빠지지 않는다. 맨손으로 질감을 느끼는 것도 발효 야채 만드는 과정의 꽤나 즐거운 묘미인데, 아쉽지만 적양배추를 재료로 사용할 땐 장갑을 껴야겠다. 상쾌하고 시원하며 푸릇푸릇한 느낌의 냄새가 폴폴 난다.


또 하나 느낀 점, 적정 사이즈의 용기를 가늠해서 선택하는 게 어렵다. 하나로 부족해서 작은 용기를 더 썼다. 내일은 진저비어 스타터도 만들어야 하는데 남은 용기가 없다. 다양한 사이즈의 유리용기들이 생길 때마다 잘 소독해서 모아둬야.


240109 


운 좋게 근처 중고매장(Charity shop)에서 Kilner 보존 용기 하나를 저렴하게 구매했다. 요즘엔 중고매장에 가면 발효에 적합한 용기들이 있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2일 차 : 적양배추 사워크라우트를 트림 시켜줬다. 여전히 생양배추 냄새다. 용기를 너무 가득 채웠는지 여는 순간 액체가 스프레이처럼 뿜어져 나와 옷에 튀었다. 보라색이라 지우기도 어려운데, 열 때 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1일 차 : 진저비어 스타터, 일명 진저버그 만들기 시작했다. 어제 오가닉플래닛이라는 매장에서 유기농 생강 하나를 구매해 왔다. 물 두 컵(약 4-500ml)에 생강 두 큰 술, 설탕 두 큰 술을 넣고 저어준다. 생강은 씻지 않고 껍질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써야 한다. 그래야 내추럴 이스트들이 풍부하게 스타터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내일부터 최소 5일 동안 매일매일 먹이를 주며 돌봐줘야 한다. 하루에 생강 한 큰 술과 설탕 한 큰 술을 추가로 넣고 저어주면 된다. 언제쯤 탄산이 생길까 궁금하다.


240110 


사워크라우트 3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 2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에 먹이를 주고 사워크라우트를 트림 시켜줬다. 아직 별다른 발효반응이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 영국은 1-2월이 가장 추운 시기라는데, 현재 평균기온이 0도 정도다. 집에서 거의 난방을 틀지 않다 보니 부엌도 온도가 낮아 발효 진행 속도가 더딘 듯하다.


240111 


사워크라우트 4일 차, 진저비어 스타터 3일 차

어제까지도 잠잠하더니만 방심한 사이 일이 터졌다. 사워크라우트 절임물이 병을 비집고 흘러나와 있었다. 그래서 상온 발효 중에는 자주 트림을 해줄 뿐 아니라 널찍한 쟁반 같은 거로 한번 받쳐놔줘야 한다. 그래야 혹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치우기가 쉽다. 내일부터는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열어줘야겠다. 진저비어 스타터도 미미하긴 하지만 한두 방울씩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반응을 시작할 모양새다.

포도주를 2023년 12월 3일에 담고 12월 12일에 껍질과 포도씨 등 건더기를 1차로 걸러낸 지 딱 1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발효과정 중에 생긴 부산물 (lees)을 걸러내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확인해 보니 아직도 이스트 작용이 너무 활발할 상태다. 탄산이 많이 올라오면 뚜껑을 열 때 바닥의 부산물도 같이 뒤섞여버리기 때문에 아직 걸러낼 단계가 아니다. 아무래도 12월 12일에 포도청을 너무 많이 넣어서 이스트의 먹이가 될 당분이 꽤 남아있나 보다. 이렇게 계속 반응하다가 도수가 얼마나 높아질는지, 도수 측정을 위한 초기비중 체크도 못했어서 최종 도수를 가늠할 수 없다. 식초로 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


이전 09화 와인, 내추럴하게 발효해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