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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속삭임 10화

조카에게

by 문성희



이모는 왜 동물원에 가지 않느냐 묻는다면

비좁고 차가운 바닥 위의 그들이 아프다

외로울, 마음껏 뛰지 못하는 그들은 슬프

저 멀리 어디선가 그들의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말해주고 싶구나


이모는 왜 수족관에 가지 않느냐 묻는다면

저 작은 공간에서 마음껏 헤엄치지 못하는 그들이 아프다

넓은 바다를 그리워 할 그들의 마음 느껴진단다

언젠가 네가 본 큰 바다가 수족관의 물고기 가족들이 흘린 눈물 바다임을 말해주고 싶다


이모는 왜 예쁜 꽃을 꺾지 않느냐 묻는다면

프지 않을까

저 어여쁜 얼굴, 여리여리한 아름다운 몸짓 우리의 손이 조금만 닿아도 아플 것이다

그저 그 자리에서 다른 꽃들과 마음껏 웃으며 살아가길 바란단다


이모는 왜 벌레를 죽이지 않느냐 묻는다면

저 작은 벌레에게도 가족이 있지 않을까

저기 어딘가 사랑하는 이들이 있을 이다

그들도 자신을, 가족을 지키려 하는 한 생명이란다 (해충은 어찌할까)


조카야

이모는 동물들도 나무와 풀과 물, 꽃 그리고 벌레들도 우리와 같다 생각한다

아프고 슬프기도 하며 행복하며 기쁘기도 할 거란다

그러니 우리, 그들에게 조심히 다가가 안아주자

그저 그들에게 미소 지으며 함께 건강히 행복하자, 말해주자

그리고 그들과 모든 생명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함을 베풀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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