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cm 자기애愛

틈이 있어야 자기애도 생긴다

by 사이

"자기애가 강하시군요"


오른쪽 검지 손가락 손톱과 맞닿은 살이 1cm 찍어졌다.

고작 1cm지만 꿰매주고 며칠째 욱신거린다.


고작 1cm인데 1주일 후에나 실밥을 풀고

2일에 한 번씩 소독하러 병원에 가는데 참으로 번거롭다.


첫 소독일.

매일 뭐든 씁니다 연재에 고작 1cm1cm 행복을 쓴 터라

사진을 찍어두면 뭐든 쓰겠지 싶어 소독하는 의사 선생님께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된다기에 찍으려는 찰나


핸드폰 카메라가 셀카 모드로 되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 : "자기애가 강하시군요"

나 : "아.... 네?!" 그리고 그냥 웃고 말았다.


직전에 셀카를 찍었는지 아이들이 만진 건지 그 연유는 모르겠고

순간 나를 자기애가 강한 사람인가? 반문하게 만든 말.




자기애가 강했다면

공황장애가 오기 전에 좀 더 일찍 나를 챙기지 않았을까?! 싶다.


내 그릇이 깨질 때까지 버티지 않고,

상대의 기준점에 맞춰 나를 재단하지 않았을 텐데...


다행인 건 공황장애로 1개월 휴직하는 동안

물리적인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틈이 생기니 숨이 쉬어지고 호흡이 편안해지니 내가 보인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


나를 중심에 둔 질문들.

자아를 조금씩 되찾으니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아마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면

그냥 그대로 쳇바퀴 돌듯 돌고 돌아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갔을 듯싶다.


어느 순간 끈을 놓으니 새로운 다른 끈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도 그 끈을 붙들고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내게 '자기애'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때나 생기는 말 같다.

어쩌면 시공간에 물리적으로 속박지 않은 여유 있는 자의 말이다.


의사말대로 요즘 나는 '자기애'로 충만하다.


바쁘더라도 사이사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를 돌볼 수 있길,

앞으로도 자기애로 가득한 날이 되길 꿈꾼다.






#1 cm #자기애 #공황장애 #틈이_있어야_자기애도_생겨 #틈은_여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림이 좀 나아진 건가?!